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단은 오는 9월 24일부터 10월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안트로폴리스Ⅲ] <오이디푸스>를 선보인다. 지난해 <프롤로그&디오니소스>, <라이오스>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안트로폴리스] 5부작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독일 현대 연극의 거장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희곡을 강량원 연출이 파격적인 무대 언어로 빚어낸 [안트로폴리스] 세 번째 작품 <오이디푸스>는 고전 비극을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재난의 시대로 강렬하게 소환한다.
이번 무대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웅 오이디푸스의 신화를 철저히 전복시킨다. 연출가 강량원은 건장하고 결함 없는 완벽의 인간 ’오이디푸스‘가 아닌, 장애인이자 이주민으로서 편견과 차별을 견뎌온 소수자 ’오이디푸스‘를 제시한다. 끊임없는 차별 속에서도 소수자 오이디푸스는 역설적으로 자신 안의 결핍과 ‘취약성’ 덕분에 타인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완벽만을 추구하며 위계와 배제를 낳은 인간 중심 사회에서, 이 작품은 소수자성이야말로 작금의 재난을 헤쳐나갈 유일한 대안임을 시사한다. 극 후반부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눈을 찌르는 유명한 장면 역시, 과거에 대한 참회가 아니라 눈앞의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사유를 확장할 기회를 발견한 ‘기쁨의 행위’로 새롭게 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형식과 무대 미학 역시 도발적이다. 총 12개 장면으로 구성된 대본은 단순히 서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객석에 앉은 관객의 머릿속을 두드리는 예리한 화두로 작동한다. 5부작 전체의 무대디자인을 맡은 임일진 디자이너는 거대한 장벽으로 무대를 가로막아 전체 공간의 4분의 1에 불과한 앞부분만을 사용하는 극단적인 무대를 구현했다. 이는 스스로 장벽을 세워 타자를 배제해 온 인간의 단절된 세계를 환기한다. 또한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와 2부<라이오스>에 쓰였던 무대 구조물 ‘빌보드’와 부감 카메라를 일관되게 활용해, 좁은 무대가 비인간 생명체들과 공존하는 거대한 ‘황야’로 확장되는 시각적 경이를 펼쳐낸다.
정진새 작가가 원작 희곡의 부록인 ‘암흑의 집’을 바탕으로 각색한 이번 작품에서는 코러스를 대신하여 독수리, 염소, 개, 금강석 등 비인간 주체들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이들은 짐승의 몸짓으로 인간들의 행적을 기록하고 증언하며, 인간중심주의의 모순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여기에 인물과 작품의 서사를 섬세하게 구현하는 의상 디자이너 오수현,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영화와 공연, 대중음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음악가 정재일이 함께해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강량원 연출은 “그리스 비극을 통해 아고라나 원형 극장에 사람들이 모여 당면한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했던 것처럼, 이번 공연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당면한 문제를 찾고 해결할 방법을 토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원작자인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이 연작은 손쉬운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그 파괴적인 논리를 계속 이어가기를 거부할 때 비로소 역사가 바뀐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줄 뿐”이라며 “관객들이 이 작품을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관한 대화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테베 왕가의 핏빛 서사시를 현대적으로 해체한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올 연말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딸 <안티고네&에필로그>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