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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뮤지컬 마니아② - 방구석 브로드웨이 [No.225]

글 |안세영 사진 | 2023-07-06 1,192

온라인으로 최신 해외 뮤지컬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막상 정보를 찾다 보면 만만치 않은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좌절하기 십상이다. 이에 답답함을 느끼고 언어의 장벽 허물기에 나선 뮤지컬 마니아들이 있다.

해외 공연을 국내에 소개하거나 국내 공연을 해외에 소개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뮤지컬을 직접 세계에 알리고 있는 SNS 계정을 소개한다.

 

 

 
 
*Youtube : @broadway_in.a.room
 
 
유튜브 채널 ‘방구석 브로드웨이’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해외 뮤지컬에 관심은 너무 많은데 심각하게 부족한 한글 자료에 진절머리 난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운영하는 채널! 해외 공연 실황 또는 인터뷰 영상에 한글 자막을 달아 올리고, 최신 브로드웨이 소식을 전하며 더 많은 사람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브로드웨이’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구석 브로드웨이’는 해외 뮤지컬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채널입니다. 대학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하였는데, 해외 뮤지컬을 공부하고 분석하다 보니 한글 자료가 현저히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번역 콘텐츠를 만들어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채널을 개설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두 명의 운영진으로 시작했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친구와 선후배가 모여 현재는 네 명(김남현, 장윤하, 조예희, 이도연)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다르지만 모두 연극·영화 전공자이고 지금은 공연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번역, 영상 편집, 디자인 업무를 나누어 맡았지만,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현재는 모든 업무를 골고루 함께합니다.
 
 
‘방구석 브로드웨이’의 운영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의 신조는 “즐겁게 하자! 일이 되지 말자!”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뮤지컬에 대한 사랑을 원동력으로 삼고 싶어요. 한동안 업로드 주기를 정해두고 일정에 맞춰 공장처럼 영상을 제작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그 결과 한 달에 무려 16편의 콘텐츠가 올라갔지만, 저희 모두 매너리즘에 빠지고 말았어요. 결국 업로드 주기를 조금 느슨하게 잡더라도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뜻이 모였죠. 나아가 단발적 화제성보다는 꾸준히 쌓아 올린 아카이브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2021년 채널 운영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총 270여 개의 영상이 올라갔는데, 앞으로도 조회 수를 노리고 유행을 좇기보다는 정성 들여 만든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싶어요.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해외 뮤지컬 정보를 얻나요? 뮤지컬 마니아에게 도움이 될만한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온라인 공연 매체인 플레이빌Playbill, 왓츠온스테이지WhatsOnStage, 씨어터마니아TheaterMania 등을 주로 참고합니다. 먼저 플레이빌에서 현재 브로드웨이 공연작과 최신 소식을 알아본 뒤, 각종 사이트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어요. 자료 영상은 공연 매체 플레이빌, 씨어터마니아, 브로드웨이닷컴Broadway.com과 토크쇼 더뷰The View, 그리고 각 뮤지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스태프 인터뷰나 백스테이지 영상이 많이 나오는 편이니 관심 있는 뮤지컬 제목 뒤에 ‘Behind the scenes’, ‘Backstage’라는 키워드를 붙여 검색해 보세요.
 
 
해외 뮤지컬 번안 및 커버 프로젝트 ‘한글로 42번가’의 영상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한글로 42번가’는 뮤지컬을 좋아하는 구독자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참가자는 상시 모집합니다. 한국어 가사로 부르고 싶은 해외 뮤지컬 넘버의 제목을 적어 보내주시면 됩니다. 만약 본인의 노래나 공연이 담긴 영상이 있다면 함께 보내주시면 좋아요. 그럼 저희가 신청자의 목소리와 신청곡이 잘 어울리는지, 신청곡이 구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지, 촬영 환경과 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고려하여 참가자를 선정합니다. 이후 1~2주에 걸쳐 가사를 번안하여 참가자에게 전달하고, 참가자는 2주간 노래 연습을 한 후 직접 커버 영상을 촬영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참가자와 소통하며 촬영 계획을 확인하고 가사를 수정합니다. 참가자가 촬영한 영상 파일을 받으면 믹싱 및 편집을 거쳐 일주일 내로 유튜브에 업로드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영상이 완성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가 걸립니다.
 
