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남긴 사람이 자꾸만 생각나요.
한 아프리카 부족의 속담에는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아야지’라는 말이 있어요. 이게 그 사람한테 가장 큰 복수에요. 그 기억을 잊어버리려고 하면 안 돼요.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걸 더 생각나게 하거든요. 이건 상처를 받은 거예요. ‘선영아, 너 상처 받았어. 이런 것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거야. 선영아’라고 스스로 말해줘야 해요. 또 누구라고 그 상황이면 상처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해줘야죠. 그 사람(가해자)은 굉장히 비겁했고, 옳지 않았다고. 내게 상처를 준 나쁜 일을 한 거라고. 그래서 그 상처와 비슷한 생기면 그 상처 위에 또다시 긁히고 아픈 거라고. 그래서 스스로가 보호해야 해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10년도 가고, 20년도 가요. 그 상처가 하나의 재산이 될 텐데, 그 재산이 되는 동안에는 굉장히 아프죠. 그래도 우리는 늘 상처받고 살고, 이것이 우리의 일부예요. 그러니까 상처받았다는 걸 직시하고, 스스로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상처받았을 거라고 말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져요. 나아지거나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라요. 잊으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왜 잊으려고 해요? 내가 상처받고, 아팠는데. 잊는다고 상처가 없어져요? 아파도 잊어버리겠다고 상처를 내버려 두면 나아져요? 아니요, 더 곪아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왜 어떻게 상처받았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들어야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안 만져요. 그 사람(가해자)이 어떻게 되는지는 나중으로 미뤄두더라도, 나를 보살피고 위로하고 바라봐야지. 그게 핵심인 거예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분노의 유효기간이 얼마인지는 나도 알 순 없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분노도 희석되더라고요.
매거진 PS는 지난 호에 지면의 한계 혹은 여러 여건 등으로 싣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혹은 더 담고 싶었던 뒷이야기를 담는 섹션입니다. 관련 기사 원문은 <더뮤지컬> 1월호 '[CULTURE INTERVIEW| <경남 창녕군 길곡면> 김선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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