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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그리스 신화는 어떤 모습일까?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2020-03-05 2,812
그리스 신들이 21세기 인간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인간처럼 사랑하고 질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창작집단 LAS(라스)의 대표 레퍼토리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가 2년 만에 돌아왔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를 현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6년 산울림고전극장 참가작으로 초연한 후 2017년 CJ문화재단 창작지원프로그램인 '스테이지업'에 선정돼 공간 지원을 받아 다시 공연했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사랑과 질투, 욕망, 분노 등 삶의 원초적인 감정을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등 세 여신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투영시켜 보여준다. 




지난 4일 오후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진행된 프레스콜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쓰고 배우로도 참여 중인 한송희(헤라 역) 작가는 “산울림고전극장 프로그램 당시 주제가 그리스 희곡이었다. 연출님과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면 어떨까란 얘기를 꾸준히 해왔던 걸 하게 됐다.”고 작품이 탄생된 과정을 말했다. 

한송희 작가는 “신화를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황당한 일들이 많지 않나. 그런 반응을 작품에 담아서 만들면 어떨까 했다. 여신들을 중심으로 사랑이든 삶이든 일이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현대 여성들과 닮게 그려보면 어떨까 하다가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과 차이에 대해 이기쁨 연출은 “초연 때부터 대본을 조금씩 수정했다. 결말과 대사 디테일도 조금씩 바뀌었지만 이번 시즌은 대본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달라진 것은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이기쁨 연출은 “연습하면서 느꼈는데 저도 배우들도 대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변화된 것 같았다. 같은 대본이지만 그 안에서 새롭게 의미를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초연 이후 4년 사이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송희 작가는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논의됐고 관심도 커졌다. 그러면서 조금 더 공론화된 부분도 있다.”고 차이를 짚었다. 

그러면서 “작품을 처음 쓸 땐 페미니즘적인 작품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진 않았다. 남성 이야기가 많지 않나. 신화도 남성 중심이고. (제가) 여성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새롭게 쓸 수 있을가 하다가 여성의 시선으로 신화를 풀면 같은 이야기도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해서 쓰게 됐다. 고정관념을 탈피해 조금 더 주체적으로 풀면 어떨까 했다.”고 여신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풀어나간 이유를 들려줬다. 

한 작가는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여성인권운동이나 페미니즘은 갑자기 터진 게 아니라 마음 속에 그런 불평등이나 불합리함을 담고 있던 것들이 어떤 기회로 터지게 됐다. 저도 그런 인식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보시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느낀 것 같다. 그러면서 의미를 부여받고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한다.”고 진단했다. 



아르테미스 역을 맡은 김희연은 맡은 역할과 닮은 점에 대해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됐다.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재밌었다. 제 역할뿐 아니라 아프로디테나 헤라 모두 다 실제와 비슷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다.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아프로디테 역을 맡은 이주희는 “한 사람의 배우자이다 보니, 오히려 '이럴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용납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실제와 상반된 점들이 있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해하려고 애쓰고,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남신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한다. 제우스부터 아레스, 아폴론을 연기하는 이강우는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물이 처한 상황에 집중한다. 이 작품에서 제 역할은 인물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연출님과 같이 어떤 부분을 부각시켰으면 좋겠는지 상의하면서 하다 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기쁨 연출은 “처음엔 무대에서 수다 떨면서 재밌게 놀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접근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에게 의미가 더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작품의 의미를 되짚으며, “관계와 관계 안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시선을 담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계속 의미를 찾아가는 것처럼 관객 분들도 매번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공연을 남는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주희, 김희연, 한송희, 이강우, 조용경, 장세환이 출연하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3월 29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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