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제작한 연극 <헤다 가블러>는 억압된 시대 속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 헤다의 내면을 집요하고 섬세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번에 공연되는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의 고전을 영국 연출가 리처드 이어가 현대적으로 각색한 버전으로, 영국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베스트 감독상, 베스트 리바이벌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배우 이영애의 32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영애는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 헤다 역을 맡는다.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은 김정호,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판사 브라크 역은 지현준, 헤다의 옛 연인 에일레트 역은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테아 역은 백지원,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고모 테스만 역은 이정미, 헤다의 하녀 베르트 역은 조어진이 연기한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LG아트센터는 개관 이래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국내 관객들에게 많은 예술적 영감을 줬다. 이제는 우리가 만든 작품을 세계 관객에게 보여줘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연극, 영화 등 분야를 나누지 않고 좋은 배우들이 무대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저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애 배우가 연극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언젠가 작품을 같이 한번 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우아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배우이지만 사실 굉장히 다채로운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배우이기에 <헤다 가블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이영애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키리에> <목란언니> 등 동시대의 이슈를 명료하면서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전인철 연출의 첫 번째 대극장 연출작이다. 전인철 연출은 “헨리크 입센 희곡 속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는 오랜 시간 제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삶의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저들의 힘의 근원은 무엇인가, 무엇이 저들을 행동하게 하는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립극단 역시 이번 공연과 동 시기에 다른 버전의 <헤다 가블러>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에 대해 전인철 연출은 “가장 큰 차이는 무대 공간 크기일 것이다. LG아트센터의 <헤다 가블러>는 가로 16m, 높이 10m의 거대한 세트다. 라이브 영상을 활용하여 스펙타클하게 표현되는 장면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애는 “20대 시절 <짜장면>이라는 연극을 한 적이 있다. 어려웠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그 이후로도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여성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여성과 남성, 과거와 현재를 떠나서 동시대 사람들이 분명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인 만큼 많은 분량의 대사를 외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있지만, 작품을 파고들수록 희열을 느낀다는 이영애는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지만 배우, 창작진이 하나가 돼서 작품과 캐릭터를 연구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대본을 세 번 읽을 때와 열 번 읽을 때 또 다르더라. 나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색깔이 나오는 것 같아 재미있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백지원은 “시작부터 끝까지 창작진, 배우가 한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그 작품을 무대 위에서 관객분들에게 선보이면서 관객분들의 숨소리로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무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LG아트센터의 <헤다 가블러>는 오는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