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2025년 관객을 만날 12개의 작품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박정희 단장 겸 예술감독이 처음 이끄는 라인업으로, 지난 1년간 작품 발굴과 기획 과정을 거친 12개의 공연이 청청한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할 출발선에 섰다.
국립극단은 라인업 공개와 함께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의 작품 구성을 대표하는 표제도 함께 발표한다. 표제 '현존과 좌표'는 연극은 인간 삶에 대한 서사이자 존재의 재현이라는 화두로 인간으로서의 연극과, 또 연극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상호 관계성을 좌표계에 빗대어 명명됐다. 특히 2025년은 인간의 존재 양식에 집중해 실존과 욕망, 자유의지, 잠재된 힘 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극단은 ‘한국적 고전’을 탄생시키고 그 명맥을 잇고자 우수한 한국 희곡에 현대적 숨결을 더한 작품 2편을 선보인다. 인간의 존재 양식을 구성하는데 국가 정체성을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한국적 자아를 가진 우리네 삶을 반추하기 위해서다.
국립극단 2025년 제작공연의 첫 문을 여는 작품은 한국적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불리우는 <만선>(원작 천승세, 윤색 윤미현, 연출 심재찬)이다. <만선>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같은 해 초연(연출 최현민)되어 천승세 작가에게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의 영예를 안겼다. 극작 이후 60여 년, <만선>은 한국 연극의 정체성이 됐다. 2020년 처음 국립극단 무대에 선 <만선>은 윤미현 윤색과 심재찬 연출의 손을 거치면서 현대의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현재성을 부여받았다.
<만선>에 이어 한국 희곡이 탄생한 근현대사의 휘모는 태동력을 <심상기행>(가제)(원작 함세덕, 재창작·연출 이철희)이 무대에 담는다. <심상기행>(가제)의 원작은 한국 연극사를 대표하는 문인 함세덕이 극작한 희곡 『동승』이다. 유치진의 연출로 초연한 <동승>은 1939년 동아일보 주최 제2회 연극대회 극연좌상(현 동아연극상의 전신)을 수상하며 문재가 뛰어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로 출제되기도 했다.
깊은 산 속,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그린 <동승>은 한국 희곡 중 서정적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수사된다. 작품 내 이어지는 인물들 간의 대립과 갈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등장은 타오르는 어린 동승의 욕망에 기름을 붓는다. 불성과 인성의 갈등, 운명과 인연을 반복시키며 작품은 인간의 주체적 의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국립극단이 2025년에 새롭게 선보일 <심상기행>(가제)은 원작 <동승>의 뼈대 위에 새살을 입혀 ‘메타연극’을 시도한다. 연극이 연극 스스로에 대한 재현을 시도하는 연극적 문법으로, 원작이 품은 내면적 심상을 드러내고 때로는 원작을 분절하고 파열하기도 하며 연극 예술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
<심상기행>(가제)의 연출은 벽산 희곡상, 서울예술상, 백상예술대상 등 굵직한 연극상을 석권한 이철희가 맡는다. <맹>, <조치원 해문이>, <닭쿠우스> 등 전통적 소재와 서사 구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데 특출난 연출력을 가진 이철희는 2025년 새롭게 선보이는 <심상기행>(가제)에서 원작에 시대의 흐름을 입혀 동시대성을 완성하고자 한다. 1939년 초연 당시 어린 불자였던 ‘도념’의 이야기는 2025년 시간의 흐름만큼 나이를 더한 ‘도념’의 이야기로 재창작됐다.
1991년 <동승>(박원근 연출)에서 스물일곱살의 나이로 동승 ‘도념’ 역을 맡았던 배우 지춘성이 세월을 입은 ‘도념’으로 다시 관객 앞에 선다. 1991년 공연 당시 해당 작품으로 당해 15회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인기상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영원한 동승’으로 불리는 지춘성 배우의 ‘도념’이 국립극단의 무대에서 다시 소생할 예정이다.
<만선> 공연 장면.
국립극단은 2025년에도 해외 현대 희곡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하면서 한국 최대 연극 제작단체로서의 면모를 공고히 한다. 시대를 반영하는 특별한 해외 신작을 국내 무대에 담아온 국립극단은 국립극단은 그동안의 작품 제작 과정에서 국립극단만의 제작 노하우를 습득하고 해외 우수 작품 발굴 및 도입 시스템을 집대성해 왔다. 2025년에는 1편의 신작과 2편의 연작으로 그 제작 역량을 꽃피운다.