 
해외 뮤지컬 넘버의 가사를 한국어로 번안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최대한 원곡의 의도와 감정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합니다. 가사를 일일이 직역하는 대신 노래가 전달하려는 바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작품의 전반적인 줄거리, 노래 앞뒤의 상황을 먼저 공부하고 번안을 시작합니다. 가사의 구조와 라임을 살리는 것도 중시합니다. 예를 들어, <해밀턴>에서 일라이자가 남편 해밀턴의 외도 사실을 알고 부르는 노래 ‘Burn’에는 비슷한 가사가 반복되거나 변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벌스의 첫 부분은 해밀턴이 보낸 편지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데요, 1절이 편지 속 단어, 문장, 문단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이라면 2절은 그 단어, 문장, 문단이 해밀턴의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러한 대칭 구조를 살려 번역했습니다. 또 원곡의 라임을 살리기 위해 ‘mine’을 ‘말’로, ‘burn’을 ‘너’로 번역했습니다. 
 
 
날 사로잡은 너의 단어와 
You and your words flooded my senses
날 무너뜨린 너의 문장
Your sentences left me defenseless
날 위한 왕국을 세운 문단들
You built me palaces out of paragraphs
 
너의 흔적에 집착한 단어와 
You and your words obsessed with your legacy
허상에 흩어지는 문장
Your sentences border on senseless
의심과 불안 속 무너진 문단들
And you are paranoid in every paragraph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전공 및 업무 특성상 공연을 좋아하거나 공연계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 꽤 많은 분들이 저희 채널을 구독하고 계시더라고요. 운영진 중 한 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뮤지컬 제작사에 면접을 봤는데, ‘방구석 브로드웨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어필이 되어 취업에 성공했어요. 유명 유튜버에 비해 조회 수나 구독자 수가 많지 않아도 알만한 분들은 다 우리 채널을 알아주시는구나 싶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글로 42번가’ 참가자와는 영상 제작을 마친 후에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한 참가자가 직장인 뮤지컬 동호회에서 올리는 공연에 초대해 주신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덧붙여 『더뮤지컬』의 애독자로서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것도 무척 기쁩니다!
 
 
운영진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콘텐츠와 구독자의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각각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한 ‘한글로 42번가’가 가장 애착이 갑니다. 다른 채널과 차별화된 콘텐츠이자 구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예상외로 구독자에게 인기 있었던 콘텐츠는 주제별 추천 뮤지컬 넘버를 묶은 ‘뮤지컬 플레이리스트’입니다. 구독자를 대상으로 해외 뮤지컬 넘버에 한글 자막을 단 영상을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물었는데, 답변자의 약 40%가 뮤지컬 플레이리스트를 꼽았어요. 지금은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고 있지 않지만, 기회가 되면 더 좋은 플레이리스트로 돌아오겠습니다.
 
 
운영상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뮤지컬 넘버의 저작권을 저희가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 운영만으로는 어떠한 수익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금전적인 대가 없이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일이죠. 마음 같아서는 뮤지컬배우를 섭외해 신인 작곡가의 뮤지컬 넘버를 불러주는 프로젝트도 하고 싶고, ‘한글로 42번가’ 참가자들과 갈라 콘서트도 열고 싶지만, 수익이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큰 제작비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채널 운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운영진 모두 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일이 바쁘다 보니 전처럼 콘텐츠 제작에 시간을 쏟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래도 ‘방구석 브로드웨이’는 저희의 자부심이 담긴 채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힘을 합쳐 열심히 해나갈 겁니다.
 
 
유튜브 채널 개설 당시와 현재, 운영 목표에 변화가 생겼나요? 
 
‘방구석 브로드웨이’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누구나 쉽게 해외 뮤지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최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저희 스스로 다양한 뮤지컬을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죠. 하지만 올해 초 구독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자연스레 구독자가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채널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이 커졌습니다. 앞으로는 해외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중적인 뮤지컬, 혹은 창작뮤지컬과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에는 변함이 없어요. 국내와 해외,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뛰어넘어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목표 말이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5호 2023년 6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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