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장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빈도가 높아졌다. K-POP 스타가 출연하는 대형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공연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해외 공연 관광객을 만난다. 근래 들어 해외 공연 관광객이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파크 글로벌 사이트와 Visit Seoul에서 판매한 공연 티켓 규모는 35억 원이었다. 올해는 이미 그것을 훌쩍 뛰어넘었고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5배나 성장했다고 한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공연 관람객 중 일본인의 비중이 전체의 72.8%를 차지한다고 한다. 일본 한류 파워 블로거의 도움을 받아 한국 공연장을 찾는 일본 팬들, 그들은 누구이고 왜 한국 공연장을 찾는지 설문을 통해 직접 물었다.
* 설문 응답자는 총 94명으로 한국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이 대상이다. 타카하라 요코가 운영하는 한류 파워 블로그 ‘ソウルの夜明け前(서울의 새벽 전)’ (https://ameblo.jp/yanja34)(78명)에서 설문을 실시했고, 사에키 이즈미의 블로그 ‘觀劇日誌~(관극일지~)’(10명)를 통해서도 답변해 주었다. 또한 설문 소식을 들은 일본 독자 6분이 <더뮤지컬> 메일로 설문에 응해주셨다.
한국 원정 공연 팬들은 누구
40대 회사원. 한국 공연에 원정 오는 관객들은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93%가 여성이라고 하는데 심리적으로 느끼는 성비는 99%다. 공연장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해외 관광객들은 여성이다. 설문을 통해 나이를 물어본 결과 40대가 39%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30대(36%), 50대(17%) 순이며, 60대 이상도 4%로 30대 이하(3%)보다 많았다. 아무래도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해외 공연 원정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30~40대가 중심 세대가 된 것 같다. 직업은 응답자 중 68%가 회사원이라고 답했고, 그다음으로 많은 비중인 주부가 15%를 차지했다. 학생 등 기타가 7.5%였으며, 전문직 종사자가 6%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표1. 한국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한류 스타로 인해 36.5%
K-POP, 한류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21%
한국 공연을 보고 13.5%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실력 12.5%
일본 공연과 비교하기 위해 11.5%
기타 (친구를 통해서 등) 5%
2010년 원정 공연 첫해. 한국 공연에 관심을 가진 이유로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한류 스타(36.5%)나 한류 콘텐츠(21%)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공연 관람까지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드라마, K-POP 한류가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특히 김준수는 한국 뮤지컬계가 상을 주어야 할 정도로 해외 관객들이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언제부터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41.5%가 2010년 처음으로 원정 공연 관람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1년부터 2009년 사이 9년간 처음 원정 공연 관람객을 총 합해도 35%에 불과하다. 2010년은 <모차르트!>가 초연했던 해이다. 41.5%의 방문객 모두가 <모차르트!>로 첫 원정 관람을 했다고는 볼 수 없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2010년 김준수가 출연한 <모차르트!>는 한국 뮤지컬을 일본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Before 김준수, After 김준수’라고 할 정도로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 공연에 관심이 많아졌다. 2010년부터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한 나츠에 상은 그전까지는 한국 뮤지컬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김준수의 공연을 보러 와서 한국 배우들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고 그때 이후로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지금은 홍광호, 박은태 등 다른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도 찾아본다.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해가 2011년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4%, 아직 한 해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처음 원정 공연 방문을 했다는 사람도 8.5%로 꽤 높다. <엘리자벳>이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해외 공연 원정 관람객들을 많이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점차 한국 원정 공연 팬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일본 공연 팬들은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애정을 주어서 한국을 방문하는 간격도 짧아진다. 