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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지금의 나를 봐주세요, <뉴 롤리폴리> 김완선 [No.104]

글 |배경희 사진 |배임석 2012-05-15 4,971

 

기억 속의 김완선에 대해 물어야 할까. <뉴 롤리폴리>의 최미자에 대해 물어야 할까. 인터뷰 전 생각은 많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나선 그런 고민이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었다. 그날 김완선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는 언제나 과거나 미래에서 사는 것 같다는 말. 어쩌면 그 말은 이제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김완선을 뮤지컬 무대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기대했을까요?

하자고 제의가 들어와서 했어요. 하하. 어렸을 때도 하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연기를 해야 되잖아요. 자신이 없어서 할 생각을 못 했죠. 그런데 <뉴 롤리폴리>는 제가 (뮤지컬을) 시작하기에 좋은 작품이에요. 처음부터 주인공을 하면 부담스러울 텐데 이건 혼자 주인공인 작품도 아니고, 내용도 80년대 친구들 이야기잖아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평소엔 얌전하지만 음악만 나오면 돌변하는 천생 춤꾼이라는 캐릭터도 어울리고요. 나하고 동떨어지지도 않았고, 그러면서 내용상 돋보일 수도 있고. 내가 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주인공이 여덟 명이다 보니 한 명 한 명에 대해 심각하게 파고드는 작품이 아니에요. 내가 캐릭터에 몰입해서 진지하게 연기를 해야 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좋아요. 무거운 작품이었다면 아마 출연을 꺼렸을 거예요.


연습은 해보니 어떠세요? 생각했던 것과 다른가요?

많은 사람들하고 한 공간에서 뭔가를 하는 게 처음이라 그게 좀 낯설 뿐이지, 크게 다르다는 건 못 느끼겠어요. 근데 머릿속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몸은 좀 피곤한 것 같아요. 연습하다 보면 즐거운데도 집에 오면 지치더라고요.


김장섭 연출가는 김완선 씨의 연기에 대해 별말씀 안 하세요?

감독님이 연기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그럼 저는 깜짝 놀라죠, 너무 잘하셔서. “감독님이 연기를 너무 잘하세요” 제가 그랬더니, 옆에서 “배우세요” 그러더라고요. 배우신지 몰랐어요, 하하. 저한테 별말 안 하시는데, 제가 볼 땐 별 기대가 없는 것 같아요. 하하.


연출이 기대를 안 하는 것 같다는 건 그냥 하신 말씀이겠지만, 사람들이 내가 잘할 거라 기대해줄 때가 있고, 별다른 기대를 안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경우 어떤 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편이세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나는 남 신경 안 쓰고 나나 잘하자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데 기대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 팀 사람들이 좋아요. 시작 전에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데 갑자기 튕겨 들어와서 한다고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거 없이 챙겨주니까 그런 데서 안정감을 느끼죠.


공연 연습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옛 생각이 나실 테죠. 80년대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세요?

음악에 미쳐 있을 때가 생각나죠. 음악이 너무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노래만 듣고 그랬을 때. 여기 나오는 모든 노래들이 너무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들이고, 저 또한 어렸을 때 좋아했던 노래들이거든요. 그중에서도 ‘Nowhere Fast’라는 곡을 들으면, 30년 전의 내가 생각나요.


그 시절엔 두려운 게 없었다고 하셨는데, 그때와 지금 가장 달라진 건 뭘까요?

예전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했는데 지금은 좋아하죠. 같이 어울려서 술도 마시고, 재미있는 얘기도 하고. 그리고 요즘엔 사람들하고 금방 친해져요. 옛날에는 사람들이 나하고 친해지기 어려워했어요.


마음속으로는 누가 먼저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아뇨, 제발 나한테 말 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하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에 왜 그렇게 음악에 빠졌던 것 같으세요? 위로의 창구였다거나 오락의 수단이었다거나, 여러 의미에서 음악을 좋아할 수 있잖아요.

글쎄요,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들었던 게 아니라 무작정 좋아했죠. 전 좋아하는 것에만 몰입하는 성격인데 그때만큼 어떤 하나에 집중했던 적이 없어요. 그땐 어렸으니까, 젊었으니까, 그럴 수 있었겠죠.


 

 

그런데 정작 김완선 하면 ‘가수’보단 ‘댄싱퀸’이죠. 김완선 씨 무대를 보면 노력으로 이뤄낸 춤이라기보다 느낌대로 추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하셨다면서요?

타고난 것도 있어요. 타고난 데다 좋아하니까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되고, 많이 하다 보니 더 잘하게 됐어요. 노래가 그렇게 타고났어야 되는데…. 두 가지 재능은 다 안 주나 봐요.

 

아니, 왜요? 김완선 노래는 김완선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고 생각하는데요?

맞아요, 제 노래가 굉장히 어려워요. 하하. 아무나 못 불러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김완선 씨가 우리 가요계에 미친 영향은 뭔가요?’ 하는 식의 질문이 많더라고요. 스스로는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세요?