정치, 노동, 젠더, 위계폭력, 인종차별 등 세계 인구가 집중하는 동시대적 주제로 국내 연극계의 레퍼토리를 확대하고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연극적 담론을 형성해 온 국립극단이 2025년에 택한 해외 신작 중 하나는 <그의 어머니 Mother of Him>(작 에반 플레이시, 연출 류주연)다.
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장편 희곡 데뷔작인 <그의 어머니 Mother of Him>는 인간 본능의 직시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 갈등을 첨예하게 대립시키는 동시에 인물의 치열한 심리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은 강간 혐의로 선고받은 아들의 범죄 형량을 감량하려는 어머니의 맹목적인 모성애를 보여주면서 감정적 억압과 폭발을 수차례 오가며 인간 본능에 대한 사색을 돋운다.
사회적 존재로서 도덕과 윤리의 외피에 균열을 내고 드러난 인간 본성의 무조건적인 모성애를 배우 김선영이 연기한다.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한 김선영은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매체 연기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이룬 뒤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금의환향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일타스캔들>, 영화 <세자매> 등에서 인물 성격이 각각 다른 엄마 역을 맡으며 스타덤에 오른 필모그래피만큼 김선영 배우가 무대 위에서 그려낼 또 다른 엄마의 모습에 기대가 주목된다.
2023년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Deutsches SchauSpielHaus)에서 초연(연출 카린 바이어)한 뒤 강렬하고 야심찬 작품성으로 단숨에 세계 연극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롤란트 쉼멜페니히(Roland Schimmelpfennig)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ANTHROPOLIS Ⅰ~Ⅴ>도 새해 국립극단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럽사에 근간 중 하나인 고대 그리스 신화의 테베 왕가에 비극을 탐구한 작품으로 디오니소스, 라이오스,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안티고네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신화 속 인물들이 등장 또는 현대화를 거쳐 무대 위에 새로운 사적을 쓴다. 권력, 가족사의 비극, 도덕적 딜레마를 신화의 원전에 기반해 풀어낸 작품은 격렬한 광기와 광란의 신화 속 드러난 날 것에 인간 야수성을 보여주고 잠재된 힘을 무대에 표출한다.
함부르크에서 2023년 초연, 2024년 재연 시에 관객들이 10시간 이상을 극장에 머무르며, 5부작을 3일 동안 몰아보기 하는 마라톤 공연을 시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는 본 작품으로 독일의 ‘올해의 극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립극단은 2025년 5부작 중 1부작 <프롤로그/디오니소스 Prolog/Dionysos>(작 에우리피데스·롤란트 쉼멜페니히, 연출 윤한솔)을 윤한솔 연출로, 2부작 <라이오스 Laios>(작 롤란트 쉼멜페니히, 연출 김수정)를 김수정 연출의 손에 쥐어 막 올린다. 독특한 개성과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두 명의 연출은 낯설고 불편한 감각을 의도적으로 가미한 작품들로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사회의 면면을 드러내고 관객의 문제의식에 깊게 침투해 왔다.
1부작 <프롤로그/디오니소스>는 도시와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과 광기, 광란에 대한 집단적 욕망을 현대 사회의 문제와 연결해 권력과 억압, 개인의 자유와 정체성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타게스테멘(ARD tagesthemen)은 “테베를 부르고 우리의 현재를 보여주는 치명적인 5부작의 장엄한 서곡”이라고 보도했으며,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Die Welt)는 “연출, 무대, 음악, 의상, 연기 등 이 이상의 연극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적었다.
2부작 <라이오스>는 2024년 독일 올해의 연극상(Stück des Jahres), 올해의 작품상(Inszenierung des Jahres), 올해의 여배우상(Schauspielerin des Jahres), 올해의 드라마터그상(Dramaturgin des Jahres)을 휩쓸면서 그 작품성을 입증했다. 1인극으로 단 한 명의 배우가 무대에 등장해 다역의 다성적인 목소리를 오가며 높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유발한다. ‘케밥 가게’, ‘석유 전쟁’, ‘덜컹거리는 오토바이’, ‘인스타그램’ 등 신화적 이야기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각색이 흥미롭다. 한편 국립극단은 2025년 <안트로폴리스 ANTHROPOLIS> 1~2부작 제작에 이어, 2026년에는 3~5부작을 무대에 올려 관객과 5부작의 대장정을 함께 완성할 계획이다.
<십이야> 공연 장면.
국립극단은 한국적인 형식과 전통적 이야기를 소재로 연극의 한류에 불씨를 지핀다. 국경을 넘어 세계 무대 위에 바로 설 한국 연극의 위상을 꿈꾸며 프로덕션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작품의 얼개를 구상한다는 목표다. 2025년에는 서사의 보편성에 극장의 형태와 문화적 가변성을 더한 2편의 작품을 한국에서 먼저 선보이고 이후 해외 진출의 활로를 모색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극을 탄생시킬 계획이다.
