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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④] <하트셉수트> 제이민·장보람, 함께 걷는 길

글 |이솔희 사진 |맹민화 2025-03-06 1,385

2025 여성의 날 특집_<나라는 이야기>

역사 속에서 잊히고 지워졌던 여성들. 그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다시 펼쳐집니다. 우리가 몰랐던 여성의 삶을 끄집어내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오는 3월 11일 초연의 막을 올리는 뮤지컬 <하트셉수트>는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의 삶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하트셉수트의 무덤 발굴 당시 함께 발견된 한 구의 여성 미라의 존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하트셉수트>는 이집트 역사상 최고의 파라오가 되고자 했던 하트셉수트, 이집트로 인해 부모와 조국을 동시에 잃고 복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아문, 두 사람의 갈등과 운명을 다룬다. 공연 개막을 앞두고 하트셉수트 역의 제이민, 아문 역의 장보람을 만났다.

 

두 분 다 공연과 연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죠? 제이민 배우는 얼마 전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이민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했어요. 공연을 하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오랫동안 가수,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지만 오롯이 저만의 자리를 처음으로 갖게 된 거잖아요. 기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피어올랐어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뿌듯하고 벅찬 마음으로 여운을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새도 없이 <하트셉수트> 연습하느라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웃음)

 

보람 배우는 최근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요즘은 뮤지컬 <종의 기원> 무대에 서고 있고요.

장보람 제가 정말 잠깐 대학로를 떠나있었거든요? <종의 기원>(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 전에 출연했던 <룰렛>은 연남장에서 공연했고, <룰렛> 전 출연한 <베어더뮤지컬>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해서요. 반년 조금 넘는, 되게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대학로랑 멀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종의 기원> 덕분에 다시 대학로로 돌아오니까 고향에 온 기분이에요. 어느새 저에게 대학로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어느 극장에서 어떤 공연을 하든 저마다의 기쁨이 있지만, 대학로에서 연습하고,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에요.

 

두 사람에게 의외의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2007년 데뷔 동기라는 점!(웃음) 제이민 배우는 2007년 일본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장보람 배우는 뮤지컬 <애니>를 통해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제이민 그런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웃음) 이번에 <하트셉수트>를 통해 처음 만난 배우들이 많은데, 보람이를 만난 게 개인적으로 참 기뻐요. 알면 알수록 저와 닮은 점이 많더라고요. 성격도 비슷하고, 고민하는 지점도 비슷하고.

장보람 예술적 고뇌?(웃음) 저희가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언니랑 비슷하다고 느낀 게, 함께 공연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공연을 할 때 그 관계에서 오는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드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무대 위와 아래에서의 모습이 꽤 다르다는 점이에요. 무대 위의 ’제이민’이 에너지 넘친다면, 무대 아래의 ‘오지민’은 섬세하고 여린 면이 많이 보이거든요. 저도 저 스스로 배우로서의 저와 인간 장보람의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요.

제이민 보람이가 학생 때부터 성악, 무용, 연기 등 다양한 도전을 해왔던 것처럼 저도 어린 나이부터 가수를 꿈꿨고, 데뷔 후에는 일본과 한국에서 활동했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둘 다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고요. 각자 쌓아 올린 경험에서 오는 공통적인 무언가가 저희에게 있나 봐요.

 

 

<하트셉수트>는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나요?