올해 해외 공연 팬의 방문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점차 누적된 해외 원정 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공연 마니아들이 다수. 한국 뮤지컬을 보러 오는 해외 원정 팬들이 한류 스타 팬인지 아니면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인지가 가장 궁금한 사안이었다. 설문의 결과로만 본다면 상당수가 한류로 인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지만 공연 원정 팬 중에는 원래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층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표1>에서 나타나듯 전체 57%가 한류 스타나 한류 문화로 인해 한국 공연을 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적지만 한국 공연을 보고, 또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실력 때문에 한국 공연을 찾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무려 26%에 이르고 있다. 26%에 이르는 관객들이 기본적으로 공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공연을 얼마나 보느냐는 질문에 ‘한 달에 2번 이상 4회 미만(1년에 24회 이상 50회 미만)’ 본다는 사람들이 19%로, ‘1년에 6회 이상’(19%) 본다는 사람들과 같이 기타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월 2회 이상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공연 마니아라고 할 때 23%가 월 2회 이상을 본다고 응답했다. 반면 가장 많았던 기타 의견은 ‘공연을 본 적이 없다, 1년에 한 번 이상 안 본다’로 29%를 차지했다. 이들은 한류 스타나 한류 문화를 접하기 위해 한국 원정 공연 길에 오르기 때문에 순수 공연 관객은 아니다. 설문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준 대상의 특성상 실제 한국 공연장에서 만나는 해외 공연 관광객들은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공연보다는 한류 스타나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원정 팬들이 한국의 공연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온다는 것이다. 한류 스타가 출연하지 않은 공연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에 앞서 질문 자체를 불쾌해 하는 반응도 있었다. 그리고 응답자 중 무려 90%가 한류 스타가 출연하지 않은 공연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류 스타가 없어도 마케팅과 홍보, 그리고 작품성이 담보된다면 한국 뮤지컬이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결과였다.
한국 방문 라이프 스타일
3.42일 방문, 3편 공연 관람. 공연 관광객들은 62%가 한 번 한국을 방문할 때 3.42일 동안 머문다고 답했다. 회사원의 비중이 68%로 절대 다수였기 때문에 금토일 주말에 휴가를 붙여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관광객의 경우 4.56일 동안 체류하는 것으로 집계된 반면, 공연 관광객은 3.4일로 그보다 적었다. 공연 관광객이 일반 관광객들보다 체류 기간이 짧은 것은 이들은 철저히 공연 관람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공연 관람 이외에 쇼핑이나 다른 관광에는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한국의 <엘리자벳>을 관람하기 위해 수십 차례 한국을 방문한 히로코 상은 보통 공연 관람을 위해 한국에 오면 공연장이 블루스퀘어일 경우 이태원 쪽에 숙소를 잡는 등 공연장 근처에 머물며 공연 관람 이외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한국에 머무는 동안은 공연 관람에 몰두한다. 같은 날 동일 공연을 보는 일도 다반사다.
일본 공연 원정 관객들은 한번 방문했을 때 평균 3편 정도를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2~3편 본다는 의견이 62%로 가장 많았고 4편이 19%, 5편 이상도 12%로 한국 방문 여행을 온전히 공연 관람에 할애하고 있는 관객이 상당수임을 알 수 있다. 반면 1편만 본다는 관객은 6.5%로 가장 적게 응답했다.
1년에4번,8.6번한국방문.공연을 보기 위해 한 해에 한국을 방문하는 횟수를 묻는 질문에 1~2번이 29%, 2~3번 28%, 4~10번 26%로 비슷하게 조사됐다. 공연을 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즉 1년에 12번이 넘게 한국을 방문한다는 응답이 무려 6%나 됐다. 이를 종합해보면 응답자들은 1년에 평균 4번에 좀 못 미치게 한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설문이 한류 블로그에서 이루어졌고 응답자들이 한국 공연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었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분기별로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셈이었다. 매일 낮 공연을 두고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어느 정도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객들이 찾아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낮 공연의 40%가 넘는 수가 해외 관객이라고 하니 해외 공연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1년에 평균 네 번꼴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을 방문한 누적 집계는 8.6번으로 앞선 결과에 비해 많지 않았다. 이는 앞선 결과에서 보여지듯 2010년부터 공연 원정 방문을 한 사람들이 많아 대부분이 실제로 한국 공연 원정을 다닌 지 2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타로는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온다는 의견이 있었다.