먼저 국립극단 박정희 단장 겸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로 나선 <허난설헌>(가제)(작 김연재, 연출 박정희)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1,200석 가량의 대규모 관객석을 보유한 극장을 채울 대형 작품으로, 조선시대 대표 시인으로 빛나는 문학적 재능을 지녔으나 당대의 사회적 제약 속에서 끝없이 고뇌하고 좌절하는 삶을 살아낸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는다.
역사적 실존 인물의 복기, 불합리하고 숙명적인 시대적 상황, 인물이 겪는 좌절과 극복 서사라는 관객에게 익숙한 극적 구조로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허난설헌>(가제)은 동시대를 반영한 다층적 담론,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연극적 장치들로 전형적인 여성 서사 및 영웅 신화를 벗어낸다. 특히 젠더적 구분에 관계없이 인간 존재의 선천적 기질에 집중해 주체적 자유의지와 창의의 발현이라는 인간만이 가지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서사하여 관객 모두의 공감대를 끌어낼 예정이다.
희곡에서 여성적 글쓰기를 실천하며 텍스트와 신체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탐구해 온 김연재 작가와, 서정적 상징을 유려하게 풀어내고 실험적이며 세련된 무대 언어로 한국 연극계에 정련한 연출관을 각인해 온 박정희 연출이 의기투합한다.
올해 국립예술단체 전막 유통 사업 선정작으로 국립극단과 대전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해 연말을 뜨겁게 달군 신작 <십이야 Twelfth Night>(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각색·연출 임도완)가 내년에는 명동예술극장에 상륙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극을 개발해 세계 연극사에 기록될 작품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목표로 기획된 <십이야>는 인류가 사랑하는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배경을 조선시대 인천 앞바다로 옮겨온다.
2025년 국립극단은 ‘Pick 시리즈’로 관객의 환호와 사랑을 다시 한번 극장에 담는다. 국립극단은 초연 이후 관객의 상연 요청이 지속해서 쇄도해 온 2편의 작품을 다시 무대 위에 부활시킨다. ‘Pick 시리즈’는 2025년 국립극단이 처음 선보이는 기획으로 ‘살아있는 연극’을 완성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관객’으로 보고, 관객이 직접 경험한 ‘그 작품의 세계’를 단절 없이 다시, 그리고 또 새롭게 관객과 나눈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2012년 명동예술극장 초연(연출 박정희)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비틀린 욕망과 질투, 지독하게 떨어지지 않는 파멸의 늪으로 관객을 이끌었던 <헤다 가블러 Hedda Gabler>(원작 헨리크 입센, 연출 박정희)가 다시 관객의 품에 안긴다.
『헤다 가블러』는 그 어떤 수식어도 그 이름의 명성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근대 연극의 아버지”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간한 희곡이다. 남편의 성인 ‘테스만’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성이자 자신의 성인 ‘가블러’를 붙인 채 살아가는 여주인공 ‘헤다’를 앞세워, 남성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여성의 주체를 과감히 천명하면서 17세기 남성중심적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계급주의가 무너져 가는 숨 막히는 부르주아 사회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과, 그 자유의지의 추락으로 파괴적 결말을 맞는 인물의 절망감을 배우 이혜영이 다시 무대 위에 그린다. 배우의 복잡한 심리 묘사가 관건으로 불리는 작품의 특성상 어떤 배우가 ‘헤다’ 역을 맡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평가될 정도로 주인공 ‘헤다’는 까다롭고 어려운 배역이다. 배우 이혜영은 2012년 초연 당시 한국의 첫 ‘헤다’로 사회적 규범 속에서 한 인간이 느끼는 권태와 공허, 정신적 고립감을 감도 높이 연기해 내면서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2015년 초연부터 수차례 매진과 매회 기립의 신화를 써온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원작 기군상, 각색·연출 고선웅)이 10주년의 대서사시를 쓴다. 평범한 인물이 신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통해 대의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 본성과 내적 충돌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은 제52회 동아연극상 대상,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한국 연극계에서 ‘믿고 보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공연 장면.
국립극단은 어린이청소년극에 대한 작품 개발과 연구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2011년 5월 국립극단 산하 조직으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개설하면서 관객층에 대한 연구와 공연 제작으로 어린이청소년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왔다.
2025년 국립극단은 청소년극 3편으로 무대에 꿈을 담는다. 2015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첫 막을 올린 이후 전국 각지의 청소년 관객들을 만나오면서 웰메이드 청소년극에 대한 정의와 역사를 새롭게 쓴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원작 에드몽 로스탕, 각색 김태형, 연출 서충식)가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아 명동예술극장에 입성한다.
