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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PS] 김선영의 고민 상담소 [No.172]       

글 | 박보라 기자 | 사진 | 김영기 2018-01-18 3,175
현실적인 시대상을 그려낸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여자로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오는 배우 김선영. 작품과 맞닿은 냉철한 생각을 내뱉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에 담아둔 고민을 꺼내놓았습니다. 인터뷰와는 달리 따스한 이야기를 건넨 김선영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남긴 사람이 자꾸만 생각나요. 
한 아프리카 부족의 속담에는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아야지’라는 말이 있어요. 이게 그 사람한테 가장 큰 복수에요. 그 기억을 잊어버리려고 하면 안 돼요.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걸 더 생각나게 하거든요. 이건 상처를 받은 거예요. ‘선영아, 너 상처 받았어. 이런 것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거야. 선영아’라고 스스로 말해줘야 해요. 또 누구라고 그 상황이면 상처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해줘야죠. 그 사람(가해자)은 굉장히 비겁했고, 옳지 않았다고. 내게 상처를 준 나쁜 일을 한 거라고. 그래서 그 상처와 비슷한 생기면 그 상처 위에 또다시 긁히고 아픈 거라고. 그래서 스스로가 보호해야 해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10년도 가고, 20년도 가요. 그 상처가 하나의 재산이 될 텐데, 그 재산이 되는 동안에는 굉장히 아프죠. 그래도 우리는 늘 상처받고 살고, 이것이 우리의 일부예요. 그러니까 상처받았다는 걸 직시하고, 스스로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상처받았을 거라고 말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져요. 나아지거나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라요. 잊으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왜 잊으려고 해요? 내가 상처받고, 아팠는데. 잊는다고 상처가 없어져요? 아파도 잊어버리겠다고 상처를 내버려 두면 나아져요? 아니요, 더 곪아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왜 어떻게 상처받았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들어야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안 만져요. 그 사람(가해자)이 어떻게 되는지는 나중으로 미뤄두더라도, 나를 보살피고 위로하고 바라봐야지. 그게 핵심인 거예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분노의 유효기간이 얼마인지는 나도 알 순 없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분노도 희석되더라고요. 
 

매거진 PS는 지난 호에 지면의 한계 혹은 여러 여건 등으로 싣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혹은 더 담고 싶었던 뒷이야기를 담는 섹션입니다. 관련 기사 원문은 <더뮤지컬> 1월호 '[CULTURE INTERVIEW| <경남 창녕군 길곡면> 김선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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