표2. 한국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친구 동반 50%(문광부 조사 54.2%)
혼자 35%(문광부 조사 23.9%)
9만 8천 엔 소비, 친구 동반. 일본 공연 관광객들은 평균 9만 8천 엔(140만 원)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7만 엔에서 10만 엔 사용’이 37%, ‘10만 엔에서 12만 엔’이 33%로, 일반적으로 7만 엔에서 12만 엔 사이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이 경제 규모에서 차이가 나지만 1년에 4번 정도를 방문하는 관객들이 140여 만 원을 매번 지불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 뮤지컬을 보면서 얻어가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원정 공연 관람은 친구와 동반하거나 혼자 본다는 의견이 비슷한 수치로 집계됐다. 친구와 함께 관람한다는 의견이 39%로 가장 많았고, 혼자 본다는 관객도 35%로 적지 않았다. 한국 원정 공연 관람을 많이 하다 보니 혼자 다니다가 공연장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사귀고 함께 다닌다는 사람들도 11%나 됐다. 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고 관람 유형을 ‘친구 동반’과 ‘혼자’로만 나누면 친구 동반은 전체 50%로 혼자 본다는 관객 35%보다 많이 앞선다. 이번 설문 조사는 문화관광부 조사에 비해 혼자 본다는 비중이 컸다. 문광부 조사에 따르면 친구를 동반한다는 의견이 54.2%, 혼자가 23.9%를 기록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이 좀 더 공연 마니아적인 특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공연 마니아들이 혼자 보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문광부 조사에서는 순수 관광객들과 비교하고 있는데, 순수 관광객들은 친구 동반 35.3%, 혼자 11.2%로 두 항목 다 공연 관객들보다 비중이 낮았다. 순수 관광객들은 친지나 가족과의 여행이 적지 않지만 공연 관광객은 그런 경우가 흔치 않아 나머지 항목의 비중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외. 문광부의 한류 공연 관광객 실태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국가별 공연 관람객은 아시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 일본(72.8%), 중국(16.4%), 대만(6.4%), 홍콩(2.8%), 태국(0.7%), 말레이시아(0.7%) 순이었다. 여행 형태에서는 공연 관광객은 순수 관광객에 비해 개별 여행의 비중이 67.1% 대 36.3%로 거의 두 배에 가깝게 개별 여행이 많았다. 순수 관광객은 단체 여행이 개별 여행보다 많은 반면, 공연 관광객이 단체 여행을 하는 경우는 17.7%에 불과했다. 공연 관광객은 90.7%가 여행 정보를 인터넷으로 입수하고, 순수 관광객도 64.7%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았지만 비중 면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한국 뮤지컬의 경쟁력
표3. 한국 뮤지컬을 보는 이유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실력 때문에 65%
한류 스타를 볼 수 있어서 14%
한국 공연이 주는 열정적인 에너지 때문에 13%
한국 뮤지컬의 작품성이 좋아서 7%
기타(일본 작품과 비교) 1%
가창력에 매료. 국내 공연 관계자들은 절대적으로 한류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한국 뮤지컬을 본다고만 생각하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다.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의 핵심 멤버들이 출연한 <페임>의 경우 작품성이 떨어지자, 일본 관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한 몇몇 관객들은 일본 사이트에서 성토대회를 벌였다. 캐스팅으로 시장을 뒤흔들 만한 한류 스타가 아니라면 작품성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해외 관객이 몰려들지 않는다.