2020년부터 진행해 온 청소년극 작품개발 프로젝트 [리서치-아시아 청소년]은 공연의 결실로 꽃핀다. 4년여의 기간 동안 한국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청소년이 만나 아시아 청소년의 이야기를 나누고 감각의 연결이라는 교류로 무궁무진한 예술적 세계를 펼쳐왔다. 결과물로 무대에 서는 <섬×희곡×집>(가제)(작 나수민·허선혜, 연출 윤혜진)은 2024년 오픈리허설을 거쳐 2025년에는 더 많은 관객에게 세계와 경험의 확장을 선사할 예정이다.
응축된 에너지로 시공간을 재창조하는 공연도 청소년 관객을 만난다. <위험한 놀이터>(가제)(연출 김경희)는 몸과 소리, 공간을 주요 테마로 내면의 우주적 확장을 모색한다. 청소년과 예술가가 만나 서로의 세계를 탐색하고 창의를 발현하는 [청소년예술가탐색가전]에서 탄생한 공연은 2018년부터 여러 차례의 창작 워크숍과 쇼케이스를 거쳐 완성됐다. 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 낸 연극은 생동하는 청소년의 격렬한 감각을 오롯이 담아낼 예정이다.
국립극단과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지속해서 발전시켜 온 연구개발 프로젝트 [청소년극 창작벨트]와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도 이어간다. 특히 36개월 이하 영유아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쇼케이스, 관객이자 창작자로 장애 영유아와 가족이 함께 참여한 트라이아웃 공연 등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은 2025년에도 2편의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아이들의 탐색 능력과 자기표현 능력을 증진하는 유희적 경험으로 꾸려진 공연은 ‘말하고, 만져보고, 울어도 괜찮은 우리 아이의 첫 극장’을 선물한다.
2025년에도 국립극단은 국내 연극 레퍼토리의 성장과 연극계 활성화를 돕고 전 국민 문화향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지난 8월 첫 선보인 [기획초청 Pick크닉]이 새해에도 명동예술극장을 빛나는 공연의 향연들로 채운다. 국립극단이 직접 선정한 민간 극단의 우수작들을 초청하여 관객 앞에 다시 소개함으로써 창작신작의 레퍼토리화를 돕고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견인할 수 있는 대표작의 탄생을 함께한다는 취지다.
2025년 상반기 초청작으로는 극단 앤드씨어터의 ▲<유원>(원작 백온유, 각색 신재훈, 연출 전윤환), 양손프로젝트의 ▲<파랑새>(원작 모리스 메테를링크, 각색 양손프로젝트, 연출 박지혜)와 ▲<전락>(원작 알베르 카뮈, 각색·연출 손상규)이 선정됐다. 국립극단은 [기획초청 Pick크닉]에 함께하는 민간 극단과 제작사에 공연 제작비 및 홍보마케팅을 지원하고 명동예술극장의 공연장 제반 시설과 무대 사용을 제공한다.
민간 극단에 더불어 국공립기관과의 우수 작품 교류도 이어간다. 올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공동기획으로 초연 당시 리빙 시어터(The Living Theatre)의 첫 내한 공연으로 큰 주목을 받은 <로제타 Rosetta>(작·연출 김정한)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현대일본희곡과 중국희곡도 국립극단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립극단은 오는 2월과 9월에 각각 [제12회 현대일본희곡낭독공연],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개막한다. 한-일, 한-중 연극 문화교류를 목표로 시작된 낭독공연은, 이웃 나라의 동시대적 사유와 담론을 적시하는 희곡을 한국 창작진들의 시각을 더한 연출로 담아내면서 국내 연극계의 레퍼토리 다양성을 넓히는데 일조해 왔다.
[제12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은 최근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여 일본 현대 극작가의 세대적 흐름과 특성을 발견하고 양국 간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부대행사로 마련되는 심포지엄은 일본 문화 및 연극에 관심 있는 관객에게 작품에 대한 새로운 환기와 심도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제8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 중국희곡을 소개하여 공연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한중 연극계 간 의미 있는 교류를 지속하고자 시행해 온 사업으로, 소개된 작품을 민간 연극단체에서 본 공연으로 제작하기도 하는 등 양국의 문화 다양화에 긍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부대행사로 심포지엄을 마련하고 동시대 주제를 아우르며 양국 연극인들의 상호 예술관을 활발히 소통하고자 한다.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극장’, ‘언제 어디서나 연극을 만나는 내 손안의 극장’을 표방하며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 관객이 극장과 만나는 세계를 확장해 온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이 2025년 <햄릿>, <십이야> 등 관객 선호도와 대중성 높은 신작을 개막한다.
