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개의 파랑>과 <뼈의 기록>의 뒤를 이어, 천선란 작가의 소설이 다시 한번 무대 위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이번 주인공은 <이끼숲>이다.
뮤지컬 <이끼숲>은 2023년 출간된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소설은 마르코와 은희의 이야기를 담은 '바다눈', 쌍둥이 자매 의조와 의주의 이야기를 담은 '우주늪', 소마와 유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이끼숲'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이다.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되어 통제된 삶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보듬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이 뮤지컬과 연극으로, <뼈의 기록>이 연극으로 제작되어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천선란 작가는 “조금은 우울한 세계관을 지닌 작품인데, 넘버가 들어가는 뮤지컬이 된다고 했을 때 이 작품이 어떤 색이 될지 궁금했다”며 “이 소설을 쓰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는 그저 친구 한 명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멋지지 않아도, 이끼처럼 이 세상에 잘 붙어서 살아보자'는 얘기를 쓰다 보니 결국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저는 여전히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잘살아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 마음이 뮤지컬에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는 원작 소설을 먼저 보신 분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새롭게 <이끼숲>을 읽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제 작품이 무대화된 공연을 볼 때, 가끔씩 무대를 보는 관객들의 표정을 바라본다. 저는 보통 책을 다 읽은 후의 독자들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나. 그런데 뮤지컬을 보는 실시간 관객들의 얼굴이, 제가 평생 볼 수 없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있는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책장이 넘어가는 기분이다”라고 이번 작업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독창적인 세계관을 자랑하는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무대화하는 것에 대해 오루피나 연출은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가진 소설이라서 이걸 어떻게 무대 위로 올려야 할지 부담스러웠다. 관객분들이 소설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셨을 공간을 무대 위에서 잘 표현하기 위해 무대, 조명 등 가시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형화된 세상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서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친구들의 대비를 보여주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한다"며 "소설에서는 6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면 무대 위에서는 4명의 친구들이 함께 움직인다. 한층 생동감 있는, 입체적인 인물들로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끼숲>을 2026년의 관객 앞에 선보이는 것에 대해 오루피나 연출은 “요즘 사람들은 통증의 역치가 낮은 것 같다. 힘듦을, 고통을 견뎌내 봐야 그다음 단계에 뭐가 있는지 볼 수 있는데, 견디는 힘이 약한 것이다. 이 작품 속 인물들 역시 주어진 상황이 너무 힘들고 괴롭지만 친구들의 힘으로 함께 이겨내면서 한 단계씩 올라간다. 혼자가 아니라 주변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힘든 현실도 조금씩 이겨낼 수 있고,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공 별을 올려다보는 게 취미인 클론연구소 경비원 마르코 역에는 송유택, 현석준, 홍승안이 캐스팅됐다. 송유택은 "소설에서는 마르코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따라가기 쉽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인물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넘버에 인물의 속마음이 들어가 있다. 관객분들이 마르코의 감정에 잘 공감하실 수 있도록 넘버에 충실하게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뮤지컬이다 보니 텍스트 안에 있는 인물이 한층 생동감 있게 표현된다. ’소설을 찢고 나온 남자‘가 되는 것이 제 목표"라고 유쾌한 각오를 전했다.
도시의 모든 소리를 듣는 도시감청팀 소마 역은 강연정, 강혜인, 전혜주가 맡는다. 전혜주는 “유오를 떠나보낸 후, 친구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지상까지 가는 길을 계속 걷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을 때, 그리고 지상까지 가려는 마음을 먹었을 때, 그 시간의 변화를 잘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상의 숲이 실재한다고 믿는 개발건설팀 소속 유오 역에는 정욱진, 이주순, 이한솔이 이름을 올렸다. 이주순은 "유오는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아닌 한 존재로서 무대 위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연출님께서 무대 위에서 구현하고 싶은 그림이 확실하게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그 그림을 잘 구현해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고민 중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계획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 믿는 도시계획팀 의주 역은 정다예, 이혜진, 오유민이 함께한다. 정다예는 "쌍둥이 자매로서 1인 2역을 하다 보니, 이 두 사람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드릴까 고민 중이다. 의조와 의주가 서로를 증오할 수밖에 없지만,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자매간의 감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마르코의 동료 은희 역은 김청아, 한비, 윤지우가 맡는다. 윤지우는 "은희는 '바다눈' 에피소드에만 나오는 인물이기 때문에 제가 공연의 마지막까지 은희의 이야기를 잃지 않고 굳건하게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슬프지만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지닌 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이끼숲>은 오는 10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