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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 <애비뉴 Q> 제작기 [No.122]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정리 | 배경희 2013-12-04 4,444

공연이 성사됐다는 그 자체의 의미

 

2003년, 블록버스터 <위키드>를 누르고 토니상 작품상을 거머쥔 성인용 인형극 <애비뉴 Q>가 지난여름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이토록 신선한 뮤지컬을 만날 수 있었다는 기쁨과,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반반씩 남긴 채 막을 내린 <애비뉴 Q>. 이번 투어 공연에 대해 설앤컴퍼니 최수명 제작PD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애비뉴 Q>의 첫 투어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애초 계획은 <애비뉴 Q>를 라이선스 공연으로 먼저 선보이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06년 즈음의 일. 우리 팀은 본격적인 작품 준비에 앞서, 연출과 조연출, 대본 번역 작가를 섭외해 작품 탐구에 들어갔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애비뉴 Q>는 지극히 미국적인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이다. 따라서 당시 우리가 주력했던 점은 미국 정서의 이야기를 국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 인기 미국 시트콤 <개구쟁이 아놀드>의 아역 스타 개리 콜맨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개리 콜맨은 ‘미달이’로 바꿔야 하지 않겠어?” 같은 현지화 논의가 이루어졌다.

 

동성애, 섹스, 포르노, 인종차별. <애비뉴 Q>의 소재는 당시로는 다소 센 편이었기 때문에, 국내 무대에 올리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요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난관은 이 작품의 핵심 주제인 인종차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인종차별은 단일 민족인 우리에겐 생소한 이슈인 데다, 우리나라 배우들이 다인종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전혀 와 닿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품 외적인 부분에선 배우 캐스팅이 문제였다. 과연 인지도 있는 인기 배우가 인형을 연기하려고 할까. 실력 있는 신인 배우들만 출연한다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라이선스 공연을 준비하는 데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을 끌어왔지만, 고민의 해결점을 끝내 찾지 못했고, 우리 제작 팀은 당분간 이 프로젝트를 접어두기로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내린 과감한 결정이었다. 잠시 잊혔던 <애비뉴 Q> 국내 공연 추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지난 연말이었다. 하지만 7년 전의 계획에서 변경된 것이 있었는데, 그건 <애비뉴 Q>를 라이선스 공연이 아닌 투어 공연으로 선보인다는 기획이었다(<애비뉴 Q>의 라이선스 공연권은 뮤지컬해븐이 새롭게 계약했다).

 

 

 

 

 

해외 투어 팀이 아닌 코리아 팀

이번 공연은 투어 팀의 내한 공연으로 소개됐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이번 공연 팀은 투어 팀이 아니다. 세계 투어 공연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한국 공연만을 위해 꾸려진 ‘코리아 팀’이기 때문이다. 무대 세트와 의상을 새로 제작했음은 물론이고, 내한 프로덕션 팀을 꾸리기 위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투어 공연보다 몇 배의 제작비가 들었다. 사실 이번 프로덕션은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추진된 공연이었다.

 

<애비뉴 Q>의 아시아 프로덕션을 담당하는 GWB 엔터테인먼트가 영국에 지사를 두고 있어서 오디션과 연습이 모두 영국에서 진행됐다. 오디션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지만, 배우 선발 과정에서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며, 상의하에 최종 캐스팅이 결정됐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맡은 나오코 모리는 <애비뉴 Q> 웨스트엔드 공연의 원년 멤버로, 현지에서 무대와 드라마를 오가는 꽤 인지도 높은 배우다. ‘세컨드 암(페펫의 다른 한쪽 팔을 담당해 주는 배우)’은 이전에 모두 이 작품에 출연했던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맡았다. 하나의 인형을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두 배우는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싱크로나이즈 선수 같은 호흡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역할이라고 하더라. 10명의 전체 캐스트 중 여섯 명은 <애비뉴 Q>가 처음이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발견한 보석은 케이트 몬스터와 루시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칼리 앤더슨이 아닐까 싶다. 칼리는 당시 <위키드> 글린다의 커버로 오디션 콜백을 받았는데, 글린다가 아닌 케이트 몬스터를 선택해준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애비뉴 Q> 개막 초반부터 흥행 몰이를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입소문 흥행을 어느 정도 기대했다. 하지만 최종 스코어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거기엔 국내에서 생소한 작품이었다는 점, 스펙터클 뮤지컬이 아니라는 점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인형극이라는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흥행 성적은 차치하더라도, 젊은 관객층을 극장으로 대거 끌어들이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애비뉴 Q>를 관람했을 때, 나이 지긋한 노부부와 관광객이 관객의 대다수인 여타의 극장들과 달리,  20~30대 관객들이 극장을 채운 모습에 ‘이건 정말 뭔가 다른 뮤지컬이구나’ 하고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당시 젊은 창작자였던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 역시 브로드웨이에 우리 또래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만약 젊은 관객들의 주머니를 노릴 수 있는 가격으로 티켓 가격이 책정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는 공연이 막을 내렸으니까 해볼 수 있는 이야기다. 애초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없는 공연에 투자할 제작사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애비뉴 Q> 같은 작품이 공연됐다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어린이 공연이 아닌 인형극이, 그것도 실험극이 아닌 상업 공연으로 올라갔다는 건 분명 새로운 시도였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이미지 자막을 시도해 새로운 자막의 장을 연 것도 이번 공연의 성과다. 언제 또 다시 <애비뉴 Q>의 투어 공연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프로덕션이 의미 있는 선례를 남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  


 

 

 

* 극 중 몬스터 학교 설립을 위해 관객들에게 기부를 받는 ‘머니 송’ 장면에서 모금된 수익금을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했다.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은 폐막 2주 전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매 공연에서 조금씩 모였던 몬스터 학교 기부금이 어느새 무시할 수 없는 액수가 됐기 때문이다, 모금액 가운데는 달러, 엔화, 위안, 페소 등 여러 나라의 돈이 섞여 있었는데, <애비뉴 Q>의 작품 의도에 맞게 다양한 관객들이 이 작품을 관람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2호 2013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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