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이벤트에 대한 관객의 다양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마련했다.
본 설문 조사는 <더뮤지컬>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 지난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여느 때보다 많은 4천여 명의 응답자가 설문에 참여해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이벤트가 현재 얼마나 뜨거운 이슈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희소성있는 기념품
앞선 기사에서 제작사 관계자는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이벤트가 매출 향상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많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설문 조사를 통해 관객이 다른 이벤트보다 폴라로이드 증정 이벤트를 더 선호하는지 알아보았다. 대표적인 관객 대상 일일 이벤트를 보기로 제시하고 응답자에게 가장 선호하는 이벤트를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뜻밖에도 폴라 데이를 선택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1위 스페셜 커튼콜 데이가 69%의 응답자에게 선택받은 데 비하면 훨씬 적은 수치다.
하지만 여타 한정판 굿즈 증정 이벤트와 비교하면 폴라 데이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어지는 문항에서 제작사가 일일 이벤트로 증정하는 한정판 굿즈 가운데 대표적인 아이템을 보기로 제시하고 무엇을 가장 소장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 결과 폴라로이드 사진(38%)이 전통적으로 뮤지컬 마니아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실황 OST(82%) 다음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친필 사인이 포함된 굿즈나 포토카드 등 배우와 관련된 다른 굿즈에 비해서도 선호도가 높았다. 배우의 사진이 들어간 여타 굿즈보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더 선호하는지 직접적으로 묻자 64%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주관식 답변을 통해 확인한 그 이유는 명확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희소성” 때문이다.
다관람 혜택 VS 폴라 데이
과거에는 배우 폴라로이드 사진이 다양한 증정품 가운데 하나로 소량만 증정되거나, 작품에 깊은 애정을 지닌 관객에게 더 큰 혜택을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다관람 혜택으로 증정되었다. 특별히 운이 좋거나 여러 번 공연을관람하지 않으면 손에 넣기 어려운, 그야말로 희소성 있는 아이템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벤트 기간 내 유료 관람자 전원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증정하는 폴라 데이 이벤트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관객이 비교적 쉽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설문 결과에서도 폴라 데이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얻게 된 경로 1위(85%)를 차지했다.
하지만 선호하는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방식을 묻자 다관람 혜택(61%)이 폴라 데이(9%)를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설문 참여자 대부분이 반복 관람 성향을 지녔다는 점에서 일견 당연한 결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들이 다관람 혜택을 선호하는 데에는 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주관식 문항으로 다관람 혜택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원하는 배우의 사진을 지정해서 받을 수 있어서”, “폴라 데이의 경우 작품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폴라로이드 사진 수집을 목적으로 티켓을 사는 관객이 존재해서”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반면 폴라 데이를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공통적으로 “여러 번 공연을 보지 않아도 1회 관람으로 확실하게 사진을 얻을 수 있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다관람 혜택의 경우 평균 6~9회 공연을 관람해야 폴라로이드 사진을 받을 수 있는데, 폴라로이드 사진은 갖고 싶지만 그 정도로 여러 번 공연을 보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소수이지만 온전히 운에 의해 당첨자가 결정되는 럭키 드로우를 가장 선호한다는 관객(2%)도 존재했다. 그중 한 응답자는 “폴라 데이는 경쟁률이 높아 티켓팅이 힘들고, 다관람 혜택일 경우 보상 심리로 기대치가 높아져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받으면 속상하다. 반면 럭키 드로우를 통해 폴라로이드 사진을 얻으면 행운이 찾아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방식으로서 다관람 혜택과 폴라 데이 사이에는 ‘공연을 몇 번 봐야 하느냐’ 말고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다관람 혜택일 경우 관객이 원하는 배우의 사진을 지정해서 받을 수 있지만, 폴라 데이는 당일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의 사진을 랜덤으로 증정한다. 자연히 폴라 데이가 늘어날수록 좋아하는 배우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얻기 위해 관객끼리 사진을 맞바꾸는 교환 문화도 활성화되었다. 설문 응답자의 과반수인 58%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다른 관객과 교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금전 거래는 암묵적으로 금기시되고 있으나, 응답자 가운데 20명은 “대가를 주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구매했다”라고 답해 드물지만 단순 교환이 아닌 이익을 노린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앞서 다관람 혜택을 통한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응답자군은 “폴라 데이의 경우 작품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폴라로이드 사진 수집을 목적으로 티켓을 사는 관객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객이 어떤 조건을 고려해 폴라 데이 공연 예매를 결정하는지 설문을 통해 알아보았다. 제시된 조건하에 폴라로이드 사진을 얻기 위해 다관람을 하거나 폴라 데이 공연을 예매할 의향이 있는지 묻고 각각의 응답 수치를 비교했다. 양쪽 모두 작품보다는 배우에 대한 관심이 다관람 또는 예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수치에는 차이가 있었다. 다관람 혜택의 경우 “좋아하는 작품일 경우 그렇다”(14%)라고 답한 응답자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할 경우 그렇다”(20%)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폴라 데이의 경우 “좋아하는 작품일 경우 그렇다”(6%)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일 경우 그렇다”(36%)라고 답한 응답자가 6배가량 많았다. 드물기는 하지만 “작품이나 출연 배우에 상관없이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도 폴라 데이(1%) 쪽이 다관람 혜택(0.5%)보다 2배가량 많았다.