<표3>에서 보듯 한국 뮤지컬을 보는 이유로 뮤지컬 배우들의 기량 때문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한국 배우의 시원한 가창력에 압도당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한국 뮤지컬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79%가 노래라고 응답했다. 연기나 작품성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합쳐도 6%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배우의 뛰어난 가창력에 대한 지지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극단 시키에서 언어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배우들을 뽑아가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한국 뮤지컬 배우를 묻자 예상대로 김준수가 38표를 얻어 조승우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조승우가 한류 스타인 김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질문이 뮤지컬 배우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설문 결과는 일본 한류 관객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조승우가 일본 공연 관객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 뒤로 박은태 27표, 류정한 22표, 홍광호 19표, 김선영 15표, 옥주현 12표, 전동석 10표 순이었다. 이 결과를 보면 김준수와 함께 출연한 배우들 중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 조승우(공동 1위 38표)와 뮤지컬 배우 중 최고의 가창력을 지녔다는 홍광호(5위 19표)만이 김준수와 같은 무대에 서지 않고도 일본 공연 관광객들에게 어필하는 배우였다.
한국 뮤지컬 최고.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일본 뮤지컬에 비해 한국 뮤지컬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순위를 매겨달라는 설문에 한국 뮤지컬을 1위로 택한 응답자가 58%에 이르렀다. 브로드웨이가 제일 낫다는 의견은 38%였다. 일본 뮤지컬이 가장 뛰어나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일본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한국 배우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배우들은 앙상블이 뛰어나고 한국 배우들보다 춤 실력이 좋다. 취향에 따라 우열이 나뉠 수도 있는 질문이었는데, 일본 뮤지컬과 비교하여 이렇게 큰 차이가 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도 낫다고 느끼고 있었다. 일본 뮤지컬에 노래 실력이 떨어지는 배우들이 무대에 서고, 오래된 프로덕션의 경우 해가 바뀌어도 출연진이 바뀌지 않고 한 배우가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 뮤지컬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 가지 않고 멈춰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에 비해 한국 뮤지컬은 젊은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어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참고로 한국 공연 관계자들은 너무 젊은 배우로만 편성된 국내 배우층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가장 재밌게 본 한국 뮤지컬을 묻는 질문에 <엘리자벳>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엘리자벳>은 일본에서 워낙 인기가 있는 콘텐츠이고, 특히 김준수가 출연해서 인기가 좋았다. 일본 팬들은 이번 <엘리자벳> 무대가 화려하고 웅장해서 좋았다는 평이다. 지난해 최고 히트작인 <지킬 앤 하이드>가 18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김준수와 함께 공연하지 않았는데도 조승우와 홍광호가 높은 순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 뒤로 <헤드윅> 7명, <모차르트> 6명, <맨 오브 라만차>, <오페라의 유령>, <서편제> 각각 4명으로 이러한 작품들이 일본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동방신기 단연 1위. 좋아하는 한류 스타를 묻는 질문에 JYJ가 14명, 동방신기 11명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3위를 차지한 슈퍼주니어와 빅뱅(6명)과 비교해보면 동방신기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원정 공연 팬들은 동방신기 멤버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었다. 이는 일반적인 한류 팬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편한 원정길
표4. 티켓 구입 방식
Visit Seoul 사이트 45%
인터파크 글로벌 사이트 25%
한국 지인을 통해 10%
티켓 구매 대행 사이트 9%
기타 10%
VisitSeoul에서 티켓 구매. 일본 공연 관광객들은 절반 가량이 한국 공식 관광 사이트인 비지트 서울(www.visitseoul.net)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일본어와 중국어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정보를 찾아보기 쉽다. 예매 확인서까지 각국의 언어로 제공되고 있어 편리하지만 실제 예매할 수 있는 작품 수가 적다. 그다음으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 인터파크이다. 인터파크 글로벌 서비스는 비지트 서울보다 작품 수는 많지만 영어로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공연 관람객 중 72.8%가 일본 관광객임을 상기한다면 일본어 서비스가 절실해 보인다. 그래서 일본의 공연 관광객들은 일본어 서비스도 가능하면서 많은 작품들을 예매할 수 있는 공식 사이트가 있다면 회비를 내고라도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표5. 한국 공연 관광 시 불편한 점
늦은 캐스팅 정보 63%
티켓 예매 시스템 23%
자막, 일본어 서비스 부족 10%
일본어 공연 정보 부족 3%
기타(늦은 프로그램 북) 1%
늦은 캐스팅 공개. 해외에서 한국 공연 티켓 구매에 불편함을 토로하면서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은 것은 미리 캐스팅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 방문 계획은 짧게는 한 달이나 그 이전부터 준비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원하는 캐스팅 정보를 미리 알 수 없어서 다른 일정을 계획하기가 힘들다. 직장인이 많은 만큼 사전에 업무 조율이 필요한데 캐스팅 발표가 늦다 보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일본의 경우 이미 겨울 공연까지 캐스팅이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답답해했다. 캐스팅뿐만 아니라 티켓 판매 공지가 너무 늦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기 공연의 경우도 1차, 2차 티켓 판매로 나누어 하는 국내 시스템을 해외 관객들은 불편해했다.
