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④] <슬립노모어> 드디어 한국 상륙 "옳고 그른 것은 없다"

글 |이솔희 사진 |미쓰잭슨 2025-08-29 107

 

이머시브 공연의 대표주자 <슬립노모어>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뉴욕, 상하이에서 10여 년간 공연되어 온 이 작품이 국내 공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슬립노모어>는 영국의 이머시브 공연 전문 창작 집단인 펀치드렁크가 창작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배경을 1930년대 스코틀랜드로 옮기고, <레베카> 등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과 스타일을 녹여낸 이 작품은 대사 없이 퍼포머의 몸짓과 동작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논버벌 방식의 공연이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건물을 통채로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슬립노모어>. 배우들은 말 없이 공연장을 누비며 인물의 서사를 펼치고, 관객 역시 말 없이 그 뒤를 쫓아 움직이며 공연의 일부가 된다. 

 

펀치드렁크의 예술감독이자 <슬립노모어>의 연출을 맡은 펠릭스 바렛은 “이머시브 공연은 관습적인 공연의 모든 규칙을 깬다. 무대 위에서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떨어트려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 안에서 본인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면 된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공연을 처음 만들 때 펠릭스와 '<맥베스>의 이야기를 말 없이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움직임'이라는 언어를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맥베스의 야심, 죄책감, 살인 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공간에 맞게 짜여져 있습니다. 퍼포머와 공간(건물)의 듀엣으로 이뤄지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맥신 도일 공동 연출 및 안무가)

 

 

<슬립노모어>는 2003년 영국 런던, 2009년 미국 보스턴에서 공연된 후 2011년 뉴욕에 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뉴욕 공연은 14년간 공연된 후 지난 1월 막을 내렸다. 2016년 개막한 상하이 공연은 현재진행형이다. 

 

“뉴욕에서 15년 가까이 공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는 동시에, 뉴욕 공연을 마치고 서울에서 <슬립노모어> 프로젝트를 새롭게 하게 된 것은 정말 좋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만큼 기존의 공연을 개선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리비 보건 무대 디자이너)


이번 서울 공연은 뉴욕, 상하이를 뛰어넘는 최대 스케일로 펼쳐진다.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을 리모델링해, 7층 규모의 공간을 전부 공연장으로 사용한다. 기존 상영관 중 대부분은 평탄화 공사를 진행해 단차를 없앴고, 일부 공간은 영화관의 높은 층고와 단차를 살려 대한극장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상징성을 담아냈다. 공연장의 이름은 '매키탄 호텔'. 뉴욕의 '매키트릭 호텔', 상하이의 '매키넌 호텔'의 맥을 잇는다. '매키트릭'이라는 이름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버티고>에서 따왔다면, '매키탄'은 여기에 '대한극장', '한국'의 '한'을 결합했다. 

 

<슬립노모어> 서울 공연 제작사 미쓰잭슨의 박주영 대표는 “단순히 공연장으로 개조하기보다는 매키탄 호텔이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명, 음향, 가구, 소품, 공간 구성, 건축 설계 등 모든 요소마다 연출 의도를 담아서 정교하게 작업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관의 흔적을 담은 장면도 보실 수 있다. 기존의 대한극장과 현재의 <슬립노모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규모, 높은 층고가 저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줬습니다. 이 공간을 기반으로 퍼포머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기도,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긴 복도를 지닌 공간을 경험하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조명 효과, 음향 효과도 시도해 볼 수 있었습니다.”(리비 보건 무대 디자이너)

 

 

<슬립노모어>의 세계에 입장하기 전, 모든 관객은 필수로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새 부리 모양이 돋보이는 이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은 공연장 곳곳을 홀로 탐험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다. 음악, 조명 등이 관객이 가야할 곳을 안내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되어주긴 하지만,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볼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관객 개개인의 몫이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인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뒤를 쫓는 관객들의 모습은 침묵의 전투 현장을 연상시킨다.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날 선 감각을 유지한 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낯선 환경이지만, 관객들은 기꺼이 그 수고를 감수한다. 박주영 대표는 공연 관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세 개의 팁을 전했다. 첫째, 관객 스스로 스토리텔러가 될 것, 둘째, 캐릭터뿐만 아니라 공간에 숨어있는 장치, 조명, 음향 등 다양한 요소를 탐색할 것, 셋째, 꼭 혼자만의 여정을 떠날 것. <슬립노모어> 관람 시 필수 준비물은 '능동적인 자세'라는 의미다.

 

“그날 어떤 장면을 만나고 어떤 캐릭터를 만나는지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독특한 형태의 공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선택권이 관객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특히 혼자 관람했을 때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일탈감과 희망감이 극대화됩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도를 하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박주영 대표)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