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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PS] 운명을 만들어가는 배우, <시라노> 주종혁 [No.167]

글 | 박보라 기자 | 사진 | 김호근 2017-08-16 3,025
매거진 PS는 지난 호에 지면의 한계 혹은 여러 여건 등으로 싣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혹은 더 담고 싶었던 뒷이야기를 담는 섹션입니다. 관련 기사 원문은 <더뮤지컬> 8월호 '[SPOTLIGHT| <시라노> 주종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한다는 것, 특히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기자로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토록 진심이 뭉클하게 전해진 만남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어렵고도 대단한 일을 현실로 만든 주인공은 <시라노>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뮤지컬배우 주종혁입니다. 그는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공연 보셨어요? 어떠셨어요?”를 물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애정이 듬뿍 담긴 작품과 연기에 대한 시선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몇몇 질문에 답하다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거나 눈물이 고일 정도로 벅찬 마음을 드러낸 그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운명을 만들어가는 배우, 주종혁과 나누었던 진솔한 이야기를 뒤늦게 풀어냅니다. 



연습과 무대에서의 차이점이 있나요?
많은 배우가 그럴 텐데, 전 사실 무대가 조금 더 편해요. 연습실이 두렵죠. 아, 배우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무대가 언제인지 아세요? (웃음) 아이러니하게도 런스루에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스태프들에게 보여주는 건데 어때?’라고 하시거나 ‘관객에게 짠! 하고 보여줘야 하는 게 더 긴장되지 않아?’라고 하시는데, 아니에요. (런스루의 경우는) 무대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올리는 것이기도 하고 완성에 가깝지만 완벽한 완성은 아니니까요. 특히나 대부분의 배우는 (작품이나 연기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걸 두려워해요. 그런 면에서 연습실이 더 두렵죠. 무대에 올라가면 정말 엄청난 집중력과 몰입력이 생기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그런 상태죠. 그래서 거기서 발생하는 폭발적인 케미가 있어요. 정말 짜릿하고 재미있죠.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저는 ‘용감했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저는 과거에 정말 용감했어요. 무식했거든요. 무식하면 용감해요. 제가 지금 어떤 무대에 있는지도 잘 분간할 수 없고, 노래도 마찬가지죠. 종종 처음 무대와 연기, 노래를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놀라는 것이 뭐냐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노래를 부를 때 가슴이 ‘쿵’ 하고 치고 갈 때가 있어요. 그게 바로 모르고 하기 때문에만 나올 수 있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것이거든요. 어떤지 잘 모르니까 용감하게 시도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저는 스스로 어릴 때를 돌아보면 용감했어요. 그렇다고 지금은 모든 걸 다 아는 유식하다는 건 아니죠. 어느 정도 알 건 알게 됐기 때문에, 겁쟁이가 됐어요. 그래서 더 치밀하게 준비하게 됐죠. 사실 뭐가 옳은지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 결과를 내어본다면, 그때가 더 좋았을 때가 있고요. 지금이 더 좋을 때도 있고요. 살면서 매일매일 배운다는 것 이런 것 같아요. 무식하게 돌진할 때 좋은 선택이었을 때가 있어요. 물론 그 반대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도 ‘그냥, 우리 해봐요. 제가 해볼게요’라고 할 때가 있고, 그게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조심스럽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방향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때도 있어요. 지금은 항상 이렇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라노>가 어떤 기억으로 남길 바라나요?
저는 <시라노>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욕심으로는 <시라노>를 통해 드기슈라는 캐릭터가 남길 바라고요. 사실 <시라노>의 모든 사람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있어요. 함께 무대에 오르는 다른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자세, 기술, 연기, 노래 이런 모든 것들이 제게 의미 있게 다가와요.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많이 배우고 얻는 것 중에서도 저도 어떤 무언가를 하나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되는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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