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연 뮤지컬 평론가가 매월 주목할 만한 뮤지컬계 이슈를 심도 있게 들여다봅니다.
매년 6월은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두 개의 굵직한 이벤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과 K-뮤지컬국제마켓이 개최되는 달이다. 올해 딤프는 제20회를 맞아 총 7개국 참여, 34개 작품 119회 공연, K-뮤지컬국제마켓은 총 5,593명의 참가자, 41개 작품 시연 등 규모 면에서 더욱 확장되는 기세를 보여주었다.
글로벌 허브로서의 K-뮤지컬 현장
이 수치는 신흥 글로벌 주체로 떠오른 한국의 ‘K-뮤지컬’ 개념과 좌표를 더욱 숙고하게 했다. 관련하여 이번 딤프 어워즈의 결과는 매우 상징적이다. 대상은 공동 폐막작인 <보옥>이, 심사위원상은 <피아노의 숲>이 차지했으며 남우주연상은 <피아노의 숲> 이휘종과 <보옥>의 장저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보옥>은 중국의 사대기서(四大奇書)를 뛰어넘는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 『홍루몽』을 각색한 중국 창작뮤지컬로서, 중국 배우들이 중국어로 공연한 매우 ‘중국적인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피아노의 숲>은 잇시키 마코토의 원작 만화 『피아노의 숲』을 마이클 펜티만 각색/연출, 바너비 레이스 작곡, 그리고 이진욱 음악감독이 편곡까지 완료한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해븐프로덕션이 대구와 광주의 ‘지역’ 기관과 연합하여 프로덕션을 꾸리고 일본 원작을 영국 및 한국 창작진과 함께 뮤지컬로 완성했다. 이처럼 딤프는 장대한 스케일로 완성한 중국 오리지널 작품과 지역에서 개발된 다국적 한국 뮤지컬을 올해 대표작으로 선정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뮤지컬과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K-뮤지컬의 흐름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나아가 <보옥>은 대구 공연 이후 서울 대학로 공연까지 이어가면서 중국색이 강한 오리지널 뮤지컬의 한국 공연 가능성을 심화시켰음을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특히 이 작품이 2019년에 출범된 ‘중국어 창작뮤지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中国语原创音乐剧孵化项目)’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상하이국제뮤지컬축제와 구조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이 ‘부화 프로그램’은 새로운 창작물이 리딩 쇼케이스를 거쳐 유통까지 완결되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으며, 출범 이후 총 717명 지원자의 488편의 작품 중 10편을 우수작으로 뽑아 중국어 오리지널 뮤지컬로 개발하고 있을 만큼 활황을 보이고 있다. <보옥>과 더불어 <쿵후> 역시 이 프로그램의 대표작으로서, 2026년 2월 중국 초연 이후 7월 독일 함부르크 공연 소식을 알렸다.

뮤지컬 <보옥> 공연 장면. 사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한편, K-뮤지컬국제마켓에서는 미완성, 완성 피칭작과 쇼케이스 공연을 통해 동시대 글로벌 현장을 최대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글로벌 피칭작을 기존 6편에서 11편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해외의 ‘현재진행형’ 공연들을 다채롭게 펼쳐놓았다는 점에 있었다. 한국 공연을 해외로 내보내고 일본 공연을 소개하는 자리로 한정되어 있었던 과거 아웃바운드형에서 벗어나 일본을 포함한 미국, 중국, 대만의 공연을 소개하여 한국과의 협업을 도모하는 인바운드형으로 확장되고 있는 면모가 읽힌다. 특히 피칭작 중에서 <시계의 아이>(일본. 스튜디오 W)는 미완성 개발작으로 한국의 협업 파트너를 구하고 있었는데, ‘시계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별’이라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베리어 프리 지향성을 내재한 프로젝트였다. 또한 우메다 예술극장의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은 고단샤 잡지 ITAN에 연재되었던 쿠모타 하루코의 동명 만화를 뮤지컬화한 것으로, 2025년 일본 초연 이후 한국 투어를 희망하고 있었다. 