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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영화 <멋진 인생> 관객과의 대화 현장 [No.94]

사진 |박진환 정리|김유리 2011-07-20 4,262

<멋진 인생>은 나의 이야기


<더뮤지컬> 정기구독 회원들을 위한 6월의 관람 이벤트는 프로듀서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신춘수 감독의 첫 영화 <멋진 인생>의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였다. 뮤지컬 계에선 배우만큼이나 유명한 신춘수 감독과 원작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이하 <스토리>)의 인기를 반영하듯 광화문 스펀지하우스의 좌석은 대부분 꽉 찼고, 감독 데뷔를 축하하듯 시종 훈훈한 분위기였다.

 


영화 <멋진 인생>은 뮤지컬 <스토리>의 연습부터 공연을 올리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각 캐릭터의 드라마를 덧입힌 작품이다. 첫 대본 연습부터 막이 오르기 직전 리허설까지 배우들은 작품과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실마리와 각자의 인생에서 얽혀있는 실타래를 함께 풀어나간다. 뮤지컬에 참여했던 류정한, 이석준, 신성록, 이창용이 그대로 참여하여 공연과 영화 촬영을 병행해 이미 지난해부터 개봉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신춘수 감독은 서울예대 영화과 출신으로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1990)에서 곽재용 감독의 조감독을 맡으며 감독을 꿈꾸다 1996년 공연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보고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어 지난 10년간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을 성공시키고, 프로듀서로서의 반경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넓히고 있어 ‘뮤지컬 계의 돈 키호테’로 불리기도 한다.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신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담담히 이야기했다. “<스토리>를 연출하기로 한 어느 날, 불현듯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주제를 확실하게 전달할 자신이 있어 영화화를 시작했다는 그는 자신감의 근원을 “이건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과 영화라는 매체의 차이로 인해 달라진 부분에 대한 관심과 캐스팅, 직접 출연한 감독의 연기 등 질문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끄덕이거나 웃었던 것은 배우들의 캐릭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각자의 성격이 반영된 듯 보이기 때문이다. 첫 질문자가 영화에서의 캐릭터와 배우의 실제 성격이 비슷한지를 묻자 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웃음이 터졌다. “첫날 첫 만남 장면처럼 연습 첫날엔 서로 잘 아는 사이라도 긴장감이 있어서 상당히 낯설어 한다. 연습하다보면 연출과 배우의 계산이 달라서 오는 입장 차이가 있기도 하다. 약간의 설정이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리허설 때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삼십대에서 마흔을 넘어가는 때는 자기 일을 책임지려고 하는 나이라서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극 중에서 이런 점을 과장되게 보여준 사람이 정한인데, 실제 성격은 조용히 책임지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석준이는 연출적인 마인드가 있는 친구라, 자기 생각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 성록이는 이 영화에서는 분석을 잘 하는 친구로 나오는데, 아주 담백하게 얘기를 하고, 창용이는 영화에서 보는 성격에 가깝다.(웃음)”

 


공연에서 토마스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류정한과 신성록의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며 캐스팅 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왔던 관객에게는 “작업을 함께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이 친구라면 이 역을 할 수 있겠다’란 느낌이 온다. 정한이와 석준이는 이런 느낌으로 일치감치 페어를 생각하고 있어 캐스팅했다. 창용이는 워크숍 때부터 참여했다. 영화 안에서 그가 트위터에 ‘(앨빈 역에 다른) 누군가가 되겠지만, 그래도 잘 해보고 싶다’고 올리잖나. 그 얘기는 실제 이야기였다. 기약할 수 없었지만 연습을 통해 그 친구의 가능성을 보고 캐스팅했다. 마지막으로 토마스 역을 남겨두고 계속 고민을 하고 있으니 정한이가 조용히 성록이를 추천했다.”고 캐스팅 히스토리를 밝혔다. 한편, 공연 연습과 영화 촬영을 병행한 모든 배우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도 표현했다.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 열흘 후에 대본을 줬는데, 공연도 하고 영화 촬영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사실 버거웠을 것이다. 다들 가벼운 다큐멘터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드라마가 추가되어 현장에서 쪽 대본을 주기도 했다. 보통 공연 쉬는 날 촬영했는데, 배우들은 촬영의 내용을 몰랐다(웃음).”


처음 영화 연출을 하면서 느낀 무대와 영화 연출의 차이로 인해 힘들었던 점과 느낀 점에 대한 질문에는 “오랫동안 공연의 호흡으로 살았기 때문에 영상적인 문법에 익숙하지 않았다. 감독이 좀 더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들이 가진 것을 충분히 뽑아 펼쳐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사운드 적으로도 일반적인 영화라면 따로 녹음해서 장면에 넣었을 텐데, 난 라이브에서 느껴지는 현장성을 생각해 연습장면에서 직접 노래한 것을 그대로 살렸다.”고 답했다. 


뮤지컬 <스토리>를 통해 ‘과연 우리에게 ‘멋진 인생’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다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나의 자화상”이라 말했다. “20대 초반의 순수함은 창용에게, 30대의 모습은 성록에게, 그리고 30대 말에서 40대의 이야기는 석준과 정한에게 이입시켰다. 결국 정한이나 석준을 통해 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앞만 보고 달려가면서 나름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프로듀서로서 슬럼프가 왔다. <스토리>를 연출하면서 그 슬럼프에서 탈출하고 싶었고, 영화를 통해서도 그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에서도 앨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더라. 그렇게 ‘정수’가 등장했다.” 이어 공연에서의 ‘앨빈’과 영화에서의 ‘정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말했다. “제게도 여러분에게도 ‘앨빈’이나 ‘정수’ 같은 존재가 있을 것이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왔고, 혼자 잘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그 꿈 때문에 아파했던 사람들이 주변에 상당히 많더라. 그때 ‘아, 성공만이 다가 아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난 정말 최근에서야 알았고, 내 나이 즈음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젊은 관객들이 <스토리>를 잘 받아들여 굉장히 신기했다. 하지만 관객은 이미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감성이 있었던 거다. 내가 늦었던 거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가장 화제였던 감독 자신의 연기 중 가장 오그라드는 장면을 꼽아달란 장난끼 어린 질문에 “전체 다”라고 대답한 감독은 “<스토리>의 연출이다 보니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출연한 것이다. 대사를 자연스럽게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실적으로 보이지 않더라. 연출로서 배우들이 어색하게 대사를 치면 ‘사람이 여백이 없고, 진정성이 없다’고 호통을 쳐왔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 안 한다(웃음).”면서도 다시 연기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연습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며 신춘수 감독은 “관객들은 좋은 작품을 보기 위해 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런 관객을 위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요즘의 욕심”이라며, 이전부터 원작자 스티븐 돌기노프와 준비 중인 스릴러 영화 <쓰릴 미>에 대한 계획과 앞으로 프로듀서와 영화 연출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음에 이렇게 설 때도 많은 격려 바란다. 맘에 안 드시는 건 트위터 DM으로 보내달라.”며 ‘맞팔’을 약속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관객과의 대화는 마무리됐다.

 

<더뮤지컬> 정기구독 회원들을 위한 관람 이벤트는 매달 진행됩니다. 매월 초에 홈페이지에 공지되며, 메일링을 통해 안내해 드릴 예정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3호 2011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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