갖고 싶은, 그러나 만족하기 힘든
관객이 배우 폴라로이드 사진을 얻기 위해 관심 없는 공연을 예매한다 한들, 그게 왜 문제인지 의아하게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폴라 데이가 진행되는 방식에 이해가 필요하다. 응답자에게 제작사의 폴라 데이 진행 방식에 불만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묻고 보기 중 공감하는 내용을 모두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티켓 오픈 후 이벤트 일정이 공지되어 예매에 불편을 겪는다”라는 항목이 가장 많은 응답자(72%)의 공감을 샀다. 보통 폴라 데이 진행 일정은 티켓 판매가 시작된 다음 이벤트 기간 1~2주 전에 불시 공지되고, 공지와 동시에 빠르게 해당 기간의 티켓이 매진된다. 그래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얻고 싶어도 이벤트 소식을 늦게 접하면 예매 기회를 놓치기 쉽다. 사전에 계획한 공연 관람 일정을 이벤트 일정에 맞춰 재조정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응답자의 주관식 답변을 살펴보니 폴라로이드 사진에 관심이 없는 응답자 역시 같은 보기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폴라 데이 이벤트가 진행되리라 예상하여 미리 티켓을 여러 장 사두었다가 예상이 빗나가면 예매를 취소하는 일부 관객으로 인해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기간에 공연을 관람하고자 했던 다른 관객이 피해를 입는다”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2021년 <와일드 그레이> 초연 당시 일부 관객들이 저렴한 S석을 미리 사들였다가 그 시기에 폴라 데이가 열리지 않으면 공연 직전 티켓을 취소하는 사태가 반복되어 공분을 샀다. 당시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티켓에서 사이버 머니 ‘S머니’를 사용해 티켓을 예매하면 수수료 없이 티켓을 취소할 수 있었는데, 관객들이 이를 티켓 사재기에 악용하는 바람에 <와일드 그레이>에 한해 S머니 결제를 막기도 했다. 이후 다른 공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였고, 2022년 5월 티켓 예매 시 S머니 결제 서비스가 완전히 중단되었다.
한편, 보기에 제시된 내용과 반대로 “티켓 오픈 전 이벤트 일정이 공지되어도 예매에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는 기타 의견을 낸 응답자(61명)도 있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노리고 평소보다 많은 관객이 티켓팅에 참여하면서 좌석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폴라로이드 사진보다 공연 관람 그 자체를 원하는 관객이 먼저 예매할 수 있도록 티켓 오픈 후 폴라 데이 일정을 공지하는 방식이 더 낫다”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제시된 다른 보기에도 과반수의 응답자가 공감을 표했다. 랜덤 증정 방식에 불만을 표한 응답자는 64%, 폴라로이드 사진의 품질에 불만을 표한 응답자는 55%에 달했다. 이벤트를 위해 대량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다 보니 서로 비슷한 구도의 사진, 흐릿한 사진, 배우가 공연과 무관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많다고. 한 응답자는 “사진이 비슷비슷한 데다 잘 나온 사진을 뽑기도 힘들어 폴라로이드 사진 특유의 장점인 희소성이 유명무실해졌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러한 설문 결과는 폴라 데이 티켓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원하는 배우의 사진, 만족스러운 품질의 사진을 손에 넣을 확률을 높이려면 티켓을 여러 장 사야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기타 의견으로 “관객 전원이 아닌 일부에게만 사진을 증정하는 일명 ‘폴라 줄까 말까 데이’는 지나친 사행성 이벤트다”, “관계자가 지인에게 먼저 이벤트 일정을 유출하거나 좋은 사진을 따로 챙겨준다. 특히 관객이 직접 사진을 뽑아가도록 하는 대신 티켓 봉투에 미리 넣어둔 경우 지인 챙기기가 의심된다”, “폴라 데이가 진행되는 날은 평소보다 티켓 수령 대기 줄이 길어지고, 서로 사진을 교환하려는 관객들로 로비가 혼잡하다. 이벤트 기간에만 티켓 박스 오픈 시간을 앞당기는 등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불만 사항이 공통적으로 눈에 띄었다.