일본의 전통극인 라쿠코를 소재로 라쿠코카(落語家)의 예술과 삶을 다룬 이 작품은, 1인 라쿠코카가 재미있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입담으로 수행하는 ‘라쿠코’를 본격화하여 전통과 현대를 충돌시키는 공연이다. 프로덕션의 기획과 주연을 맡은 일본의 유명 배우 야마자키 이쿠사부로는 라쿠코카 수행을 위해 기모노와 게다를 착용하고 직접 글로벌 피칭 장면 시연을 선보이는 등 셀럽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글로벌 쇼케이스에서 공연되었던 넬케 플래닝의 <무대 ‘귀멸의 칼날’ 제6탄: 합동 강화 훈련/ 무한성: 시작> 역시 강한 일본색을 내세운 공연이었다.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된 고토게 쿄요하루의 만화 <귀멸의 칼날>을 뮤지컬화한 이 공연은 현재 일본 오리지널 뮤지컬의 가장 유효한 창작 방법론으로 정착한 2.5 뮤지컬 모델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호리프로와 도호는 한국 현장과의 오래된 협업 관계 속에서 한층 밀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본과 넘버를 수정한 <데스노트> 런던 공연을 앞두고 있는 호리프로는 2026년 9월 도쿄에서 초연될 <니콜라 테슬라>를 니콜라 조형균, 캐서린 박해나의 시연으로 소개했다. 발명가 니콜라의 이야기를 에디슨과의 경쟁 관계보다 기술과 인류의 관계로 풀어낸 <니콜라 테슬라>는 대본 로저 디퍼, 작곡/작사 닉 부처의 크레딧으로 런던에서 개발된 작품이다. 한국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프랑켄슈타인>, <팬레터>, <나빌레라>, <베토벤> 등을 일본에서 라이선스 뮤지컬로 제작하고 2026년 11월~12월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도호는, 2025년 도쿄에서 초연된 <케인과 아벨>을 김성식, 김지훈 배우의 시연으로 선보였다. 영국 작가 제프리 아처의 베스트 셀러 동명 소설(1979)에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음악을 붙여 한국 시장에 특히 친숙하게 느껴졌으며, 미국의 명문가 자제 케인과 폴란드 이주민 고아 아벨이 각각 은행가와 호텔 왕으로 성장하여 치열하게 대립하는 서사는 드라마틱한 대극장 뮤지컬 문법과 잘 어울렸다. 이렇듯 일본의 주류 제작사 호리프로와 도호의 프로젝트는 다국적 일본 창작뮤지컬 프로젝트를 대표했다. 특히, 글로벌하게 영향을 미칠 ‘아시아발’ 뮤지컬을 꿈꾸고 있는 도호 연극부의 비전은 도호가 개발한 공연 중 하나인 <이태원 클라스>(2025)에 더 구체적으로 적용되어 있었는데, 동명 웹툰 원작 한국 드라마를 사카구치 리코 대본, 이희준 가사/구조, 헬렌 박 작곡, 고야마 유나 연출, 카일 하나카미 안무로 풀어 아시안이 리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모델을 심화시켜 나갔다. 더불어 오랫동안 글로벌 협업에 보수적이었던 극단 시키가 오리지널 뮤지컬 제작을 위해 한국 시스템을 참고하고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역시 일본 주류 제작사의 중요한 변화로 언급될 수 있다.
중국 뮤지컬로는 <보옥>과 비슷한 규모의 대극장 뮤지컬 두 편이 눈길을 끌었다. 네오차이니즘(신중국풍)을 표방한 극화음악의 <금의위지도여화>(2024), 홍콩과 중국 본토의 협업으로 완성된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의 <웅사소년>(2024)은 모두 붉은색의 강렬한 대형 무대를 피칭의 초점으로 내세웠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제작사 극화음악은 중국 전통악기를 역사적 인물과 결합하여 중국인들이 작품에 순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신중국풍 미학’을 표면화하면서도 운명에 맞서는(칼) 작고 연약한 사람들(꽃)의 이야기가 중국이라는 경계를 초월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웅사소년>은 제작극장으로 변신 중인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에서 동명의 중국 애니메이션(2021)을 각색한 뮤지컬로, 중국 농촌지역의 소년이 전통연희 사자춤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사자춤 무형문화재 전문가가 참여하고 중국어, 광둥어 버전을 만들어 전통의 확장성을 도모한 공연이었다. 이 두 작품이 뮤지컬에서 중국적인 것을 감각할 수 있도록 했다면, 반대로 포 피메일 지니어스의 <마녀>는 지향점과 스타일 면에서 한국 대학로 뮤지컬과 비슷했다. 상하이에서 2026년 7월 초연될 <마녀>는 임찬민 배우의 중국어 넘버(‘마녀 찬가’) 시연에 힘입어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는데, 켈트 민요를 활용한 페미니즘 역사 판타지물로 어두운 색채가 두드러졌다.
