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 <킹아더>가 3월 14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킹아더>는 원제인 <아더왕의 전설(La Legende Du Roi Arthur)>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더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더왕은 가공된 캐릭터지만 중세 시대 유럽에서 예수 다음으로 유명한 영웅이었고, 역대 브리튼 국왕 중 가장 많은 창작물을 낳고 있다. 뮤지컬은 우연히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더가 왕으로 즉위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초연에선 판타지 느낌의 연출과 퍼포먼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가미했다.
국내 초연은 원작 그대로 공연하는 레플리카 방식이 아니라 대본과 음악만 가져온 스몰 라이선스 방식을 택했다. 지난 19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한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서 오루피나 연출은 “좋은 음악과 화려한 쇼로 가득한 원작 구성에 캐릭터마다 이야기를 탄탄하게 더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공개했다.
직접 각색을 하면서 “(평범했던) 아더가 칼을 뽑고 왕이 되는 과정에서 아더를 힘들게 하는 캐릭터 이야기도 탄탄했으면 했다. 대사뿐 아니라 가사에서도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단어를 택하려 했다.”고 주안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 결과 캐릭터의 결말도 달라졌다. 오루피나 연출은 “전체 흐름을 유지하면서 각 캐릭터도 잘 해결되는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고 했다. 그 결과 랜슬롯이 칼에 맞아 죽는 장면이 없는 원작과 달리 “랜슬롯이 칼에 맞아 죽으면서 귀네비어와 사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리프라이즈 곡으로 추가되었다.
“모르간이 임신한 이야기가 원작에서는 약하게 이뤄졌다는 판단에 뮤지컬 넘버 중 원래는 멜레아강과 모르간이 부르는 ‘나의 싸움’에 가사를 새롭게 얹어서 아더와 모르간이 부르는 곡으로 바꿨어요. 아이를 동기로 아더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저주를 내리는 모르간에게 (오히려) 축복의 말을 해주면서 행복하게 살길 기원하고, 모르간이 떠나는 장면이에요.”
‘그럴리 없어’도 원작에 없지만 아더가 좋은 왕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추가된 장면이라고 했다.
<킹아더>에서 아더는 평범한 인물에서 왕으로 나아가는 인간적인 모습에 많이 집중했다. 오루피나 연출은 “고통과 혼란, 압박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나가는지에 따라 깨닫고 성장한다. 아더도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아더 역 배우들과 연습 막바지까지 고민하면서 만든 마지막 대사에도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마법사인 모르간은 “인간이었지만 분노 때문에 마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걸 캐릭터로 잡았다.”고 했다. 특히 멀린과 모르간의 대화 장면 등에선 무대 장치를 많이 활용해서 인간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보여주려고 덧붙였다.
<킹아더>는 6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엑스칼리버>와 같은 소재 작품으로도 화두로 떠올랐다. 차이에 대해 묻는 질문에 오루피나 연출은 “(개막 전인 작품이라) <엑스칼리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드리기 힘들 것 같지만 들은 바로는 <킹아더>에선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고 훌륭한 왕을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면, <엑스칼리버>는 엑스칼리버를 뽑는 장면이 마지막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킹아더>는 알앤디웍스가 제작한 첫 프랑스 뮤지컬인데다 <더데빌>, <마마, 돈 크라이>, <록키호러쇼>, <아이러브유>처럼 그간 제작해온 작품들과도 결이 다르다. 오훈식 알앤디웍스 대표는 “일부러 기존 작품과 다른 것을 선택하진 않았다.”면서 “트렌디한 음악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킹아더>는 구성이 낯설고 생소하다. 제가 느낀 매력이 관객들에게 잘 표현돼서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제작 이유를 공개했다.
<킹아더> 음악은 새롭게 각색한 대본에 맞춰서 순서를 바꾸는 동시에 기존 곡을 편곡했다. 프렌치 팝 색채인 원작과 달리 전자 사운드와 오케스트라가 강렬한 리듬을 선사한다.
신은경 음악감독은 “원작 특징을 배제시키려 하진 않았다. 장점을 살리면서 현대 음악의 트렌디함을 합칠 수 있도록 했다. 곡과 곡 사이를 스코어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려 했다.”고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원곡은 구조 자체가 일정하게 반복되는데 그 마무리를 우리만의 해석을 더하자 해서 배우들과 많이 상의를 거쳤다.”면서 노래에서 끝처리가 다른 부분을 원곡과 비교해서 들으면 재미있을 거라고 감상 팁을 알려주었다.