주객전도를 바로잡아야 할 때
다음으로 좀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폴라 데이 이벤트에 문제의식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무려 90%에 달하는 대다수의 응답자가 “사진만 노리고 티켓을 여러 장 사는 관객으로 인해 다른 관객이 관람 기회를 잃는다”라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폴라로이드 사진 수집에 열중하는 일부 관객이 여러 장의 티켓을 예매한 뒤 사진만 챙기고 정작 객석은 비워둔다는 것이다. “폴라 데이 진행 기간에는 대체로 좌석이 매진되지만, 막상 극장에 가보면 빈 좌석이 눈에 띈다”라는 응답자의 증언이 쏟아졌다.
일부 응답자는 “공연계 폴라로이드 사진 교환 문화가 인기와 희소성에 따라 시세가 매겨지는 아이돌 포토 카드 시장처럼 발전”하면서 티켓 사재기 현상이 더욱 과열되었다고 지적했다. “인기 배우의 사진 한 장은 다른 배우의 사진 여러 장과 등가 교환된다. 그래서 보고 싶은 공연이 아니어도 교환을 목적으로 무조건 폴라 데이 티켓을 사재기하는 관객이 생긴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공연을 추억하기 위한 기념품에 머물지 않고 화폐처럼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관객이 자체적으로 폴라로이드 사진 복사본을 만들어 교환에 이용하거나,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판매하는 걸 보았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이처럼 “관객이 사진을 개인 소장하지 않고 사익 추구에 이용”하는 점을 문제로 꼽은 응답자는 36%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배우의 팬덤에 의존해 판매 부진을 쉬이 해결하려는 제작사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응답자의 67%는 “제작사가 배우의 팬덤에 의존해 지나친 다관람을 유도한다”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응답자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도 원하는 사진을 얻을지 확신할 수 없는 폴라 데이 이벤트는 일종의 도박과 다를 바 없다. 도박은 한 번 중독되면 그만두기 힘들다. 젊은 관객들이 이러한 마케팅에 휘둘려 과소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제작사가 건강하지 못한 관극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배우의 인기에 기대는 이런 식의 마케팅은 결국 배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염려의 시선 또한 존재한다. 폴라로이드 사진 수요를 기준으로 삼아 배우의 가치를 매기고 비교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배우는 한 명의 예술가이자 인격체로 존중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35%는 “관객이 원하는 배우의 사진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진을 극장에 버리고 가거나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교환 글을 올릴 경우 이를 발견한 해당 배우가 불쾌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몇몇 응답자는 “원하는 배우가 아닌 다른 배우의 사진을 뽑으면 극장 로비에서 큰소리로 불만을 표하기도 하는데, 해당 배우는 물론 그 배우를 보러 온 다른 관객에게도 실례되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기타 의견으로 다량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야 하는 배우가 느낄 과도한 부담감과 피로감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부수적인 업무가 많아지면 무대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일에 집중하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다.
이번 설문 조사의 주관식 응답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주객전도’였다.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배우의 인기에 편승해 티켓을 판매하려는 제작사, 공연 관람보다 폴라로이드 사진 수집을 통해 만족을 얻으려는 관객이 기형적인 관극 문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측 모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한 응답자가 남긴 다음의 솔직한 고백은 제작자와 관객 모두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좋아하는 배우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갖고 싶어 억지로 더 많은 공연을 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관극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다. 원하는 사진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관극 만족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더 이상 폴라 데이에 돈을 쓰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이번에는 좋아하는 배우의 사진을 손에 넣을지 모른다는 유혹 앞에서 그 다짐은 매번 무너진다. 이러한 고민에 시달릴 필요 없이 마음 편히 관극의 기쁨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다.” 또 다른 응답자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관객은 많지만, 거꾸로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하는 관객이 드물다는 점을 상기하면 충분히 끊을 수 있는 굴레”라며 제작사가 먼저 나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향한 관객의 과열된 열망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이벤트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국내 뮤지컬 시장이 배우의 팬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뮤지컬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과연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 이벤트가 현재와 같이 유지되어도 좋은지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7호 2023년 8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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