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광고는 가라.
바야흐로 뮤지컬 광고의 개성 시대,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짧고 강렬하게
작품의 이미지를 전하는 티저 영상이다.
티저(teaser)란 상품의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아가 후속 광고에 대한 관심과 구매 의욕까지
유발시키는 광고 기법을 일컫는다.
뮤지컬계 또한 이 매력적인 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추세다.
최근 공개한 네 편의 티저 영상들을 통해,
뮤지컬 티저 영상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프랑켄슈타인>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듯한 <프랑켄슈타인>의 티저 영상. 통상적으로 뮤지컬 티저 영상은 1차 티켓 오픈 전후로 공개하는데, <프랑켄슈타인> 역시 1차 티켓 오픈(12월 19일) 다음 주인 12월 25일에 공개, 전에 없던 독특한 느낌으로 눈길을 끌었다.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 임선진 과장은 “창작 초연인 만큼 작품을 인지시키기 위해 티저 영상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가장 큰 목적은 제목을 부각시키고, 작품과 캐스트에 대한 호기심을 이끄는 것이었다.
티저의 기본적인 컨셉은 왕용범 연출이 직접 설정했다. 신비주의를 유지하면서 Grotesque, Thrill, Anger, Creature 등 네 가지 테마 속에 작품의 스릴러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 많은 정보를 노출하면 관객들의 기대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들은 가급적 배제했다. 배우들의 대사 또한 왕용범 연출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
촬영과 제작은 비주얼크루 숟가락이 담당했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잭 더 리퍼>, M.net 스팟 영상 등을 제작한 영상 제작 프로덕션이다. 대부분의 뮤지컬 티저 영상은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주로 포스터 촬영 날 동시에 진행된다. 작품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현장에 배우들이 한데 모이는 적재적소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총 3대의 카메라가 동원됐고, 배우들은 각자 왕용범 연출이 건네 준 한 줄의 문장들을 나름의 느낌을 살려 연기했다. 추후 완성본을 본 배우들은 자신의 대사가 이렇게 편집될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그만큼 편집의 묘미가 돋보이는 티저다.
INTERVIEW
<프랑켄슈타인> 티저 영상 제작자
‘비주얼크루 숟가락’의 남윤국 PD
<프랑켄슈타인> 티저 영상의 컨셉은 무엇인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연에 대한 나열식 영상물이 아닌 작품의 톤 앤 매너를 철저히 담고 있되 그 안의 복합적인 감정과 분위기를 전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공연의 느낌을 잘 드러내주는 오브제로 영상의 톤을 그려주고 배우들이 그 뒤에 매너를 잡아주는 방식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한마디로 주요 컨셉은 ‘오브제와 배우의 충돌과 조화’다.
촬영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기존 뮤지컬 관련 영상들은 공연 자체에서 소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공연 영상을 받아서 자막만 입히는 정도랄까. 하지만 참신한 영상을 기획한다고 해도 제작 여건상 포스터 촬영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영상 촬영을 병행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정된 시간에 효율적인 촬영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오브제 중심으로 먼저 촬영을 끝내고 그에 맞춰 배우들에게 간단한 장면만을 요구해 편집하는 계획을 세운 것. 하지만 과연 배우들이 짧은 시간 안에 감정 연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큰 문제였다. 다행히 왕용범 연출님이 다양한 감정선을 드러내는 대사들을 하나하나 배우들에게 적어주었다. 덕분에 그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영상의 분위기뿐 아니라 편집 또한 시선을 모았는데, 특별히 도입한 기술이 있나?
<프랑켄슈타인>만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긴장감’이었다. 그래서 연속성이 없는 컷과 컷을 계속 충돌시켜 불안하고 난해한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이질적인 오브제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과 배우들의 충돌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또한 콘트라스트가 강한 색상과 강렬한 이미지의 D.I(Digital Intermediate, 디지털 색보정)로 보는 이들의 주목도를 높이고, 높은 밸런스의 사운드 믹싱으로 괴기스러움을 더했다.
