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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일관된 컨셉이 명품을 만든다 <맘마미아> [No.81]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구술 | 김문정| 정리 | 박병성 2010-08-05 6,227


일관된 컨셉이 명품을 만든다 <맘마미아>

 

뮤지컬은 음악과 춤, 드라마를 갖추고 있다. 작품마다 강조하는 것이 다른데, <시카고>처럼 춤을 강조한 작품도 있고, <맨 오브 라만차>처럼 드라마가 강조한 작품도 있다. <맘마미아>는 음악, 그것도 아바의 음악이 중심이 된 작품이다. 단순히 아바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맘마미아>는 70년대 아바 노래를 그대로 뮤지컬 속에서 되살리기 위해 제작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

전세계 어디든 <맘마미아>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아바의 노래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전까지 다른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대형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악기까지 라이선스로 들여와야 한다. 라이선스 작품을 공연할 경우 무대나 의상을 들여오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지만 악기까지 들여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맘마미아>의 경우 건반을 다섯 대를 사야 한다. 네 명의 건반 연주자용과 스페어로 하나 더 준비하는 것이다. 이 건반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이 건반이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 특별하다. 이 건반에는 아바가 노래를 부를 때 사용되었던 피아노, 일렉 피아노, 스트링, 색소폰 등의 음원이 저장되어 있다. 아바의 노래에 대한 모든 음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맘마미아>에 수록된 아바의 노래마다 사용하는 피아노가 다르게 입력되어 있다. ‘Honey Honey’의 피아노, ‘Dancing Queen’의 피아노가 다 다르게 입력되어 있다. 몇몇 곡들은 같은 피아노를 사용해서 굳이 나누어놓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도 굳이 곡마다 별도로 설정해놓았다. 알고 보니 같은 피아노라 음색은 같지만 노래마다 피아노의 음량이 다른데 그런 것까지 모두 계산해서 입력해 놓은 것이다. 이 건반의 또 다른 특징은 음량 페달이 다른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보통은 페달의 압력으로 소리의 음량을 조절하게 되어 있는데, 이 오르간은 노래할 때 크게 들리는 음량과 대사할 때 반주로 작게 나가는 음량 두 가지만 입력되어 있어 페달의 압력에 상관없이 밟느냐 안 밟느냐에 따라 다르게 소리가 난다. 그러니 항상 일정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건반 이외에도 해외 프로덕션에서 들여와야 하는 품목이 있었는데 ‘이건 왜?’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베이스 기타와 드럼 파트의 의자였다. ‘이런 건 우리가 쓰던 것을 써도 될 텐데 왜 있는 거야’ 싶었는데 곧 알게 되었다. <맘마미아> 오케스트라 피트는 다른 뮤지컬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풍경인데, 연주자들이 모두 헤드폰을 쓰고 있다. 보통은 피트 안에 연주자를 위한 모니터 스피커를 설치하여 그 음량을 기본으로 연주자가 자신의 음량을 조절하게 되는데, 이 경우 피트 소리가 객석으로 나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공연 전에 음향감독님과 음량이나 특정 파트의 소리를 조절하는데 피트 안의 사운드보다 객석의 사운드가 주가 되는 음향감독님과 입장 차이로 가끔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맘마미아>에서는 연주자마다 개인 포뮬러(Formular)라는 믹서가 있어 자신이 필요한 파트의 소리를 조절해서 들을 수 있다. 각 연주자마다 자신이 필요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연주팀에 유명 가수들의 세션맨들이 있는데, “(이)승철이형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세밀한 시스템에 혀를 내두른다. 베이스와 기타는 기존의 엠프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잭을 직접 꽃아 콘솔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드럼은 피트와 분리된 공간을 제공하는데 이는 장단점이 있다. 좀 더 정확한 소리를 잡을 수 있지만 함께 연주하면서 느끼는 교감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스피커에서 울리는 소리가 몸과 가슴으로 전해질 때 연주자들은 좀 더 감흥을 받아서 연주할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만회하려는 게 바로 드러머와 베이스 기타의 의자이다. 이 의자는 특정 주파수를 받으면 의자가 떨려서 마치 함께 연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주게 한다.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서 최선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아바의 음악을 제대로 살려내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바의 노래에는 유독 코러스 파트가 많은데 그것을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서 무대 뒤에 개인 녹음실 같은 코러스 부스가 다섯 개 마련해 두었다.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때도 코러스들은 부스 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대기하다가 불이 들어오면 노래를 해야 한다. 작은 소리까지 무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그 어떤 작품보다도 코러스들이 고생을 한다.

