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는 배우가 상상한 결말 이후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코너이다.
이 글은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 해웅 역을 맡은 이주순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해웅과 옥희가 독립군에게 은행 증서를 전달하기 위해 상해로 떠난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형, 잘 지내? 이 편지가 무사히 형에게 닿았는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갈까 봐 걱정스럽지만, 내가 상해에서 형에게 증서를 전달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행운이 함께하길 빌어. 형을 만나면 묻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긴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우린 다시 헤어져야 했지. 상해에서 형을 찾아다니다가 생각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급박한 상황에서 형을 돕게 되었을 때만 해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몰랐어. 이제야 나도 형과 친구들이 하고 있는 멋진 일을 어떤 형태로든 함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 여전히 왜 형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궁금하지만, 언젠가 둘이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형과 헤어진 뒤 나는 조선으로 돌아왔어. 내 걱정은 하지 마. 나에겐 아주 힘센 친구가 생겼으니까. 사실 이 친구와는 상해까지만 함께 갔다가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못했어. 친구의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거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친구가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 때문에 마음 편히 떠나질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친구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도와주기로 약속했어. 우리는 친구의 부모님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셨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친구가 어린 시절 배수환이라는 사람에게 맡겨졌는지 알아보려고 해.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형 말대로 그냥 막연한 믿음을 가져보려고. 서로에 대한 막연한 믿음만 있다면 어떠한 난관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6호 2023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