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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어느 멋진 가을날 [No.85]

정리| 편집팀 2010-11-02 5,011

Favorite 어느 멋진 가을날

 

선선한 바람, 청명한 하늘, 일상을 벗어던지고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가을이다. 하늘도 높고 바람도 좋은 가을의 어느 하루가 당신에게 온전히 주어진다면 어떻게 보내고 싶나?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을 바람을 깊이 들이마셔 본다.

 

 

 

 

강필석
아, 이런 가혹한 질문을 하시다니요. 하늘은 파랗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가을날이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그런 날씨라면 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을을 만끽하며 즐겨야죠. 아깝잖아요. 넒은 잔디밭에 드러누워서 제이슨 므라즈의 ‘If It Kills Me’를 들으며 하늘 구경 좀 하다가 사르르 잠들면 좋겠어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나무도 몇 그루 있으면 좋겠어요. 너무 많이는 말고. 하늘 구경을 해야 하니까요. 음, 뭔가를 꼭 해야 한다면 번지점프를 하러 가고 싶어요. <번지점프를 하다>를 공연하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늘을 날면서 온몸으로 자연을 품어보고 싶어요. 멋진 가을날과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요?

 

 

 

 

 

 

 

 

임강희
햇살 가득한 가을날, 제가 아주 좋아하는 부암동에 가고 싶어요. 허클베리핀 모자 아시죠? 제가 여행갈 때 즐겨 쓰고 가는 건데, 그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메고 가벼운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낙엽을 밟으며 부암동을 거닐고 싶네요. 그러다가 꼭대기에 있는 카페에서 조용히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고 싶어요. 2층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간간이 부암동과 성북동의 풍경도 내려다 보면서 말이죠.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 앉아 머스타드 색 머그컵에 담긴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을 하루,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요.   

 

 

 

 

 

 

정영주
부모님하고 식구들하고 단풍 구경을 가고 싶어요. 제가 공연하느라 3~4년 동안 여행을 한번도 못 갔어요. 아홉 살 난 아들 여름방학 때도 동네 수영장에 간 게 전부고, 어디 가서 자고 온 적이 없어요. 그래서 무엇보다 여행이 가고 싶은데 올해는 단풍이 곱다고 하니 단풍 여행을 가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온 가족이 맛있는 거 싸들고 놀러 가는 거죠. 여행 장소는…, 지리산이 좋겠네요. 20년 전 딱 이맘때쯤 고등학교 동창끼리 지리산으로 여행을 가서 정말 잘 놀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가을이 너무 짧아져서 옛날만큼 가을 느낌이 안 나지만 그때는 완연한 가을에 빨갛게 물들인 단풍이 정말 예뻤어요. 어쨌든 단풍 구경도 하고 온 식구가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놀고 싶어요. 다음 주 초면 단풍이 아주 예쁠 거라고 하는데… 전 극장에 있겠죠. <빌리 엘리어트>가 끝나면 내년 봄일 텐데 그땐 어디로 가면 좋으려나.

 

 

 

 

구원영
하루가 온전히 주어진다면 지금 연습 중인 <스팸어랏> 배우들과 낮술을 마실 겁니다. 지금도 술자리를 자주 갖지만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껏 마실 수는 없어요. 공연을 앞두고 목이 상할 걱정 없이 진탕 마시면 좋겠군요. 남산창작센터에서 연습 중인데, 남산도 보이고 아래로 한옥 마을도 보이고 경치가 좋아요. 어디 멀리 갈 것 없이 연습실 앞에 돗자리 깔고 마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습 중에 밖에 나와서 쉴 때마다 술 한잔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스팸어랏> 배우들은 워낙 술을 좋아해서, 술자리가 있으면 아무도 먼저 가지 않아요.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키죠. 아서왕 역의 박영규 선생님이 ‘소맥’을 좋아하셔서 주로 소맥을 마십니다. 음, 안주로는 파닭을 자주 먹었더니 이제는 좀 질리네요. 충무로에 유명한 삼합이 있다는데, 삼합에 낮술 한잔하면 좋겠습니다. 낮술을 마신 다음에는 한숨 자면, 최고겠죠?

 

 

 

 

박동하
연습 기간이나 공연 기간 중에는 시간을 지키기 위해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든요. 그래서 꼬박 하루의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침 일찍부터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드라이브를 나갈 거예요. 서울을 벗어난 북쪽으로요. 포천으로 가는 국도에 아우토반 같은 쭉 뻗은 도로가 있는데 제가 그 도로를 참 좋아해요. 차도 별로 안 다니는데 어떨 때는 말 그대로 차가 한 대도 없을 때도 있어요. 물론 속도 내는 걸 즐기는 것보다는 드라이브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거지만요. 그 어느 해보다 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맞는 가을일 테니 상상만 해도 정말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전 역시 공연 연습이…. 겨울이 오기 전까지 가을이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주길 바라며 오늘도 <브로드웨이 42번가> 연습실로, 파이팅!

 

 

 

 

임문희
딱 하루 쉬는 거니까 저는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에 갈래요. 제가 그림 그리고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즘엔 연습하고 공연하느라 미술관에 간 지 오래 되었어요. 지금 성북동에 살고 있는데, 일단 자전거를 타고 삼청동으로 넘어가서 먼저 경복궁과 삼청동 근처를 쭉 도는 거죠. 그다음에는 예전에 자주 가던 예쁜 카페에 가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시청 쪽으로 달리다가 시립미술관으로 향할 거예요.
제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는데 미술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초현실주의 그림들을 보고 싶네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캔버스를 하나 사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얼마 전이 제 생일이었는데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침대를 샀거든요. 그 침대 머리맡에 둘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평소에 제가 그리는 그림은 색감이 좀 어두운 편이에요. 물론 저의 설명을 곁들이면 굉장히 희망적이고 밝은 내용이 담긴 그림이라는 걸 알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어두운 색보다는 좀 밝은색이면 좋을 것 같아서 지금 노란색과 초록색이 들어간 그림을 머릿속에 구상해 두고 있어요. 아직 캔버스를 못 샀는데 쉬는 날 그런 여행을 해봐야겠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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