춤이 격하거나 음이 너무 높아 실수를 할 수 있는 노래들은 사전 녹음을 하기도 한다. 무대 위의 실제 라이브 코러스를 서포트 하기 위한 수단이다. 사전 녹음으로 안정된 소리와 생생한 현장감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만족스런 사운드를 주기 위한 시도이다. <맘마미아>에서도 격렬한 춤이 등장하는 곡 중 사전에 노래를 녹음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완전 녹음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고 녹음과 라이브가 5대 5의 비율로 섞여 사용된다. 노래는 녹음을 하더라도 연주만큼은 라이브로 가야 하기 때문에 녹음된 노래와 연주를 잘 맞추어야 한다. 똑딱거리는 모노크롬 소리로 박자를 맞춰서 연주를 하는데, <맘마미아>에서는 녹음된 노래를 부를 때 첫 음만 누르면 노래가 나오도록 입력되어 있다. 그래서 실제 노래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노래와 반주가 맞게 된다. <맘마미아>에서는 이처럼 최적에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세심함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바의 사운드, 바로 아바의 추억이다.

 

 

 

 

 

 

 

 

 

 

 

 

 

 

 

 

 

 

 

 

 

 

 

 

 

아바의 음악을 되살리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드라마적으로는 놀라움을 주려는 컨셉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맘마미아’는 깜짝 놀랐을 때 ‘어머나’ 하는 반응을 나타내는 말이다. 제목처럼 <맘마미아>는 시종일관 놀라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우선 드라마 자체가 놀랍다. 젊은 날 짧은 시간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난 도나나, 결혼 전에 아버지를 찾겠다는 소피, 어머니 뻘인 타냐를 쫓아다니는 페퍼 등 쇼킹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음악도 쇼킹하게 등장한다. <맘마미아>의 뮤지컬 넘버들은 아바의 익숙한 노래들이지만 원곡의 전주가 그대로 쓰이는 노래는 커튼콜 때 ‘댄싱 퀸’과 `워털루` 정도밖에 없다. 나머지 곡들은 전주가 없거나 다른 음악으로 연주되다가 슬그머니 등장해서 충격을 준다. 내가 이 작품을 영국에서 처음 봤는데 ‘The Winer Takes It All’을 부르는 첫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었다. 도나와 샘이 심각하게 싸우는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관객들이 웃는 것이다. 노래가 나오는 상황을 보면 그들이 왜 웃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소피의 아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샘이 도나에게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도나는 계속 회피한다. 샘이 “우린 얘길 해야 해, 얘길 해야 해, 이건 우리 얘기야” 하자 도나가 이 곡을 부른다. 상황은 심각한데 이 노래의 첫 가사가 ‘I don`t wanna talk’이다. 관객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The Winer Takes It All’이 등장하자 웃게 된 것이다. 이처럼 노래를 자연스럽게 대화로 연장시키면서 재미를 준다. 우리는 ‘지난 얘기는~’이라고 시작해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최선을 다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이런 부분을 놓치고 가는 것은 안타깝다.

이 곡뿐만 아니라 ‘Thank You for the Music’을 비롯해 많은 곡들이 원곡이 가진 정서와 다르게 절묘하게 사용되면서 재미를 준다. ‘The Name Of the Game’의 가사는 마치 어제 만난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 같은 가사인데 그 상대방이 자신의 아빠 후보자인 빌이다.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 송을 드라마에서는 전혀 다르게 사용하면서 놀라움을 준 것이다.
<맘마미아>에서 공들여 복원한 아바의 노래는 매우 익숙한 것이지만, 드라마 상에서 예기치 못한 부분에 노래가 등장하게 하면서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준다. 노래가 등장하는 타이밍을 얼마나 철저하게 숨기냐면 지휘자 악보에는 노래 제목을 넣지 않을 정도다. 연주자 악보에도 노래 제목이 없고 번호만으로 표시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내 악보에만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추측이지만 그것은 아마 앞줄에 앉은 관객들이 다음 곡이 무엇인지 미리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이 밖에도 작품 전체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장치들은 많다. 2막 오프닝 곡에 첫 음이 굉장히 강한데 그 곡을 연주할 때마다 관객들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게 한다거나, 결혼식 장면에서 지휘자와 배우라는 관계를 깨고 나에게 기념사진을 부탁하고 부케를 받게 한다거나, 또 공연이 끝난 줄 알았는데 커튼콜에서 새로운 공연을 하는 등 놀라움을 주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아바의 음악을 최대한 그대로 복원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그것이 언제 나올지 모르게 놀라움을 주는 컨셉을 일관되게 유지했기 때문에 <맘마미아>가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문정 음악감독은 <명성황후>, <미스 사이공>, <맨 오브 라만차>, <맘마미아>, <에비타>, <렌트>, <뷰티풀 게임> 등 수많은 뮤지컬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전문 뮤지컬 오케스트라인 ‘The MC’의 지휘자이다. 2008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한국뮤지컬 대상 작곡상을,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음악감독상을 받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1호 201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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