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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비스티 보이즈> 김종구 [No.131]

글 |나윤정 사진 |김호근 2014-08-13 7,495
내 안의 새로운 나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볼 때마다 주인공 순호만큼이나 인상적인 인물이 있었다. 특유의 처세로 무인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영범, 특히 김종구의 영범이 그러했다. 천연덕스러우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극과는 별개로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비둘기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라고 웃으며 말했다. 웃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선한 인상의 김종구. 그런데 그가 <비스티 보이즈>의 마담이 되었다니! 의외의 행보였지만, 내심 기대가 됐다. 배우의 새로운 변신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처음에 작품 제의를 받고 어떤 역할이냐고 물어보니 악인이래요. 악당 역할, 배우라면 누구나 연기해보고 싶거든요.” 

<비스티 보이즈>는 동명 영화와 배경은 같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른 작품. 창작 초연이다 보니 캐릭터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는 배우의 고민도 컸다. 호스트바 개츠비의 마담 이재현은 그야말로 나쁜 남자다. 하지만 재현을 바라보는 김종구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재현이를 완전히 쓰레기로만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그도 개츠비 멤버들을 정말 사랑했어요. 물론 그 사랑이 모나서 모두가 튕겨 나가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사랑인데, 상대에겐 악함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도 외로운 사람이라는 걸 관객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이미 재현에게 동화된 듯 보이는 그에게 실제로 재현과 비슷한 면이 있냐고 묻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손사래를 친다. “아니요, 전혀! 하늘과 땅 차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요. 매 순간이 결승전 같죠.” 하지만 자신에게 없는 성향을 끄집어내 연기하는 것은 그만큼 배우에게 큰 희열을 준단다. 그는 재현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재현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롤모델로 삼은 건 <달콤한 인생>에서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란 명대사를 남긴 강사장(김영철 분)이었어요. 그가 젊었을 때 재현의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연기했죠. 또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조커 역)도 참고했어요. 그의 악당 연기를 계속 보면서 느낀 건, 그가 악함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 사람이 절실하게 진심을 연기했을 때 관객들 눈에 악하게 보였죠. 나도 진심을 연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김종구. 그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인물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만들기도 했다. 작품을 본 관객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종구 재현의 행동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식빵 먹방. 무대에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에 재현이 덤덤히 식빵에 잼을 바르고 치즈를  넣어 먹는 장면이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닐 때 일반적인 행동을 하면 굉장히 독특해 보이잖아요. 그래서 뭔가를 먹어보자는 이야기를 했죠. 재현이의 강한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식욕도 그중 하나잖아요. 그래서 식빵에 잼도 듬뿍 발라요. 그러다 바닥에 떨어진 식빵을 다시 주워 먹으며 잔인한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하고. 굉장히 인상적이죠? 재현이를 표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2005년 <마리아 마리아>로 데뷔한 후 <빨래>, <김종욱 찾기> 등을 거쳐 어느덧 데뷔 9년 차 배우가 된 김종구. 엄밀히 따져 여기에 아역 탤런트 출신이란 이력까지 더하면 그는 꽤 오랜 연륜을 지닌 배우다.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와 연극 <프라이드> 그리고 드라마 <쓰리데이즈> 단역 출연까지 넘나드는 최근의 활약,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어쩌면 시간이 이룬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최종 꿈은 좋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뮤지컬, 연극, 특정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누군가 김종구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좋은 배우지 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게요. 많은 분들에게 응원받으면서, 죽을 때까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그 꿈을 위해 전진 또 전진!”

계속 전진하고 있는 김종구. 앞으로 그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지금까지 안 해본 역할에 끌려요. 도전할 수 있는 역할요!” 그런 그가 꿈꾸고 있는 역할은 다름 아닌 <헤드윅>, 언젠가 이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단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쭉 자신의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 두 시간만큼은 그냥 헤드윅으로 사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공연 보는 내내 나라면 두 시간 동안 어떤 헤드윅이 될까 생각했죠. 백퍼센트 그 인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이내 무대 위에 그의 새로운 변신들이 쏟아질 거란 확신이 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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