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애나엑스> 국내 초연이 지난 1월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실존 인물 애나 소로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애나엑스>는 뉴욕 사교계를 뒤흔든 사기극을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2021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부유한 상속녀라는 가짜 배경으로 자신을 포장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애나 역은 최연우, 한지은, 김도연이 맡는다. 애나에게 매료되지만 점차 진실을 알아가며 혼란을 겪는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 아리엘 역에는 이상엽, 이현우, 원태민이 캐스팅됐다. <데스트랩> <올드위키드송> 등을 선보인 김지호 연출이 함께하며, 극작 번역은 황석희 번역가가 맡았다.
김지호 연출은 <애나엑스>가 단순히 실존 인물인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김지호 연출은 “인물의 범죄 행위보다는 그 사람이 상징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의상을 단조롭게 표현하는 등 인물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절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하나의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애나엑스>가 애나 소로킨 사건을 그 자체로 소비하는 작품이 아닌 그래서 저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 사람 같은 모습은 없을까, 그럼 우리는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길 바란다.”며 “이 작품을 본 후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 SNS 속 단편적으로 편집된 일상을 소비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진짜 맥락을 찾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애나엑스>에서 애나는 방백 장면에서 자기 자신을 ‘너’라고 지칭하고, 모든 대사를 현재형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화법을 쓴다. 이에 대해 황석희 번역가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현재형으로 말함으로써 애나가 현재에도 자신의 서사를 자기가 창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관객들로 하여금 사실과 인지 사이를 흐릿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자신이 서술하는 인물과 실제 자신을 떼어놓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연, 이상엽, 원태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다. 김도연은 “배운 점이 굉장히 많다. 관객분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는 게 새롭다. 처음에는 관객분들과의 경계가 느껴졌는데,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분들과 소통하고,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신기했다. 관객분들과 연결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무대에 선 소감을 전했다.
이상엽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시기였는데, 좋은 기회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감사하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100분 동안 오롯이 아리엘로서 서 있어야 한다는 게 어색하고 쉽지 않았는데, 관객분들이 주는 힘이 있더라.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의 힘을 받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에 이어 연극 무대에도 도전하게 된 원태민은 “뮤지컬에 처음 도전했을 때 무대만의 희열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상대 배우를 믿으며 무대를 온전히 채워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긴장됐는데 점점 기분 좋은 긴장감이 됐다. 그래서 연극에도 도전하게 됐다. 첫 연극이 <애나엑스>라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참여 소감을 이야기했다.
한지은은 ”연극이 제게 소중한 장르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장르에 따라 연기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무대는 연기에 대해 넓은 시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배움의 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소감을 전했다.
최연우는 ”뮤지컬을 많이 해왔는데, 어느 순간 무대가 편해지고, 작업 과정에서도 편안함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로운 자극, 새로운 사람이 필요한 때라는 고민을 할 때 <애나엑스>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 쉽지 않은 작업 과정이었지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을 많이 썼다. 고민과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눠서, 의미가 남다른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사운드 인사이드>에 이어 두 번째로 연극에 참여하는 이현우는 ”첫 연극을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임하는 마음가짐,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많이 배웠다. 배우들이 생각을 합쳐 작품을 만들어 가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도 트리플 캐스팅이 되어 다른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탄탄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오는 배움과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연극 <애나엑스>는 오는 3월 16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