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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12인의 성난 사람들> <경남 창녕군 길곡면>[NO.171]

글 |배경희 사진제공 |극단 산수유 2018-01-03 4,784

<12인의 성난 사람들> <경남 창녕군 길곡면>

현실과 맞닿아 있는 수작  



올 연말 극단 산수유의 대표작 <12인의 성난 사람들>과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산수유는 지난여름 연극 <1945>로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오른 국내 대표 여류 연출가 류주연이 2008년에 창단한 극단. 산수유 연극 시리즈 3부작 가운데 연말 공연을 앞두고 있는 두 편을 미리 만나보자.


이상적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

<12인의 성난 사람들>

                     

1964년 런던에서 초연된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지난 2011년 타계한 거장 시드니 루멧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미국 법정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은 TV 드라마 연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시드니 루멧의 감독 데뷔작으로, 그해 열린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선정되면서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렸다. <뜨거운 오후>(1975), <네트워크>(1976), <도시의 제왕>(1981) 등이 그의 대표작. 시드니 루멧은 주로 사회비판적인 성향의 작품을 선보여 ‘시대의 양심’으로 존경받았는데, <12인의 성난 사람들> 역시 민주주의의 본질을 꼬집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스페인계 미국인 소년. 자신의 친아버지를 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게 소년의 죄명이다. 재판은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인데, 유죄 판결이 예상되는 분위기 속에 배심원들이 재판정에 소집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열두 명의 백인 남자로 구성된 배심원의 판결은 유죄 11, 무죄 1로 유죄가 압승. 하지만 유일하게 소년의 무죄를 주장하는 중년의 건축기사가 의심만으로 유죄를 평결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가 원칙인 배심제의 특성상 전원이 합의하지 않으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작품은 평범한 시민들이 배심원으로서 유무죄를 결정하는 배심 제도를 통해 대중의 무지와 편견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진지한 참여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지난 2016년 류주연 연출이 지휘를 맡은 극단 산수유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원작의 스페인계 미국인 소년을 빈민가 소년으로 설정하고, 배심원 또한 원작과 달리 남녀 구성으로 바꾸는 등 한국 관객 정서에 맞는 각색을 더해 호평받았다. 류주연 연출은 작품을 통해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초연 당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월간 한국연극이 뽑은 ‘2016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된 바 있다. 재공연은 12월 6일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개막해 31일까지 공연된다.



잔잔한 일상에 퍼진 파열음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올해 10주년을 맞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지난 2007년 극단 백수광부의 워크숍 공연을 통해 처음 소개된 번안극이다. 주로 도시 하층 노동자들의 삶을 다뤄 사랑받은 독일의 극작가 겸 연출가, 배우인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대표작 <오버외스터라이히>가 원작으로, 결혼 3년 차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류주연 연출이 직접 번안까지 맡아 소시민 부부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서울과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 어딘가를 가리키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란 제목을 붙였다. 원작명 ‘오버외스터라이히’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고 조용한 독일의 마을 이름이다.


극 중 등장인물은 단 두 명. 한 직장에서 비정규직 배달원과 판매 직원으로 일하는 결혼 3년 차 부부 종철과 선미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소소한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서로 아끼면서 살아가는, 그야말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임신은 부부의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을 가져온다. 임신 소식이 기쁜 선미와는 달리 남편 종철은 뜻밖의 반응을 보이는 것. 모성 본능으로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미와 현실적인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종철을 통해 작품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청년 실업, 고용 불안, 저임금 등 불안한 미래에 신음하며 출산과 육아는커녕 결혼조차 쉽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를 꼬집는 작품.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류주연 연출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2007년 초연 이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재공연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번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17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에 선정돼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초연 멤버인 ‘남편’ 이주원과 ‘아내’ 김선영이 출연하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 특히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김선영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 기대를 모은다. 공연은 12월 15일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개막해 2018년 1월 21일까지 계속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7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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