제이민 우선, 여성 파라오 역할이라는 소개를 들었을 때 되게 새로웠어요. 동시에 ‘되게 멋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여성 파라오의 무덤에서 함께 미라로 발견된 한 여인의 이야기라는 설명을 들으니 어떤 작품일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받아 읽어봤는데,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요. 보기 드문 여성 2인극이고, 창작 초연작인 데다가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라니.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장보람 저도 언니랑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최초의 여성 파라오와 그 무덤에서 발견된 여성 미라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라니, 소재 자체가 너무 독특하고 매력적이었어요. 게다가 여성 2인극이라는 점도 제게 크게 다가왔고요. 하트셉수트와 달리 아문은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에 이 인물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됐고, 흔치 않은 여성 2인극인 만큼 얼마나 멋진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기대됐어요. 그 기대를 넘어설 만큼 좋은 작품,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행복해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실존 인물과 그 옆에서 새롭게 쓰인 가상의 인물이 등장해요. 각자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제이민 여성 파라오라는 수식어에서 오는 무게감, 그 사람이 짊어졌을 중압감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하트셉수트라는 인물에 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데, 파라오로서 오랜 시간 태평성대를 이룬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까? 숨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같은 고민도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끝없이 이어졌어요. 연습 기간에 작가님이 이 인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하트셉수트에 대한 야사가 정말 다양하고 많대요. 그의 존재에 대해서 여전히 연구 중이라고 하고요. 실존 인물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 캐릭터 자체를 잘 읽어내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장보람 저는 하트셉수트와 아문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어땠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관계성을 잘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표현뿐만 아니라 외적인 표현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 중인데요, 아문은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자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눈빛이나 표정, 행동에 어떻게 담는 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답니다.

 

이제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관객이 <하트셉수트>의 어떤 점을 더 기대해 보면 좋을까요?

제이민 작품의 모든 것?(웃음) 배우들이 몸을 정말 많이 써야 하는 작품이에요. 쉼 없이 몰아치는 넘버에, 어려운 검술에,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감정들까지…. 단언컨대 제 뮤지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예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장보람 음악이 정말 좋아요. 넘버 난도가 대체로 높은데, 특히 아문 솔로 넘버가 정말….(웃음) 2인극이라서 당연히 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작품일 거라는 각오는 했는데, 넘버나 검술 등등 에너지를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생각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배우가 힘들게 준비하는 만큼 관객분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관객분들의 눈과 귀가 즐거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제이민 무엇보다 연습실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8명 배우의 합도 너무 좋고요. 창작 초연작이다 보니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열정 가득하고 재능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지칠 타이밍이 와도 서로가 기운을 북돋아 줘서 지칠 새가 없어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한 작품에 모였나 싶을 정도예요.

장보람 정말로 누구 하나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연습하다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바닥에 나뒹굴어도 다들 신나서 웃고 있어요.(웃음) 연습실에서 ‘나 너무 재밌어‘ ‘나 너무 행복해‘라는 말이 끊이질 않아요. 배우뿐만 아니라 창작진, 스태프 모두 이 작품에 애정을 쏟고 있는 게 느껴져요. 그 기운이 관객분들에게도 닿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트셉수트>처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속 여성의 삶을 무대 위로 옮기는 뮤지컬이 꾸준하게 만들어지고 있어요. 지금 여기의 우리가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이민 제 어머니의 세대에서, 그 어머니의 세대에서, 또 그 어머니의 세대에서 세상과 맞서 싸우고, 자신을 희생해서 이뤄낸 것들이 있잖아요. 그 덕분에 지금을 살고 있는 저희가 누리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 사실들이 잊히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우리 위 세대의 여성이 우리들에게 물려준 자유를 보존해 나가야 하니까. 그게 이유 아닐까요. 배우로서는 그런 역사 속 인물들을 재조명하고, 표현함으로써 그들이 다시 한번 기억될 수 있는 기회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큰 자부심을 느껴요.

장보람 언니의 말에 덧붙이자면,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과 그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표현되는 시대잖아요. 여성이라는 한 카테고리로만 묶일 수 없는, 다양한 개인이 존재하는 시대죠. 그러니 이제는 잊히고 지워지는 여성의 이야기가 점점 더 줄어들 거라고 믿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별을 떠나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여성의 이야기가 더 늘어나길 바라나요.

제이민 지금까지의 여성 주인공은 대부분 뭔가 특별한 점이 있어야 했잖아요. 위대한 작가라든지, 업적을 남긴 과학자라든지. 그런데 이제는 좀 더 다양한 모습의 여성 캐릭터를 보고 싶어요. 선과 악이 분리된 여자, 커다란 코가 콤플렉스인 여자, 한 사람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여자…. 각자의 개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가 당연시 되는 날이 오길 바라요.

