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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일 테노레> 서경수, 작고 완벽한 세상

글 |이솔희 사진 |오디컴퍼니 2024-04-05 2,511

뮤지컬 <일 테노레>는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 그와 함께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 이수한 세 사람을 통해 어두운 시대 속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지난 2월 초연의 막을 내린 후 3월 29일부터 연장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윤이선 역을 맡은 서경수는 내성적이었던 인물이 오페라를 만난 뒤 점차 성장하는 과정을 순수하면서도 단단하게 그려내 호평받고 있다. <일 테노레>를 만난 뒤, 무대라는 ‘작고 완벽한 세상’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는 그는 매일 벅찬 행복을 가슴에 품고 무대에 선다.

 

<일 테노레>가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윤이선과 재회한 기분이 어떤가요.

정말 행복하고, 감개무량해요. <일 테노레>를 만나고 행복의 너비가 넓어졌다고 느껴요. 너무 행복해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행복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에서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제가 이 작품을 통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실제로 성장을 체감하는 것도…. 그냥 모든 것이 좋아요.

 

<일 테노레>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제작사로부터 오디션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성악을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하시길래, 저는 성악을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냥 흉내만 내다가 끝날 것 같다고, 잘 해낼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두려움이 앞서서 적극적이지 못했던 거죠. 그래도 기회를 주셨으니 우선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레슨도 받고요. 그렇게 오디션을 봤고, 감사하게도 제 가능성을 보고 저를 선택해 주셨어요.

 

 

 

<일 테노레>에서 윤이선은 우연히 오페라를 접한 후 테너로 거듭나는 인물이잖아요. 성악 실력을 키우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겠어요.

많은 분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여러 선생님을 만났고, 같은 역을 맡은 홍광호, 박은태 배우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죠. 김주택, 최재림, 고은성 등 도움을 준 동료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사실 초연 당시에 저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걱정했던 시기가 있어요. 개막 초기에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욕심이 나기 시작한 거죠.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서요. (웃음) 관객분들은 느끼지 못하는 차이였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어떻게든 더 좋은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했어요. 그래서 더 많이 노력했고, 차근차근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다시 제 소리에 만족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사실, 지금도 100% 만족하는 건 아니에요.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만족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고, 계속 채찍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노래 외에 더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요.

노인의 모습으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참고했어요. 주로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을 관찰했죠. 주변 배우들에게 자문을 얻기도 했고요. 하지만 노인을 ‘흉내 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관객분들에게 정말 ‘노인 윤이선’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모습이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 외에는 대본 자체가 정말 탄탄하고 명료해서 제가 더 고민할 게 없었어요. 흐르는 이야기에 몸을 맡기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심장이 뛰고 감정이 표출되는 작품이에요.  

 

극 중에도 등장인물들이 오페라 무대를 ‘작고 완벽한 세상’이라고 표현하며 무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일 테노레>가 경수 씨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작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해당 장면을 연기할 때도 마음이 남다르겠어요.

그 장면에서 정말… 정신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웃음) 물론 이선으로서도 벅찬 순간이지만, 그 장면의 상황, 선율, 가사 전부 인간 서경수를 자극해서 울컥해요. 작으면 작고, 크다면 큰 뮤지컬 무대에서 관객분들을 만나고, 관객분들은 공연을 통해 각기 다른 무언가를 느끼시고, 심지어는 같은 공연에 또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극 중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 제가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 테노레>가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어요.(웃음) 그럼 경수 씨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인간 냄새가 나는 작품, 심장을 울리는 작품이요. <일 테노레> 공연을 할 때 심장이 간질거릴 때도 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덧붙여, <일 테노레>는 무대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작품이에요. 여러모로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죠.

 

<일 테노레>가 경수 씨에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을 꼽아보자면요.

<일 테노레>를 만나서 무대를 더 사랑하게 됐고, 동료의 소중함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됐고…. 하나 더 감히 말씀드리자면, 배우로서 능력치의 발전도 가져다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계획이에요. 한 마디로, <일 테노레>는 성장에서 오는 행복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지금 경수 씨가 꾸는 꿈은 무엇인가요.

현재를 이어가는 것. 이대로만 살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요. 더 나아가서, 동료들에게 함께 하면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특히 저는 상대방을 중심에 두고 연기하지 않으면, 캐릭터에게 진실한 감정이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도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 상대방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전 절대 동료들을 외롭게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을 기만하면서 관객분들에게 행복을 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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