뮤지컬 티저 영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영상의 완성도보다 주목도가 더 중요하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상 콘텐츠들과 공연 홍보 영상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든 우리가 만든 티저가 관객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것. 그것이 뮤지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져 검색창에 뮤지컬 제목을 검색하게 하는 것. 단언컨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관객들이 이 공연 객석에 앉아 티저 영상을 한 번 더 정독하며 “이거 진짜 오글거려 못 보겠어”라고 한다 해도 우리로선 성공인 셈이다.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 공개한 티저 영상은 두 편, 하나는 장르, 하나는 배우를 앞세우고 있다. 티저 영상의 제작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작품의 특성인데,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홍보 팀은 시즌제 뮤지컬, 스릴러 장르란 특징이 티저 영상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을 했다. 첫 시즌을 봤던 관객, 보지 않은 관객 모두에게 작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보통 홍보·마케팅 팀에서 공연 2~3달 전에 작품 특성에 맞춰 티저 광고 제작을 진행한다. 1차로 창작진(주로 연출)이 이 작품에서 가장 내세우고 싶은 이미지와 컨셉을 잡아주면 홍보·마케팅 팀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구체화시키고, 영상 제작사와 회의를 통해 시안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 완성작을 만든다. 이 작품의 홍보 팀 역시 <시즌2>는 스릴러를 강조한다는 노우성 연출의 설명을 듣고, 장르를 부각시킨 티저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장르 중심의 티저는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가 벌인 5건의 살인 사건을 드러내며 실존 인물인 잭, 허구의 인물인 셜록이 공존한 시대가 같았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었다. 이미지에 관한 영감은 과거 잭 더 리퍼를 다룬 신문 기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신문에서 발췌한 사건 사진들이 보인다. 셜록은 워낙 대중적인 코드이기 때문에 기존 자료들을 참고했다.
배우 중심의 티저는 작품의 분위기를 알림과 동시에 메인 캐스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구성됐다. 제작은 한국영상연합에서 맡았고, 포스터 촬영이 끝난 후 현장 세트를 그대로 활용해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티저에는 셜록 홈즈, 제인 왓슨, 클라이브가 차례로 등장하며 잭을 추적하는 네 가지 단서를 제시한다. 이는 각 캐릭터들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극 중 대사를 하나씩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셜록의 경우 사건을 추리할 때 가장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클라이브는 사건 해결보다 더 중요한 야심, 왓슨은 셜록이 눈치채지 못한 것을 짚어주는 조력자 역할임을 각각 강조했다. 한편 영상은 무대보다 더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배우들이 실제보다 더 크고 느리게 움직여야 하는 노고가 있었다는 후문.
<트레이스 유>
<트레이스 유>는 티저 포스터 촬영 현장의 생생함을 티저 영상으로 활용한 경우다. <트레이스 유> 홍보 팀은 노란색 배경에 우빈과 본화가 겹쳐진 이미지를 메인 포스터로 사용하되 다섯 페어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티저 포스터를 추가적으로 촬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현장 분위기와 배우 인터뷰를 편집해 티저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 티저의 주요 컨셉은 콘서트와 드라마가 결합된 록 뮤지컬의 특성을 살리면서 우빈과 본하의 자유로움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작품의 배경인 클럽 드바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콘서트 공연장(홍대 예스24 무브홀)과 카페를 하루 동안 대관했다. 공연장의 음향, 조명 감독들의 도움을 받아 악기가 풀 세팅된 무대에서 실제 공연 느낌을 주는 촬영을 했고, 담배, 기타, 거울, 등 배우별로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각자의 개성을 살리고자 했다. 또한 배우들에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시도를 주문해, 색다른 모습을 이끄는 데 집중했다.
티저 영상은 배우별(10개), 페어별(5개), 전체 캐스트(1개)로 총 16개가 제작됐고, 배우 나이별로 하나씩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트레이스 유>는 티저 영상을 포함해 30여 개의 영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회전문 관객을 타깃으로 삼은 작품인 만큼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마니아층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태양왕>
<태양왕>의 티저 영상은 20초로 짧고 강렬하다. <태양왕>의 홍보 담당자는 국내 초연작인 만큼 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이 티저의 주요 목적이라 밝힌다. 관객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작품을 날것 그대로 공개하면 한 번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고나 트레이드 마크 같은 것을 순차적으로 인지시켜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했다.
<태양왕>의 티저 영상은 공연 장면과 자막을 활용한 공연 광고의 전형적인 특징이 엿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위에 공연의 특성을 담은 특별한 컨셉이 있다. 작품 포스터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빨간색 벨벳을 활용한 것이다. 프랑스 공연의 화려한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지 않고, 빨간색 벨벳 커튼을 이용해 반만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전체를 보여주는 것보다 더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도 작품에 대해 노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이 넣지 않았다고 한다. “영원히 지지 않는/ 베르사유의 태양 루이 14세” 임팩트 있는 함축적인 문구를 뽑아 이 작품에 대해 대략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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