2021년 문을 연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은 온라인 공연 OTT 플랫폼의 선두주자로서, 단순히 공연 영상을 송출하는 데서 나아가 대면 공연의 현장감과 생동력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독자적인 공연 영상 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용 플랫폼 개설, 결제 시스템 수립, 전문 제작 장비 도입 등 공연 영상화에 기반을 닦고 수어통역, 음성해설 등 배리어프리 버전 역시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왔다.
누적관람자 수 1만 8천 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인 온라인 극장은 2025년 개관 5년 차를 맞는다. 국립극단은 온라인 극장을 꾸준히 찾아준 관객의 성원과 지지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보고 이에 보답고자 2025년 온라인 극장의 운영 정책 개편을 시도한다. 새해에는 관객 대상으로 한 표적집단면접(FGI)과 고객조사를 실시하고 관객 만족도 조사, 소셜미디어 관객 반응 등 그동안 누락 없이 수집해 온 관객 의견을 더해 관람 기간, 가격 정책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지역과 연령, 장애, 소득수준 등에서 비롯한 문화소외를 해결하고 공연 접근성을 확대하고자 단체 판매 정책을 개선하며 지역 협력 제도 역시 마련해 연극적 경혐의 확산을 이루고 문화예술 문턱을 지속해서 낮춰갈 계획이다.
2025년 국립극단은 예술의 바탕을 이루는 인간 본연의 탐구로 연극적 깊이를 더할 뿐만 아니라 관객이 만나는 예술의 형식과 층위도 다양화한다. 기존 연극 창작 형식과 서사를 과감히 떨쳐낸 연극적 실험, 변화의 화두를 던지는 작품 발굴, 사유와 성찰의 장을 마련해 연극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국립극단은 독창적인 예술 프로덕션, 새로운 연극 언어의 개발, 공연 미학의 확대를 목표로 [창작트랙 180°]를 진행한다. 기존 연극의 서사구조 또는 극장 형식의 파괴를 시도하는 창작자를 참여 예술가로 선정해 연극 생태계의 전형을 타파하고 다양화를 꾀하고자 하는 시도다.
[창작트랙 180°]는 최종 결과물로서 공연화에 중점을 두기보다 과정 중심의 연극 만들기로, 다양한 연극적 실험을 시도하고 작품의 초석을 놓는다. 프로젝트에는 상하반기 각각 1명씩, 연내 총 2명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적 창작 동력을 가지고 연극 현장에 창조적 자극을 확산시킬 수 있는 예술가를 현장 조사와 인터뷰 등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도 2회차를 맞는다. 우수 창작 희곡 개발로 한국 연극사에 새로운 신화를 쓸 연극 제작을 이끌고 동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는 보석같은 희곡의 발굴을 위해 올해 15년 만에 새롭게 부활한 국립극단 현상 희곡 공모로 30일 첫 시상식을 가진다. 대상작 『역행기(逆⾏記)』(작 김주희)는 “이야기가 요구하는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 그리고 이야기를 추동하는 주제의 다층성을 감안할 때 대작이라 부를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2025년 낭독회를 거쳐 이듬해 명동예술극장에서 본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2025년에는 2회차 공모 접수도 예정되어 있다. 대상 1편 3천만원, 우수상 2편 1천만원의 총 5천만원 상금 규모로, 국내 현존하는 미발표 희곡 공모 중 최대 상금이다. 중·대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90분 이상의 장막 희곡을 대상으로 신진 작가와 기성 작가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공동창작 형식도 가능하다.
인간 존재의 재현과 정체성의 탐구가 새해 국립극단의 타륜을 움직이는 만큼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접근도 현장 연극인들과 함께 나눈다. 일환으로 국립극단은 2012년 시작해 연극 창작을 위한 사유와 성찰을 나눴던 아카데미 프로그램 [월요일 오후 다섯 시](가제)를 재개한다. 철학, 미학, 사회학, 연극학을 넘나들며 연출가, 극작가, 배우, 제작진 등 현장 연극계 창작진뿐만 아니라 인문학 또는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 있는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행할 예정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연극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서사와 탐구를 오롯이 무대 위에 담아내는 빛나는 결정체다. 연극이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 화두인 인간을 조망하고 인간을 비추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공연을 무대 위에 그리고자 한다. 그 결실로 국립극단은 한국 연극의 발전을 성취하고 인류 모두의 통용적인 이야기로 세계 무대에 깊은 공감과 전율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