장보람 저도 언니랑 같은 생각이에요. 더 나아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기 넘치는 10대 소녀도,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하는 20대 중후반의 여성도, 중년, 노년의 여성도 모두 좋아요. 지금 공연계에 나이를 불문하고 정말 멋진 여성 배우들이 많은데, 막상 여성 캐릭터의 수가 많지 않으니 한 작품에, 하나의 캐릭터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조금 슬프더라고요.

 

공연계가 이처럼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 배우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제이민 무언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흡수해서 관객분들에게 오롯이 전달해 드리는 것. 그렇게 관객분들이 더 많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보람 아까부터 계속 언니 생각과 제 생각이 똑같아서 더 할 말이 없는데(웃음) 저도 관객분들에게 더 넓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많은 분야에 열려 있는 자세를 갖는 게 목표예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건 다 예술과 관련된 경험이었잖아요. 살아가다 보니 이 넓은 세상에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식견을 넓혀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공연계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아직 작지만, 그래서 더 커질 가능성을 품고 있는 배우라고 스스로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이민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했다 보니 사회적 경험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시간이 날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요. 그게 정말 인생의 커다란 경험치가 되어주더라고요.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서 잠시 일했던 적이 있는데, 100명의 손님이 오면 그 100명의 성격과 행동이 다 달라요. 그때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 많이 배웠고, 덕분에 작품 속 인물도 더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요즘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장보람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고민인데, 배우로서 ‘장보람’ 하면 뚜렷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는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싶었고, 어떤 캐릭터가 있으면 ‘이건 딱 보람이지‘라는 이미지를 지닌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하나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그 단점이 다르게 생각하면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장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인간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마음이 건강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 생각과 달리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는 비교적 이미지가 뚜렷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사실 아직까지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저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요.

제이민 예측불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은 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오지민이라는 여성의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그려 나가게 될지, 어떤 이벤트들이 내 삶에 등장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불안해요. 배우로서는 더더욱 두렵죠. 배우는 언제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이니까요.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이 작품 이후의 내가 어떤 배우로 살아가게 될지…. 모든 게 불안하고 두렵지만, 다행인 점은 동시에 기대도 된다는 거예요. 인간으로서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 중 저는 요즘 배우로서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살고 있는데, 배우 제이민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더 커요.

 

제이민 배우가 지난 시간 동안 뮤지컬 무대를 지켜왔고, 장보람 배우가 그 뒤를 잇고 있어요. 이제 두 사람은 함께 같은 길을 걸어 나가겠죠. 그 뒤를 이어 나갈 다음 세대의 여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장보람 살면서 확실히 느낀 건 ’버텨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최고의 방법은 아닐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내게 힘을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큰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저 변함없이 이 삶을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 살아가면서 누구든 ’내가 너무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오잖아요? 저는 삶의 파도를 견디면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모두가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제이민 <하트셉수트>뿐만 아니라 <리지>나 <라흐 헤스트>를 할 때도 동료 여자 배우들이 다들 같은 말을 했어요. ‘이 공연이 10년, 20년 롱런해야 할 텐데. 그래서 다음 세대의 여성 배우들이 꾸준히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되어야 할 텐데.‘ 그렇게 여성 배우들이 세대를 이어가면서 할 수 있는 공연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요. 또, 앞에서 보람이가 한 말과 비슷하지만, 저도 여태까지 버티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버티는 중이고, 앞으로도 버틸 거예요. 그러니 다른 분들도 지금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머물러 있다고 느낄지 언정 멈추지 않고 계속 버텼으면 좋겠어요. 내가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내 삶은 흘러가면서 나를 변화시키고 있거든요. 배우는 그 변화가 자신의 연기에 투영돼서 나올 거고요. 배우는 더더욱 ’잘’ 살아야 한다고 느끼는 게, 연기할 때 눈빛에서 다 보이거든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래서 더더욱 선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잘 버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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