이 외에 미국 정크야드 도그 프로덕션이 소개한 <더 하트>(2025)는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소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Réparer les vivants)』를 뮤지컬화한 것으로, 2025년 라호야 플레이하우스 초연 이후 2026년 10월 오프 브로드웨이, 2027년 봄 브로드웨이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뇌사자의 심장이 수혜자에게 넘어가는 긴박한 순간을 9명의 배우가 일렉트로닉 음악과 이디엠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공연으로, 템포와 정서 면에서 한국에서 5연까지 진행된 같은 원작의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이번에 새로 참여한 대만 제작사들, 타이베이 공연센터, 오구(五口)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그리고 전민대극단은 각각 <디어, 내 첫사랑>, <결혼하지 않은 세 여자>, <안녕하세요, 저는 장례지도사입니다>를 선보이며 대만적인 로컬 서사의 보편적 번역 가능성을 공통으로 제기했다.
이처럼 두 글로벌 이벤트, 딤프와 K-뮤지컬국제마켓이 포괄한 공연들은 ‘한국과의 관계’를 축으로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한국이 창작뮤지컬을 ‘K-뮤지컬’로 호명하며 한국 밖으로 밀어내는 단순한 수출 주체로 머물지 않고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동시대 상황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같은 시기(2026년 6월 29일)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공연된 <렛미플라이> 영어 리딩 공연 역시 주목될 필요가 있다. 이 공연은 <렛미플라이>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K-뮤지컬 로드쇼 인 브로드웨이’와 2026 ‘K-뮤지컬 영미권 시범공연’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단계별로 미국 공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배우 마이클 리의 번역, 영어 공연이 가능한 한국 배우 정연, 전나영, 최민영의 참여로 이뤄졌던 이 공연은, 한국 오리지널 뮤지컬을 해외 스태프와 영어로 현지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도록 국내에서 먼저 번역과 각색의 방향을 잡아본 최초의 모델이었다. 개인적인 애호로 <렛미플라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마이클 리는 번역과 영어 가사 작업 외에도 리딩 공연을 함께 할 뉴욕 현지 크리에이티브 팀과 프로덕션 스태프들을 조직하며 브로드웨이와 한국 뮤지컬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그는 <렛미플라이> 영미권 공연의 장기적 목표를 “한국의 이야기를 세계와 나누는 그 자체”로 잡고, “이 작고 소박하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우리 인류는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임을, 삶이라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며 모두가 똑같은 흔들림과 상실을 겪어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 <렛미플라이> 영어 리딩 공연. 사진=(유)렛미플라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정리한 공연들이 현재 글로벌 시장의 경향과 흐름 전체를 대표하거나 포괄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어쩌면 해피엔딩> 이후 아시아 공연 시장이 글로벌 지향성을 내면화하며 급박하게 재편되는 현상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제작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다국적 하이브리드 콘텐츠를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자국의 전통과 고유의 정서를 대형화하는 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대만 제작사들이 ‘로컬적인 것의 보편화 가능성’을 표명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이 서구를 보편의 기준으로 삼아 글로벌 지향성을 심화시켜나가는 동안, 로컬의 특수함을 보편의 가치로 상정해 보려는 아시아 각국의 시도가 동시대적 현상으로 읽힌다. 이는 서구 중심의 메카가 오랫동안 독점해 온 뮤지컬의 보편성 혹은 보편적 뮤지컬이라는 개념 대신, 우리 안의 특수성을 인류 보편의 정서로 번역해 낼 방법론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영국의 한 여성이 객석에 앉아 무대 위 한국인 캐릭터를 보며 ‘저 인물은 바로 나야!’라고 나직이 읊조리고, 아프리카나 인도계 남성이 우리의 무대를 보며 ‘저것이 바로 내 가족의 역사’라고 공감하는 풍경”이 단지 마이클 리가 꿈꾸는 글로벌 <렛미플라이>의 종착지가 아닌 하나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한국 뮤지컬 현장에 확장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또한 질문이 필요하다. 왜 브로드웨이인가? 혹은 왜 웨스트엔드인가? 현재 브로드웨이는 신작이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으며, 웨스트엔드 역시 브로드웨이의 직접 영향권 내에서 비슷한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화, K-뮤지컬 현상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추상적 선전 구호나, ‘K-뮤지컬’을 국가주의적 정체성으로 박제화하는 태도, 그리고 서구를 보편으로 치환하는 관념을 내려놓고 K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결과가 아닌 역동적인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경과 언어,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질적인 주체들이 한국이라는 뮤지컬 허브에서 서로 충돌하고 오역하고 다시 하나의 예술적 결과물을 향해 합의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정체성의 토대에 세워놓아야 한다. 이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단언한, “브로드웨이라는 하나의 아이디어-미국이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문화적 아이디어”를 새로운 영토 위에 새로운 상상력으로 재편하는 것과 관련된다. 기존의 중심이 아닌 주변, 개별이 보편과 연동되는 글로벌 허브로의 도약은 시스템의 성숙과 텍스트의 깊이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