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뮤지컬 넘버 서범석
+ 데뷔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뮤지컬 넘버 <명성황후> ‘나의 운명은 그대’
“<명성황후>는 10년에 걸쳐 출연한 공연이니 저하고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작품이에요. 처음 5년은 앙상블로 참여하다 결국엔 홍계훈이라는 역할을 따내서 제겐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고요. 홍계훈 솔로 곡 ‘나의 운명은 그대’는 저하고 음역대가 안 맞는 곡이었는데 이 역할이 너무 하고 싶어서 정말 노력했어요. 당시 제 생각에 홍계훈은 무술도 해야 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연기도 잘해야 하는 뮤지컬 캐릭터의 꽃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역할만 맡고 나면 웬만한 역할은 다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던 뮤지컬 넘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발길을 뗄 수 없으면’
“2002년이었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승우가 공연할 때 이 작품을 처음 봤어요. 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순수한 사랑은 모든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잖아요. 전 그 먹먹함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가 1막 엔딩 장면에서예요. 1막 후반부, 베르테르가 알베르트와 행복해 하는 롯데를 보고 발하임을 떠나기로 마음먹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울 리 없죠. 이때 베르테르가 부르는 노래가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인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와 닿아서 눈물이 났어요. 평소에도 울컥하면 눈물을 잘 참지 못하는 편이지만, 그땐 그냥 울면서 공연을 봤던 기억이 나요.”
+ 의외로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 <헤드윅> ‘The Origin of Love’
“언젠간 꼭 해보고 싶은 작품 중 하나가 <헤드윅>이에요. 그런데 그게 사람들에게는 무척 뜻밖의 이야기인가봐요. 저와 트랜스젠더 록커 헤드윅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가 의외인 것 같은 반응이랄까요. 저는 조승우하고 오만석이 출연한 초연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릴 만큼 감동을 받았는데 말이죠. 멜로디도, 가사도 주옥같이 아름다운 노래들! 특히 대표곡 ‘The Origin of Love’는 자기 본질을 찾아가는 어마어마한 노래잖아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곡이죠. 기회가 될 때마다 <헤드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프로덕션에서는 꿈쩍도 안 하네요. 하하. 사실은 제게 출연 제의를 절대 안 할 거라는 걸 알기에 그렇게 얘기하고 다니는 거지만요. 솔직히 막상 역할이 주어지면 겁이 날 것 같거든요. 가장 두려운 건, 노출? 하하. 저야 벗는 건 상관없지만 관객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 됩니다.”
+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뮤지컬 넘버 <지킬 앤 하이드>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은 저의 노래방 단골 레퍼토리예요. ‘지금 이 순간’이 가볍고 밝은 노래가 아니라, 노래방에서 부르면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감정에 충실해서 드라마틱하게 이 곡을 부르면 현장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거든요. ‘지금 이 순간’은 유명한 만큼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한 곡이지만, 음미하면서 부르면 절대 질릴 수 없는 곡이에요.”
+ 내게 도전 의식을 느끼게 했던 뮤지컬 넘버 <레 미제라블> ‘Bring Him Home’
“처음으로 ‘저 역할은 어떻게 해도 난 못맡겠다’고 느꼈던 역이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이에요. 장 발장의 ‘Bring Him Home’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욕심내 봤을 명곡이에요. 저도 어렸을 땐 이 노래 연습을 무척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노래가 진성과 가성, 폭발적인 성량, 모든 것이 갖춰져야 부를 수 있는 곡이더라고요. 장 발장은 뭐랄까, 하늘이 내려줘야 할 수 있는 역할 같아요. 최근 작품 중에서 부르기 어려운 걸로 따지자면, <엘리자벳> 루케니의 곡들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공연을 보면서 내가 루케니를 했다가는 ‘목이 완전히 고장 나버릴 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내게 힘이 되어줬던 뮤지컬 넘버 <맨 오브 라만차> ‘The Impossible Dream’
“<맨 오브 라만차>는 7~8년 전 ‘The Impossible Dream’이라는 곡을 통해서 알게 된 작품이에요. 이 작품에 대해 몰랐을 때, 콘서트에서 ‘The Impossible Dream’을 부를 일이 생겼거든요. 그때 가사를 외우다가 내용에 푹 빠져버렸죠. 내가 꾸는 꿈이 이뤄질 것 같기도 하고, 이뤄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루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지지하는 노래. 배우로서 제가 걸어가는 길을 응원해 주는 노래 같았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1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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