비주얼의 시대를 제가 만든 거죠. 방송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김완선이 나오고 나서 조명도 화려해지고, 카메라도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전에는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제가 나오면서 다른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거죠.  

 

그래서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지만,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마돈나를 넘어선 누군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하. 근데, 그런 생각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안 좋았던 건 시정하면서 앞으로 잘 사는 거에 집중하는 게 더 나아요.

 

또 하나 감탄스러운 건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이에요. 언제나 한결같은 체형을 유지할 수 있다니!

그거 별로 안 어려워요. 제가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항상 먹는 양 먹고, 생활에 변화가 없으니까. 쉬는 동안 그림도 배우고, 사진도 배우고, 그 시간을 굉장히 즐겼는데, 공백기를 가졌던 건 내가 너무너무 잘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그런 시간을 또 가질 생각이에요. 난 일에만 묶여있고 싶지 않아요. 일은 일이고, 나는 나고, 밸런스를 잘 잡고 싶죠.


일은 일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은 뭘까요?

이 일이라는 게 어차피 인기하고 연관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에만 몰입해서 살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너무 빠져 살면 인기가 없어져서 활동을 못하게 됐을 때 내가 없어지는 게 되잖아요. 그럴 때도 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나를 가지고 있어야죠.

 

방송에 나와 하신 말씀 중엔 40대가 돼서 10대 시절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한 이야기가 제일 와 닿았어요.

저는, 아…. (울컥해서) 전 어제 일도 금방 잊어버리거든요. 별로 과거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좋은 과거였든 나쁜 과거였든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고 싶지, 옛날 생각 안 하고 싶어요. 그런데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그때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그럼 그게 또 화제가 되고, 자꾸 거기에 대해서만 물어보니까 정말 싫어요.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과거, 그것도 어제 일도 아닌 몇 십 년 전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 것 자체가…. 그건 연예인 생활 중에서 가장 싫은 부분 중 하나예요.

 

사람들이 10대의 김완선에 대해서만 궁금해 할 때, 그럴 때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붕 떠있는 것 같아 외롭지 않으시냐고 물으려는 참이었는데….

자꾸 과거를 묻는 건, 지금의 나에 대해서 뭔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활동을 눈에 번쩍 띄게 하는 게 아니라 있는 둥 없는 둥 하다 보니, 관심이 과거의 나에게 쏠리겠죠. ‘과거’가 너무 커서 지금이 힘드네요, 지금이. 아니, 그게 힘들다기보다…, 내가 거의 6년 정도 쉬다 나와서 나도 이 일에 적응하고 자리를 잡을 시간이 필요해요. 내가 한참 쉬었다 나왔는데 ‘뻥’ 잘될 일은 없어요. 그런데 그런 시간을 갖는 게 힘드네요. 앞으로 1~2년 정도 더 활동하다 보면 이 나이의 김완선을 좀 봐주겠죠.

 

그래도 아이돌 용준형과의 합동 무대는 멋있었어요. 사람들의 환호도 대단했잖아요.

에이, 예쁘게 봐줘서 고맙습니다. 그 환호는 제가 아니라 용준형에게 한 거예요. 주책으로만 안 보이면 다행이죠. 사실 그 무대는 제가 의도한 게 아니라 저하고 가까운 분들이 기획한 건데, 하고 보니 별로 바람직하지 않더라고요. 어린 친구들하고 부대끼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내키지 않았거든요. 어쨌든 이제는 남의 말 좀 듣지 말고 내 생각대로 가야겠다고 더 다짐하게 됐죠. 젊은 친구들하고 이벤트성으로 프로젝트를 하는 건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무대를 보여주고 싶으세요?

일단 마흔이 넘으면 몸을 움직이는 게 싫어요. 하하. 요즘에 취향이 좀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감각적으로 음악을 들었다면, 지금은 감성적으로 음악을 들어요. 그래서 트렌드에 영향을 받는 노래가 아니라 내 감성을 표현할 수 있고, 내 또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죠. 나이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최근에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시는데요?

아델이요. 아델 짱! 아델 열혈 팬! 하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한 음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깊이 와 닿을 수 있는 거고. 자기만의 색깔, 자유로운 표현, 감성적인 정서,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어요.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김완선은 한번도 가수이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뭐랄까, 무대 위에서나 무대에 서지 않았을 때나 김완선은 언제나 가수로 살았다는 느낌이에요.

어, 아니에요. 저는 내가 가수였나 생각할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살아요. 하하하. 음악을 좋아하는 거죠.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일을 한 거고,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는 거죠. 음악이 그래서 대단해요.

 

그런데 저희 뮤지컬 이야기는 너무 안 한 거 아닌지 몰라요. 이번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게 있으세요?

아뇨, 기대하는 거 없어요. 망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내가 작품에 누가 되면 뮤지컬 배우들이 기분 나쁠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좀 그렇죠. 지금도 뮤지컬 배우가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인터뷰하잖아요. 나는 앙상블이 뭔지도 몰라서 “앙상블이 뭐예요?” 하고 물어봤는데. 하하. 민폐만 안 끼쳤으면 좋겠네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4호 2012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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