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균과 정운선이 연극 <블라인드>로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함께 합을 맞춥니다. 인터뷰 내내 이어진 남다른(?) 두 사람의 모습에서 풍겨 나오던 ‘절친’의 모습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장난스러운 눈빛과 서로를 향한 애정 어린 단어를 나열하던 이들은 <블라인드>의 루벤과 마리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생각을 쏟아냈습니다. 지면상 실지 못한 이재균, 정운선 아니 루벤과 마리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과거 마리는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어요. ‘못생겼다’는 말을 계속 듣죠. 그런데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이 마리를 향해 ‘아름답다’고 말해요. 이때 마리는 어떤 기분일까요?
정운선 음…, 마리는 한 번도 부모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자랐어요. 타인에게 얼굴을 보였을 때, 어떤 사람들은 마리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거나 피한다거나 혹은 다가오려고 하지 않았죠.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은 루벤이 그런 마리를 향해 ‘아름답다’고 말해요. 그때 마리에겐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비단 시각적인 것만이 아닌, 갇혀있었던 다른 어떤 부분에서 많이 열렸기 때문에 이 부분이 공연이 진행될수록 많이 무너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루벤은 마리를 향한 어머니의 묘사와 마리가 만들어 낸 거짓말을 믿었을까요?
이재균 사실 인터뷰를 할 땐 정말 조심스러운 부분이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생각을 입으로 뱉어버리면 혹시라도 관객들이 그렇게 미리 단정하시고 보실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많아요. 생각을 해보자면, 마리한테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마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좋은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해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마리는 루벤에게 와서 정말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주거든요. 또, ‘너는 특별하지 않아. 이거는 이렇게 하는 거야.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일 뿐이야’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기도 해요. 가장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점은 10대 소년이라는 점이에요. 스쳐 지나가는 냄새와 보이지는 않지만 나의 상상. 어쩌면 생각을 짧게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데 이런 부분이 가장 원초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 사람과 사람이 끌리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루벤은 자기가 왜 (마리에게) 끌렸는지 모를 정도로 끌렸다는 생각도 해요. 또 마리는 엄마 이외로 유일하게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인 것도 있고요.
매거진 PS는 지난 호에 지면의 한계 혹은 여러 여건 등으로 싣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혹은 더 담고 싶었던 뒷이야기를 담는 섹션입니다. 관련 기사 원문은 <더뮤지컬> 12월호 '[CULTURE INTERVIEW| <블라인드> 이재균·정운선]'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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