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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지 못한 아들들, 연극 <아들>

글 | 박병성 | 사진제공 | 연극열전 2020-10-13 3,733
플로리앙 젤레르의 연극 <아들>이 공연 중이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정체성 상실 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선보였던 그는 우울증에 걸린 <아들>로 가족 삼부작을 완성한다.



연극 <아들>은 이혼 후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살고 있는 아버지 피에르(이석준 분)와, 어머니와 남겨져 삶의 목적을 상실하고 우울증을 앓는 아들 니콜라(이주승, 강승호 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제목이 ‘아들’인 만큼 의식적으로 아들 니콜라의 행적을 쫓게 되지만 실제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아버지 피에르이다. 

피에르는 집안에는 관심이 없고 모든 가족 일은 어머니에게 내맡긴 무책임하고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며 일찍 철이 들었던 피에르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고 변호사로 사회적인 성공도 이룬다. 

피에르는 아들 니콜라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학교도 나가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아버지를 끔찍이도 증오했던 그는 아들을 책임지고 싶어한다. 그래서 갓난아이까지 있는 새로운 가정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전처의 아들 니콜라를 들인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새로운 가정의 갓난아이를 돌보는 것도, 그리고 전처의 아들 니콜라를 돌보는 것도 와이프 소피아(양서빈)의 몫이 된다. 전 부인 안느(정수영)와의 불화가 어떠한 이유였을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피에르의 집으로 들어온 니콜라는 안정되어 간다. 학교도 나가고, 예전처럼 불안해 하지도 않는다. 피에르는 아들이 안정되어간다고 여겼지만 그건 피에르의 착각이었다. 니콜라는 예전과 같이 학교에 가지 않았고 자해도 여전하다. 거짓말을 하고 삶의 의욕이 없는 아들에게 피에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설명’과 ‘이해’이다. 진심어린 얼굴로 아들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자신을 이해시켜 달라고 요청한다. 피에르는 아들의 위치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아들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어리석고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라 아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어른이 된 줄 알았던 피에르는 그렇게 증오하고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피에르와 니콜라는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한다. 연극 <아들>에서 제목 ‘아들’이 가리키는 대상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들 니콜라가 아니다. 아버지가 되었지만 진정한 아버지가 되지 못한,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하고 몸만 커버린 아들 피에르이다. 피에르는 니콜라에게 되어주지 못한 아버지를 소피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게는 되어 주었을까. 우리는 아들로서 또는 아버지로서 상대의 자리에서 아무런 말없이 가슴으로 안아준 적이 있었나. 연극 <아들>은 세상 더없이 서먹하고 불편한 관계인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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