<킹아더>는 마치 가요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현란한 안무가 특징이다. 채현원 안무가는 “<킹아더>가 낯설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퍼포먼스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뮤지컬에서 주로 사용하는 장르부터 스트리트 댄스, 힙합, 어반 댄스 등 팝장르도 담았다. 낯설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열심히 만들었다. 춤을 잘추는 선수들이 많아서 퍼포먼스 완성도가 낮지 않다. 노력한 부분과 팀워크가 관객분들께 꼭 전달될 거라 본다.”고 자신했다.
<킹아더> 초연 타이틀 롤은 장승조, 한지상, 고훈정이 맡았다. 장승조는 <더데빌>이후 2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한다. 그는 “무대가 정말 그리웠다. 무대에서 바라볼 때 비어있던 객석이 가득차서 박수를 찾고 있는 관객분들이 있는 그림을 항상 그렸고 그 냄새가 그리웠다.”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장승조는 “<킹아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점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는데 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잘 표현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되짚었다. 이어 그는 “연습하면서 <킹아더> 하길 잘했고, 재밌다는 말을 많이 했다. 연습 때 느낀 감정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다. 모든 배우와 제작진 다 같은 마음일 거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아더가 변해가는 모습을 다층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철부지 청년에서 (성장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진짜 왕이 된 모습까지 다채롭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고 연기 방향에 대해 말했다.
한지상은 출연 이유로 오루피나 연출을 꼽았다. “단순하지만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오루피나 연출과 협업을 갈망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킹아더>의 매력으로 “(과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능숙하게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감성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킹아더>를 “아더의 압박감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아더는 오이디푸스 못지 않게 괴로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오이디푸스가 눈을 멀게 했다면 아더는 사랑하는 귀네비어를 추방시킨다. 모든 부담과 압박감을 이겨내고 내려놓고 깨닫게 되면서 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고 역할을 설명했다.
한지상은 <킹아더>에서 꽃은 앙상블이라 말하며 “어마어마한 안무를 소화하고 앙상블 배우들이 뿝어내는 에너지는 매 순간 주조연 배우들에게 영감을 줄 거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다.”고 앙상블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훈정은 “성장과 변화, 부담과 압박을 계속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종류의 사랑과 그것에 대한 즐거움, 무게, 비참함을 느낄 때 어떻게 증명해야 하고 헤쳐나갈지를 많이 고민했고 표현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킹아더> 음악을 듣고 한국어로 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그걸 경험해 보고 싶었다면서 “음악감독님도 많이 신경쓰셨고, 많은 시도를 했다.”고 했다. 고훈정은 <킹아더>를 보면 마치 한 편의 콘서트 같은 느낌도 든다며, “작년에 <더데빌> 콘서트를 할 때 관객분들이 다같이 ‘쌍투스 도미니’를 외쳤는데, <킹아더> 콘서트를 한다면 다같이 외치는 재미난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공연을 다같이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원탁의 기사 랜슬롯은 충성심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임병근은 “아더왕의 충신이자 귀네비어의 연인이다.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심한다. 모든 장면에서 랜슬롯은 그 갈등을 표현한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장지후는 “랜슬롯의 갈등을 충분히 표현하기에는 서사 혹은 전사가 덜 표현되는 건 사실이다. 여러 제약이 있지만 기사로서 명예도 지키면서 사랑에 빠지는 부분을 열심히 표현하고 있다. 다행히 귀네비어 배우 세 분이 아름다우셔서 사랑에 빠질 때 몰입이 어렵지 않다.”며 아더와 귀네비어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역할을 연기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역을 맡은 니엘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많이 없는데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에 대한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사랑은 이유없이 찾아오는 거다. <킹아더>를 통해 사랑은 아름답지만 무섭기도 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실제 랜슬롯이었다면 성배를 택할지 사랑을 택할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극 중에서 사랑을 택하는 랜슬롯을 보면서 역시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리사는 “준비를 많이 했고, 배우, 스태프, 제작사까지 똘똘 뭉쳐서 고민하고 고뇌했다. 나중에는 다같이 즐기고 박수치면서 재미있게 즐기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초연의 막을 올린 <킹아더>는 6월 2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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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막올린 <킹아더> “원작의 장점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탄탄하게 보강했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03-21 4,945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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