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이 빛으로 발하길, 아이비
아이비는 2009년 하반기에 3집 앨범을 발표한 후에 2년 반 만에 새 음반을 가지고 컴백했다. 그 사이 2010년에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내비치긴 했으나, 가수로 돌아온 것은 무척 오랜만이다. 그런데 대중들에게 3집 음반을 알리기 시작한 지 3주 만에, 방송 활동을 접었다.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 연습에 매진하기 위해 과감히 방송 활동을 포기한 것이다.
가창력과 댄스 실력을 겸비한 아이비가 뮤지컬을 한다면 어떤 역에 가장 잘 어울릴까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녀가 데뷔 때부터 줄곧 보여주었던 예쁜 외모와 섹시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시카고>의 록시 하트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무척이나 고대했던 역할이라, 컴백 준비를 하는 동안 곧 <시카고>가 재공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오디션에 참여했다. 연기와 노래를 하고 알려주는 안무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따라 해야 하는 뮤지컬 오디션 첫 경험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지금도 덜덜 떨고 있지만, <시카고>는 그만큼 꼭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2년간 쉬고 컴백했으니, 음반을 알리며 가수로서 자리 잡고 싶고 돈도 벌고 싶었죠. 하지만 <시카고>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었어요.” 뮤지컬이 본업도 아니고 소속사의 만류가 있었을 법도 한데, 가수 활동을 미루고 참여한 걸 보면 뮤지컬에 푹 빠져 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하다. “록시는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죠. 그리고 벨마나 빌리를 통해서 삶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영리한 여자라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결코 좌절하지 않고요. 영리하지 않은 저로서는 소화하기 힘들지만(웃음),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이번 공연에 함께하는 최정원과 인순이, 남경주 등의 선배들은 이미 <시카고>에 출연한 적이 있다. 록시 하트로 캐스팅된 윤공주와 아이비는 이번이 첫 출연. 두 사람은 다른 배우들보다 먼저 연습에 투입돼 4월부터 동고동락하고 있다. “내가 록시 하트를 하다니,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었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고 나선 너무 어려워서 매일 긴장 속에 지내고 있어요.” 관능적이고 절도 있는 밥 포시 안무는 춤 좀 춘다는 아이비에게도 보통 숙제가 아닌가보다. “(옥)주현 언니가 정말 잘하셨잖아요. 저도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커요. 게다가 저랑 더블 캐스팅된 (윤)공주 언니를 보고 더 깜짝 놀랐어요. 뮤지컬 경험도 많지만 엄청 노력파더라고요. 그걸 보니 더 걱정이에요.” 많은 연예인들이 뮤지컬에 진출하고 있고 대부분은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이비의 캐스팅은 호감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쪽이다. 엄살보다는 겸손에 가깝게 연신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뮤지컬 데뷔작 <키스 미, 케이트>에서의 선전을 생각하면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첫 작품도 힘들었지만, 그때는 조연이었고 비중도 작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정말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힘들지만, 그래서 이 작품을 마친 후에 성장해 있을 제 모습이 기대돼요.” 스스로 기대하는 그 모습이 관객들에게도 공유된다면 더없이 좋겠다.
가수 활동할 때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고, 몸이 아프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연습 후에도 놀지 못하고 캐릭터 생각만 하고 있단다. 뮤지컬은 혼자서만 잘하면 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동선과 연출 내에서 움직이며 상대 배우의 호흡까지 고려해야 한다. 어려운 것투성이인 뮤지컬이 대체 왜 좋은 걸까. 뻔한 얘기지만 좋은 데는 별 이유가 없다. 그냥 좋은 거다. “가수로서 활동할 때는 늘 혼자고 바쁘고 정신없는데, 선배·동료들과 오랜 시간 함께 호흡하다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정화되는 느낌이랄까요. 배우는 것도 많고, 끈기도 생기는 것 같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까 건강해지고,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다 보니 변비도 없어지고, 힘들지만 너무 신나고 행복해요.” 이것은 ‘그냥 좋다’의 다른 표현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5호 2012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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