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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 10월 개막…송승환·오만석·김다현 등 출연

글: 이솔희 | 사진: 국립정동극장 2024-09-03 640

못 견디게 힘든 시기, 쪼개지고 갈라진 상황, 한숨과 탄식 가운데에서도 기꺼이 곁을 내어주고 서로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국립정동극장은 오는 10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완성 시키는 연극 <더 드레서(The Dresser)>를 무대에 올린다. 2020년 초연, 2021년 재연을 거쳐 올가을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온 이번 작품은 국립정동극장이 <은세계(2008)> 이후 12년 만에 선보인 연극 작이자, 송승환 배우가 <갈매기(2011)> 이후 9년 만에 무대에 서는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연극 <더 드레서>는 영화 <피아니스트>, <잠수종과 나비>,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로날드 하우드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의 실제 경험에 착안한 작품은 하우드가 영국의 배우 겸 극단주였던 도날드 울핏의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5년간 의상담당자로 일하며 겪었던 일들을 모티프로 한다.

 

드레서(Dresser)는 ‘공연 중 연기자의 의상 전환을 돕고 의상을 챙기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작품 속 드레서 ‘노먼’은 단순히 의상 전담에 그치지 않고 늘 그림자처럼 ‘선생님(Sir)’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지며 헌신을 자처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 <리어왕> 공연을 앞둔 무대 뒤, 첫 대사조차 생각나지 않는 선생님과 징집으로 인해 턱없이 부족한 앙상블, 공습경보마저 울리는 전시 상황에서도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스태프들이 분주하다. 극은 어수선한 시절에도 무사히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스테이지로 관객들을 불러 모은다. 

 

1980년 영국 맨체스터 로열 익스체인지 시어터 초연에 이어 웨스트엔드 퀸즈 시어터 공연,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1983년에 영화로, 2015년에는 BBC에서 TV영화로 리메이크되어 사랑받았다. 한국에서는 극단 춘추가 1984년 김길호(선생님 역), 오현경(노먼 역) 주연으로 공연해 제21회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다.

 

<더 드레서>는 ‘관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변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들에 얽힌 다양한 감정에 시선이 맺힌다. ‘선생님(Sir)’은 관객과의 약속을 위해 폭격 속에서도 227번째 리어왕을 수행하는 의무감 넘치는 배우지만 무대 뒤에선 안하무인으로 생떼를 부리는 노인으로 반대편에 존재한다.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하게 보필하는 드레서 ‘노먼’ 역시 때로는 질투와 몽니를 불사하는 과감함을 보인다. <더 드레서>는 선명하길 바라는 사회에서 단순하고 명료하게만 답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와 삶의 복잡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극중극 무대로 선보이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통해 후회로 점철된 인물 ‘리어’와 흐릿해지는 기억 앞에서 후회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한 인간 ‘선생님’이 비슷한 감정선을 그리며 작품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육체적, 정신적 나약함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채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모습은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기 힘든 사회에서 고독함을 느껴본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영화 <정직한 후보>, <김종욱 찾기> 등 다수의 작품에서 연출과 극작을 맡은 멀티 플레이어 장유정 연출가가 또 한 번 호흡을 맞춘다.

 

작품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은 “<더 드레서>는 인간의 고뇌를 담은 텍스트, 그리고 배우들의 액션과 리액션이 묘미인 작품이다. 희비극의 혼재 속에 시대를 관통하는 공감을 전하기 위해 고민한 시간과 끈끈한 팀워크가 빚어낸 깊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3년 만에 찾아온 재연 소감을 전했다. 

 

 

2024 <더 드레서>는 초·재연을 함께했던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9살 아역배우로 시작해 59년의 연기 인생을 품은 배우 송승환이 ‘선생님’ 역을 맡는다. 선생님과의 찰떡 호흡으로 좌중을 압도할 ‘노먼’ 역에는 오만석, 김다현이 함께한다. ‘사모님’ 역으로는 양소민, ‘제프리’ 역에 송영재, 유병훈, ‘맷지’ 역에 이주원, ‘옥슨비’ 역에 임영우가 합류한다.

 

송승환은 자신을 다시 무대 위로 오르게 했던 이번 작품에 대해 “솔직한 연극”이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 배우로, 제작사의 대표로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과 작품의 선생(Sir) 역할은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더 드레서>로 연기 인생 처음 배우 역할에 도전하면서 여러모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캐릭터이다. 노인을 노인으로만 보지 않는 작가의 각본과 울고 웃으며 가식 없이 감정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배역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 아래, 관객들이 보지 못하는 연극의 뒷얘기가 궁금하다면 공연장으로 걸음 하시길 바란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립정동극장 정성숙 대표는 “베테랑 창작진과 배우진이 함께하는 연극 <더 드레서>로 정동의 가을을 준비 중이다. 인생의 끄트머리에 다다른 노배우의 심연을 통해 이 계절을, 올해를, 그리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재연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연극 <더 드레서>는 10월 8일부터 11월 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울 공연 종료 후 대구문화예술회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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