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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뮤지컬 <물랑루즈!> 창작진 기자 간담회

글 | 이참슬(웹 에디터) | 사진제공 | CJ ENM 2022-11-17 2,119

 

뮤지컬 <물랑루즈!>가 오늘(17일) 서울 종로구 블루레인라운지에서 창작진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물랑루즈!>는 1890년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로, 2001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은 원작 영화의 노래뿐만 아니라, 마돈나, 시아, 비욘세, 아델, 리한나 등의 히트 팝을 매시업(Mash-up, 여러 요소를 하나로 결합하는 것)해 뮤지컬 넘버로 만들었다.

 

CJ ENM의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을 통해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물랑루즈!>는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 독일 등에서 공식 개막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오는 12월 2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하는 한국 초연은 오리지널 창작진 및 제작진이 직접 참여한 레플리카 작품이다. 전 세계 모두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무대, 의상, 소품, 가발 등을 미국, 호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지정 제작소에서 만들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물랑루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음악 수퍼바이저 저스틴 르빈, 협력 연출가 맷 디카를로, 저씬타 존, 협력 안무가 대니엘 빌리오스 등이 참석했다.

 

아래는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물랑루즈!>는 <킹키부츠> <보디가드> <빅 피쉬>에 이은 CJ ENM의 네 번째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품이다. CJ ENM의 글로벌 프로듀싱 사업 취지는 무엇인가.

예주열 총괄 프로듀서 및 CJ ENM 공연사업부장(이하 예주열) CJ ENM은 10년 동안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직접 제작한 작품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얻고 사업을 진행해야 하므로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공동 프로듀서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해외의 좋은 작품을 한국에 빠르게 선보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직 공연하지 않은 공동 프로듀싱 작품이 있는가?

예주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마이클 잭슨의 주크박스 뮤지컬 <엠제이(MJ)>와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백 투 더 퓨처>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공연 시기가 정확하게 정해지진 않았지만, 곧 한국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듀싱하는 작품의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예주열 국내 공연을 목표로 프로듀싱에 참여한다. 뮤지컬 장르 특성상 단기간 내에 트렌디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장기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보편성이다. 뮤지컬을 보면 러브 스토리나 가족 이야기처럼 전 인류가 공감하는 소재가 많은 편이다. 한국 관객과 해외 관객 모두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선호한다. <물랑루즈!>는 원작 영화가 워낙 한국 관객에게도 사랑받는 작품이고,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제작 작품도 보편적 소재로 제작하려고 한다.

 

영화를 뮤지컬화 하면서 음악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저스틴 르빈 음악 수퍼바이저(이하 저스틴 르빈) 노래를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하기보다는 바즈 루어만(원작 영화감독)의 시네마틱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이전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원작 영화도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에 원래 음악을 존중하면서 확장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영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클로즈업이나 점프 컷 같은 기법이 무대에서는 불가능하므로 그런 카메라 기법을 음악적으로 대신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원작 영화와 비교했을 때 뮤지컬만의 차별점은?

예주열 영화에 비해 뮤지컬은 현대 팝송이 많이 추가됐다. 매시업 작업을 통해 팝송을 뮤지컬 넘버처럼 만들었다. 공연 1막을 영화 전반부, 2막을 영화 후반부라고 했을 때, 1막은 영화에 비해 뮤지컬 앙상블을 통해 공연적인 요소로 쇼를 훨씬 화려하게 표현했다. 2막에는 극중극 '스펙타큘러'가 나오는데 영화가 '스펙타큘러'의 화려한 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뮤지컬은 2막에서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관계, 둘의 드라마가 훨씬 강조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뮤지컬에서는 화려한 쇼와 드라마를 적절하게 균형을 맞췄다.

저스틴 르빈 뮤지컬은 영화보다 더 많은 음악이 있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뿐 아니라, 무대에서는 더 많은 넘버가 필요했다. 무대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대사나 스토리텔링에 어떤 음악을 넣을지 고민했다. 뮤지컬 <물랑루즈!>의 유리한 두 가지 지점이 있는데,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 영화가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 영화 개봉 후 좋은 팝 음악이 많이 발표돼 그 음악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곡을 합쳐 노래를 만드는 매시업 작업은 뮤지컬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

저스틴 르빈 팝송은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로 한 가지의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뮤지컬에서 노래의 기능은 더 확장적이다. 하나의 상황만이 아니라 그 상황의 감정과 스토리를 전진시켜야 하는 복합적인 노래가 뮤지컬 넘버이다. 매시업을 통해 노래를 두 개 이상 엮으면서 관객에게 익숙한 노래로 추억을 자극하기도 하고, 다른 노래를 넣어 스토리를 진전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롤링 스톤스의 '아이 캔트 겟 노 새티스팩션(I Can't Get No Satisfaction, 나는 만족할 수 없다)'이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는데, 첫 소절만 들어도 이 노래가 무슨 내용인지 알게 되고 더 이상 추가적인 내용이 없다. 뮤지컬에서는 이 노래 하나만 넣으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매시업을 활용하면 여러 가지 감정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노래를 부분적으로 엮어서 팝송이 가진 익숙함, 스토리 전개를 다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존의 노래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맞춰진다면, 매시업은 대사와 가사,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노래를 쭉 펼쳐서 가사를 쪼개고 배열해 노래를 만든다.

