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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vorite] 내가 좋아하는 창작뮤지컬 [NO.95]

정리 | 편집팀 2011-08-08 4,419

지난호 기사에서 남자 배우들이 좋아하는 창작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해 보셨는지? 이번엔 여배우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창작뮤지컬은 무엇입니까?

 

 

 

 

 

 

 

 

 

 

 

 

 

 

 

배해선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정말 오랜만에 출연한 사극이었어요. 오랫동안 분당에 살았고, 남한산성도 자주 갔었는데,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제작하는 쪽이나 스태프, 배우들 모두 작품의 맥을 놓지 않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던 작품이에요. 가장 좋았던 장면은 눈보라 몰아치는 대나무 숲 사이로 임금님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는 신이에요. (매향이 역할을 혼자 했기 때문에 공연 때 보진 못했고, 리허설 때 잠깐 봤었어요.) 무대에서는 이미지, 음악, 연기 모든 것이 연출의 컨셉에 꼭 맞을 때 지나가는 한 장면이라도 크게 남는 것 같아요. 뾰족뾰족하고 차디찬 대나무 숲이 고집 있고 단단한 선비 정신처럼 느껴지면서도 당시 선조들이 극복할 수 없었던 장벽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백성들은 ‘어디로, 어디로’를 외치며 임금에게 막막함을 토로하는 데 그 하나의 이미지에 임금과 백성의 감정이 응축되어 있는 장면이라 마음에 참 진하게 남아요. 사극은 역사의 장을 통해 현대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소극장 작품으로는 (홍)광호가 출연했던 <첫사랑>도 참 아기자기하고 예뻤어요. 좋은 창작뮤지컬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좋은 작품을 더 추천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호호.

 

 

 

 

 

 

 

 

 

 

 

 

 

 

 

구원영 <천사의 발톱>
난 가장 좋아하는 창작뮤지컬로 주저 없이 <천사의 발톱>을 꼽겠다. 뮤지컬에서 중요한 것이 대본과 음악 아닌가. 모든 작품이 여기서 출발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텍스트와 선율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였던 작품이 <천사의 발톱>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쌍둥이 형의 죽음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자신이 가진 발톱을 숨기고 천사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고개를 내민 발톱으로 내면의 야수성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연극영화과 학생일 때 처음으로 사서 보았던 희곡 작품이 조광화 선생님의 것이었을 만큼,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다. 희곡이라는 문학 작품으로서도 그의 작품들을 좋아했는데, 이후에 그의 작품에 출연하게 될 줄이야. 원미솔 음악감독님의 작업들 중에서도 이 작품이 단연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공연할 당시 배우와 스태프 모두 이 작품을 올리겠다는 목표와 열정으로 똘똘 뭉쳤던 터라, 참여한 배우로서도 기억에 남는다. 다시 공연한다면 출연하고 싶냐고? 당연하다. 아마 그때 참여했던 배우들 모두 그런 마음일 것이다.

 

 

 

 

 

 

 

 

 

 

 

 

 

 

 

최주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글루미한 음악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첼로와 피아노 선율이 자꾸 귀에 맴돌아요. 작품하면서도 참 많이 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롯데가 베르테르에게 총을 건네주며 ‘불길한 내 마음’을 노래하는 장면이에요. 지난 공연에선 롯데가 베르테르를 한 인간으로서 사랑한 걸 인정하고, 그 노래를 부르면서 부디 베르테르가 죽지 않길 바라거든요. 롯데의 아픈 마음에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베르테르가 자살을 하려고 총을 겨누는 장면도 충격적이었죠. 베르테르는 행복한 사랑을 한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자살이 그 사랑의 끝이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요즘은 안정적인 사랑을 많이 꿈꾸잖아요. 그 장면에서 전 그렇게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부럽기도 했어요. 너무 어두웠나요? 하하. 제가 대부분 창작뮤지컬을 했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조금 아쉬워요. 시대극은 처음이라 무대 적응에 있어서, 그리고 롯데를 만들어 내는데도 아쉬움이 많았어요. 마치 쓴 열매를 먹고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공연이랄까요? 요즘도 ‘금단의 꽃’을 집에서 혼자 연주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랍니다.

 

 

 

 

 

 

 

 

 

 

 

 

 

 

 

문혜원 <빨래>
작년에 <빨래>를 봤는데 참 좋았어요.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주제곡인 ‘빨래’의 가사도 그렇지만 작품 전체의 가사와 노래가 참 한국적이라 와 닿더라고요. 열심히 살지만 나아지는 것 같진 않고, 착하게 살지만 어떤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부조리한 것들을 보아도 못 본 척 감내해야 하는 고단한 현실을 사는 주인집 할머니, 나영이, 솔롱고 등 모든 캐릭터가 내 주위에 있는 현실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섬세한 고민들, 진심이 느껴져 공감이 가더라고요. 모두 현실의 고민과 상처를 어느 정도는 안고 살텐데, 그걸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어요. 특히 나영이가 파주 출판단지로 전출 통지를 받고 술에 취해서 집에 가던 길이 기억에 남아요. 스물일곱이면 그래도 많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술김에 혼잣말을 하다가 가로등에 기대 서럽게 우는데, 남자든 여자든 울면서 집에 가본 적 있잖아요. 예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맘에 안아주고 싶더라고요. 결말도 참 맘에 들어요. 나영이, 주인할머니, 희정 엄마 모두 자신의 현실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으며 또 살아가는 소박한 결말, 어떤 드라마의 환상적 엔딩보다 더 좋았던 결말이었어요.  

 

 

 

 

 

 

 

 

 

 

 

 

 

 

 

오진영 <카르멘>
극단 갖가지의 <카르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00년 대 초반에 본 작품이니 제가 배우 생활을 시작한지 2~3년 쯤 지났을 때 본 작품일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공연을 참 많이 보러 다녔어요. <카르멘>은 동기들이 출연하는 공연이라 보러 간 거였는데, 채국희(채시라 동생) 언니에게 반해서 왔어요. (웃음) ‘카르멘’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집시 풍의 음악이 아닌 굉장히 클래시컬한 분위기의 곡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안무에요. 사실 우리나라 배우들이 플라멩코를 제대로 추기가 쉽지 않잖아요. 제 기억에는 그때 출연했던 친구들이 플라멩코를 잘 소화했던 것 같아요. 연습량이 굉장히 많았다고 들었지만요. 그리고 채국희 언니가 추는 카르멘의 독무 장면이 정말 압권이었어요. 카르멘의 내면을 노래가 아닌 춤으로 표현하는데, 그게 너무 인상적이죠. 5분 동안의 독무에 카르멘의 인생이 다 담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김유영 <내 마음의 풍금>
전 제가 학교 다닐 때 본 <내 마음의 풍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렸을 때 무척 재미있게 본 영화라 뮤지컬은 어떤 느낌일까, 하고 친구들 끼리 보러 간 거였어요. 저도 지금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을 하고 있지만, 영화를 무대화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은데 <내 마음의 풍금>은 참 잘 만들어진 작품이더라고요. 구성도 좋고, 각각의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보여서 좋았어요. 오만석 선배님과 이정미 선배가 연기를 너무 잘하신 영향도 크겠지만요. 마음 따뜻하고, 참 재미있게 봤어요. 아, 홍연이가 커피를 처음 마시고 나서 부르는 ‘나 오늘 커피 마셨다!’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넘버 아닌가요. 홍연이 역에 욕심이 나진 않았냐고요? 물론, 그 생각도 하긴 했죠.(웃음)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5호 2011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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