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가 등장하는 영상 콘텐츠는 주로 공연 제작사에서 작품 홍보를 위해 제작한다. 그 내용도 대부분 간단한 게임을 곁들인 인터뷰나 연습실∙백스테이지 브이로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팜트리아일랜드의 자체 콘텐츠 <인터미션>은 이러한 판도를 흔들며 등장했다. 공연 제작사나 방송 매체에 기대지 않고 소속사가 직접 자사 소속 배우가 출연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이다. 팜트리아일랜드의 조은원 콘텐츠개발팀 실장을 만나 <인터미션>의 제작 과정을 들어보았다.
작품이 아닌 배우를 알린다
팜트리아일랜드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 김준수가 2021년 설립한 매니지먼트사다. 김준수 외에도 김소현, 정선아, 손준호, 진태화, 서경수, 양서윤까지 총 7명의 뮤지컬배우가 소속되어 있다. <인터미션>은 이들 전원이 출연하는 예능 콘텐츠다. 공연 중간에 주어지는 휴식 시간을 뜻하는 제목처럼, 뮤지컬 관련 소재를 다루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상을 지향한다.
조은원 콘텐츠개발팀 실장은 신생 매니지먼트사로서 팜트리아일랜드만의 특별함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한 끝에 자체 제작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였다고 밝혔다. “시류를 고려했을 때 영상만큼 접근하기 쉽고 파급력이 큰 콘텐츠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존에 공연 제작사가 선보인 영상 콘텐츠가 작품 홍보에 주력했다면 우리는 소속 배우를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게 다른 점이다. 경력과 인지도에 상관없이 모든 배우에게 골고루 비중이 돌아가도록 노력했다.”
팜트리아일랜드는 지난 7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터미션> 시즌1 영상을 공개했다. 15분 내외 길이의 에피소드 다섯 편을 일주일 간격을 두고 연달아 업로드했다. 시즌1은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를 모티프로 삼아 ‘절대 웃으면 안 되는 워크숍’이라는 콘셉트로 촬영했다. 다양한 게임으로 워크숍을 즐기되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면 안 된다는 규칙을 세우고, 가장 많이 웃은 배우에게 <웃는 남자>의 뮤지컬 넘버를 버스킹으로 선보이는 벌칙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배우들의 매력과 케미가 드러나면서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콘셉트의 밑바탕에는 소속 배우를 알린다는 뚜렷한 목표가 깔려있다. “첫 시즌인 만큼 배우들을 잘 모르는 시청자에게도 각 배우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포맷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처럼 배우들끼리 어울려 즐기는 워크숍 콘셉트를 취했다. 좋아하는 배우를 보러 왔다가 다른 배우의 매력을 알아간다는 댓글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드라큘라> <엑스칼리버>처럼 소속 배우 여럿이 함께 출연한 작품 대신 정선아 배우 혼자 출연한 작품 <웃는 남자>를 첫 시즌의 모티프로 삼은 이유도 “배우보다 작품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온라인 콘텐츠이지만 오프라인 이벤트와 연계해 배우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인터미션>의 독특한 점이다. 지난 6월 25일, 워크숍에서 가장 많이 웃은 진태화 배우는 <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으로 분장하고 뮤지컬 넘버 ‘그 눈을 떠’를 부르는 버스킹 벌칙을 수행했다. 장소는 뮤지컬 관객이 많이 모이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었다. “뮤지컬배우의 강점인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버스킹을 벌칙으로 정했다. 기왕이면 뮤지컬의 중심지 대학로에서 진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벌칙을 수행하지 않는 나머지 배우들도 진태화 배우를 응원하기 위해 대학로로 총출동했다. 평소 대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이 응원 슬로건을 들고 대학로를 가로지르는 진풍경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버스킹은 사전 홍보를 하지 않고 당일 깜짝 이벤트로 이뤄졌지만, 현장에는 순식간에 구름 떼 같은 관중이 모였다. 이는 곧 입소문 효과로 이어졌다. “당시는 <인터미션>이 공개되기 전이라서 현장에 모인 분들이 무슨 촬영인지 궁금해했다. 그 자리에서 팜트리아일랜드 자체 콘텐츠를 위한 촬영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홍보가 이루어졌다.”
소속사만이 할 수 있는 일
<인터미션>이 화제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방송 매체 못지않은 전문적인 촬영·편집 수준 때문이다. 양질의 영상을 선보이기 위해 팜트리아일랜드는 세븐틴의 <고잉 세븐틴>을 비롯해 아이돌 자체 콘텐츠를 다수 작업한 영상 제작 업체와 손잡았다. 촬영에는 카메라 20~30대가 동원됐고, 배우들이 숙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해 총 12시간 가까이 워크숍 촬영을 진행했다. 편집본에는 각종 인터넷 밈을 활용한 자막을 더해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영상 제작진이 뮤지컬 장르와 각 배우의 특성에 대해 소속사 직원만큼 잘 알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양측이 수많은 회의를 거쳐 함께 구성을 다듬어나갔다. “게임을 하더라도 제시어를 뮤지컬 톤으로 설명하는 ‘송스루 스피드 퀴즈’, 몸짓만 보고 뮤지컬 제목을 맞추는 ‘몸으로 말해요’처럼 뮤지컬과 관련된 요소를 녹여내려고 애썼다. 또한 배우의 주량부터 좋아하는 음식까지 소속사만 알 수 있는 사소한 정보를 미리 제작진에 전달해 촬영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했다.”
쟁쟁한 뮤지컬배우를 한자리에 모아 예능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가 소속사가 아니면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7명의 배우는 워크숍 촬영에만 온전히 하루를 투자했는데, 이는 소속사가 3개월 전부터 촬영 일정에 맞춰 배우들의 스케줄을 조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조은원 실장은 강조했다. “배우와 소속사 직원 사이에 이미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소속 배우들끼리도 서로 친하기 때문에 쉽게 출연을 설득할 수 있었다. 과감한 벌칙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배우들이 흔쾌히 나서준 덕분이다.”
팜트리아일랜드는 <인터미션> 시즌1의 호평에 힘입어 빠르게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조은원 실장은 “배우들의 케미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 시즌1과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를 준비 중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8호 2023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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