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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칼럼] 중소극장 뮤지컬의 활황을 맞이하여

글 |최승연(뮤지컬 평론가) 사진 |아이스톡 2025-02-28 2,257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가 매월 주목할 만한 뮤지컬계 이슈를 심도 있게 들여다봅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발표에 의하면 2024년 한국 뮤지컬은 총 4,651억 원의 티켓판매액을 기록하며 전년도 대비 1.3% 소폭 성장을 보였다. 공연건수와 티켓예매수는 전년도에 비해 줄었으나 공연회차와 티켓판매액이 증가하며 보인 결과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작품은 모두 서울의 1,000석~5,000석 미만의 대극장에서 공연된 것으로서 전체 31%의 판매 비중을 차지했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과 샤롯데씨어터를 양대 산맥으로 하여 디큐브링크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 작품들로만 채워졌다.

 

티켓 가격이 높게 책정된 인기 있는 대극장 공연이 시장의 파이를 크게 차지하는 것은 산술적으로 당연한 이치다. 또한 이 현상은 그동안 꾸준히 지속되어 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보다 올해 주목할 것은 상위 10개 작품의 판매 비중 추이다. 사실 2024년 31%라는 수치는 근 5년 사이에 꾸준히 감소한 결괏값이다. 2020년 50%, 2021년 36.9%, 2022년 34.6%, 2023년 31.2%로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보인다.

 

이러한 수치를 대극장 공연이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현상이 있다. 1000석 이하의 중소극장 공연이 티켓판매액의 비중을 높이며 더욱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중소극장 공연은 코로나 이후인 2022년부터 급격하게 상승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 2~3년 사이에 10주년 이상 지속되는 대극장 레퍼토리들이 계속 늘어나는 반면, 흥행에 성공하는 신작이 매우 적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25년 올해 30주년인 <명성황후>, 29주년 <브로드웨이 42번가>, 25주년 <베르테르>, 21주년 <맘마미아>, 12주년 <위키드>, 2024년~2025년 시즌 20주년이 된 <지킬 앤 하이드>, 2024년 24주년 <시카고>, 15주년 <영웅>, 10주년 <프랑켄슈타인>, <킹키부츠>, 그리고 2023년 10주년 <레베카>, <그날들> 등의 스테디셀러가 지속되고 있으나 흥행한 신작은 2024년 <베르사유의 장미>, 2023년 <멤피스>, <베토벤>, 2022년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전부다. 위의 신작들이 향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러 전략과 선택이 필요할 것이며, 무엇보다 관객의 자발적인 호응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데스타운> 2024년 서울 재연이 2024년 총결산 티켓판매액 상위 5위에 랭크되어 있음은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2021년 초연은 코로나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재연부터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극장 신작의 활황

이렇듯 대극장 공연이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반면, 중소극장 공연들은 더욱 기치를 올리며 다양한 신작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예정되어 있는 중소극장 신작은 매년 초에 공연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을 포함하여 약 30편 정도다. 그런데 이 전체 라인업에서 한 가지 특징적인 현상이 발견된다. 신규 혹은 기성 제작사들이 중소극장 신작 뮤지컬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극과 전통 공연을 주로 제작하던 제작사들이 뮤지컬 제작으로 사업을 전환하거나, 기존 사업에 더하여 뮤지컬 제작으로 작업 모델을 확장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먼저, 쇼노트는 근래 대학로 중소극장 뮤지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관여하다 2025년 <데카브리>(9월)로 신작을 내놓는다.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2022)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주로 연극을 제작하던 엠비제트컴퍼니의 행보도 주목된다. 올해 엠비제트컴퍼니는 <아나키스트>(1월~4월), <조선의 복서>(9월~11월), <프라테르니테>(10월~2026년 1월)까지 세 편의 신작을 선보이며, <히드클리프>(2021) 이후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모양새다. 창작 지원사업의 결과물을 선택하여 신작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한양대학교에서 주관하는 2023년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의 창작 뮤지컬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한국뮤지컬협회 주관 2024 뮤지컬 융합 창작랩(MU: LAB) 쇼케이스까지 마친 <조선의 복서>, CJ문화재단 2023 스테이지업 창작 뮤지컬 부문 선정작 <프라테르니테>가 하반기 라인업을 채웠다. 이는 뮤지컬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행보다.