불편한 티켓 예매 시스템. 한국 공연 관람에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을 주관식으로 물었다. 누가 일본 사람들이 내성적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공연 관람을 하면서 느꼈던 불만을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제시해주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티켓과 관련된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소극장 작품이나 지방에서 공연하는 티켓을 구매할 수 없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 하나는 티켓 가격이었다. 일본인에게만 판매되는 김준수 공연 티켓 전용 가격이 심하게 높다는 의견을 무려 11명이나 냈다. 올해 <엘리자벳> 김준수 공연 티켓을 공식으로 판매했던 ‘Look Korea’에서는 2만 7천 엔, 우리 돈으로 약 40만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김준수 공연을 판매했다. 일본 공연 관광객들은 다양한 할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도 아쉬워했는데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은 문제라고 보았다. 또한 일본의 티켓 구매 시스템에서도 한국 공연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여럿 있었다. 일본 편의점이나 대표적인 티켓 예매 사이트인 티켓 피아에서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답게 공연 전에 티켓을 받아보길 바라는 사람이 꽤 됐다. 우편 수수료나 그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일임에도 공연 전에 티켓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부족한 외국어 서비스. 일본인이 가장 많은 해외 공연 관광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배려는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프로그램에 영어나 일본어 서비스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극장 로비에 외국어 표시가 없어 어디서 티켓을 찾아야 할지 당황스럽다는 의견을 주었다. 작품에 대해 미리 정보를 취할 수 있는 외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작품들이 너무 적은 것도 문제다. 예전에는 무가지인 <서울스코프>에서 공연 정보를 한글과 영어로 소개해놓아서 좋은 정보 창구가 되었는데 이 잡지가 폐간되고 나자 정보를 취할 수 있는 통로가 마땅찮다. 최근 일본에서 한류 공연 잡지 세 개가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에서도 한국 공연 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작사에서 해외 관객들을 위한 외국어 서비스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에서 인터파크에 위탁 운영하는 Visit Seoul의 콘텐츠를 확장하고 더욱 강화해서 해외 공연 관광객들의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꽤 여러 명이 자막에 대한 불만을 지적했다. 일단 일본어 자막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모든 작품이 자막 서비스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해외 관광객이 많은 작품들은 외국어로 작품 소개나 줄거리를 기록한 전단지를 구비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또한 자막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경우도 현지인의 감수를 받지 않은 질 떨어지는 자막 때문에 오히려 작품 감상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외. 공연과 관련된 상품 구매에 적극적인 일본인들답게 공연 초반부에 프로그램을 팔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꽤 여러 명이 지적했다. 해외 관객들은 공연을 볼 때 구입하지 못하면 다시 구하기가 힘들다. CD와 DVD, 머천다이저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주었다. 한국 공연에는 멀티맨이 많아 앙상블이 어떤 역들을 하는지 프로그램에 정확하게 명기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꼼꼼한 지적도 있었다. 이외 평일 8시 공연은 너무 늦다며 좀 더 빨리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공연장에서 아이스크림을 왜 파냐는 불만, 주말에 같은 공연을 두 번 보기 때문에 낮 공연과 저녁 공연 사이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가급적 다른 캐스팅이었으면 좋겠다는 주관적인 요구도 있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5호 2012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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