 

가장 팝송이 많이 들어간 넘버는 무엇인가?

저스틴 르빈 1막 피날레에 나오는 '코끼리 사랑 메들리(Elephant Love Medly)'에는 20곡의 노래가 나온다. 영화에도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지만 차이점은, 사틴의 노래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노래와 사랑에 반대하는 노래를 나열해서 사틴의 가사, 크리스티안의 가사를 퍼즐을 맞추듯이 배열하다 보니 20곡이 한 곡에 들어갔다. '코끼리 사랑 메들리'는 영화 노래와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퀸의 '플레이 더 게임(Play the Game)'이라는 노래로 연결된다. 사틴과 크리스티안이 같은 노래의 다른 가사를 주고받으면서 사틴만의 노래를 도입하는 실험을 했다. 또한, 사틴과 크리스티안이 사랑을 두고 티격태격하는데, 둘 사이에 이견이 발생할 때는 음악의 키가 바뀌고 둘의 마음이 맞으면 키가 맞춰지는 음악적 기법을 활용했다.

 

 

<물랑루즈!> 한국 프로덕션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저씬타 존 협력 연출가(이하 저씬타 존) 한국어 대본과 가사 번역을 맡은 김수빈 번역가와 함께 한국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감성과 뉘앙스를 적절하게 배치도록 준비하고 있다.

맷 디카를로 협력 연출(이하 맷 디카를로)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표현하는 최초의 프로덕션이라 번역을 자세하고 철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어는 못하지만,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그들이 구축하는 드라마를 빌드업하고, 작품에서 유머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우 캐스팅을 위해 7개월간 오디션을 진행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주의 깊게 본 것은 무엇인가?

예주열 오디션을 하기 전 한국에서 이 엄청난 안무 앙상블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오디션 과정을 치열하게 준비했고, 다행히 배우들을 완벽히 선발했다. 4주째 연습하고 있는데, 해외 프로덕션 수준만큼 배우들이 소화해주고 있다.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다.

대니엘 빌리오스 협력 안무가(이하 대니엘 빌리오스) 오디션은 대부분 화상으로 진행했다. 오리지널 안무가 소냐 타예의 안무 스타일은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완전히 열려야 한다. 오디션을 본 배우 모두 실력이 좋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소냐의 안무를 표현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 긴 프로세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연습마다 100%를 해내기 때문에 피곤할텐데도 또 뭘 해야하냐고 되물을 정도로, 스킬뿐만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 배우들의 특장점이다.

 

<물랑루즈!>만의 안무 특징이 있다면?

대니엘 빌리오스 안무가 강조되는 빅 넘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도 앙상블이 무대 위에서 계속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개별 실력도 중요하지만 파트너와 함께하는 춤이 많고, 단체를 이뤄 합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강렬한 안무는 1막과 2막 오프닝에 나온다. 예를 들면, 1막 오프닝은 캉캉을 비롯한 다양한 안무가 등장한다. 사틴을 제외한 모든 주조연의 전사를 표현하는 등 앙상블을 통해 1막의 분위기를 제시하는 긴 넘버가 있다.

 

 

<물랑루즈!>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이 있는가?

저스틴 르빈 매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동작과 노래를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은 매일 공연이 다르고 비록 똑같은 것을 반복하더라도 항상 오늘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는 마인드셋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씬타 존 오리지널 연출가 알렉스 팀버스가 이 작품을 만들며 보여준 너그러운 마음이 작품의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힘든 작품이라 매일 연습을 하면 마음이 좁아질 수 있는데, 매일 서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작품의 주제인 사랑을 전파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 같다.

 

<물랑루즈!>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

예주열 <물랑루즈!> 한국 공연을 위해 4년간 준비했다. 이 일을 20년간 하면서 가장 힘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가장 좋은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공연장에서 관객분들이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맷 디카를로 연출로서 한국의 배우, 스태프와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다. 관객들이 한국 배우, 스태프의 열정과 실력을 빨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저씬타 존 <물랑루즈!>는 화려하기도 하지만 웃음도 많고 눈물도 나는 작품이다. 하루빨리 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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