 

이모셔널씨어터의 작업도 흥미롭다. 다양성을 지닌 공연 생태계 구축을 궁극적인 목표로 놓고 있는 오필영 대표는 올해부터 아트웍 작업에서 확장하여 뮤지컬 제작에 나선다. <수레바퀴 아래서>(2022)에서부터 연출가로 변신한 박한근과 함께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4월~6월), 1인 록 콘서트 형식 <보이스 오브 햄릿>(5월~6월), <초상가면 스튜디오>(11월~2026년 1월)를 올린다. 글로벌 콘텐츠 창작소를 표방하며 주로 전통 관련 공연을 제작했던 이비컴퍼니 역시 뮤지컬 제작으로 전격 시동을 건다. <이매지너리>(4월~7월)와 하반기 작품 <낙원>과 <설공찬>까지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딤프, 중구문화재단, KT&G의 뮤지컬 지원사업을 거친 신작들이다.

 

제작사 자체 리딩 워크숍의 부각

이러한 중소극장 뮤지컬 제작의 활황은 당연하게도 다음의 문제와 연동된다. 가장 중요한, 신작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의 문제다. 기존 지원사업을 통해 탄생된 작품을 선택하는 방법 외에 올해 특히 부각되는 것은 제작사 자체 리딩 워크숍이 신작 개발의 플랫폼이 되는 모델이다. 대표적으로 이모셔널씨어터는 2024년부터 자사 공연 IP 개발 프로젝트인 ‘랩퍼토리’를 런칭하고 작품의 창작 및 개발 단계부터 리딩 공연, 이후 본 공연까지 지원하는 회사 자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인극을 제외하고 올해 공연되는 두 작품은 모두 2024년 1회 당시 비공개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던 6개 작품 중에서 선택되었다. 2025년 1월에 개최된 2회 워크숍에서는 총 4작품을 선보였는데, <카인>, <마이 블러디 보드카>, <검은 개를 그리는 방법>, <메이데이>였다. 향후 자체 개발, 제작까지 전부 책임지는 공연 플랫폼으로 이모셔널씨어터의 지향점과 스타일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궁금한 대목이다.

 

오차드뮤지컬컴퍼니의 행보도 주목된다. 2025년 1월 오차드뮤지컬컴퍼니는 ㈜자유문화발전소의 주최 하에 ‘무대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리딩 쇼케이스를 주관했다. 작/연출 정찬수, 작곡 이유정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작/연출 배시현, 작곡 강철의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두 편이 본 쇼케이스를 통해 시작됐다. 73컴퍼니 백시현 대표와 함께 CJ아지트 대학로 극장을 운영하게 된 허강녕 대표는 극장명을 ‘극장 온’으로 바꾸고 신작 개발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인데, 리딩 쇼케이스의 결과에 따라 극장 온으로 흡수될 수 있는 본 공연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인간의 뇌를 제외하고 몸이 전부 기계로 대체되는 미래에 마지막 인간 유진을 통해 무엇이 인간다움인가를 질문하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삼형제의 비극을 ‘보도연맹’이라는 매우 어려운 소재로 풀어낸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가 적절한 시기에 딱 맞는 옷을 입고 탄생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해결되지 못한 현대사의 굴곡을 다큐멘터리적 감각으로 날카롭게 지적한 <홍련> 배시현 작가의 뚝심이 공연으로 완성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이 올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네버엔딩스토리가 주관하는 뮤지컬 리딩 쇼케이스 ‘넵플릭스(N.E.P.FLIX)’는 2024년 3회차에 접어들었으며 17명의 창작진들이 모였던 낭만바리케이트의 뮤지컬 낭독회 ‘작곡열전’도 2023년에 이미 시행된 바 있다. 창작진들에게 아이디어를 펼칠 장을 형성하고 제작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2006년부터 고성일 대표가 이끌고 있는 ‘불과 얼음’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 발표회도 근본적인 목적은 같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적 활황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중소극장 뮤지컬을 흡수할 수 있는 파이는 한정적인데 콘텐츠가 너무 많고 비대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학로를 중심으로 극장 대관과 배우 캐스팅이 힘든 현재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연의 퀄리티가 동반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관객이 고스란히 떠안으며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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