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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NER VIEW] 열등감을 대하는 두 가지 방법 <위키드> [No.133]

글 |누다심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2014-11-14 5,309
초록색 피부를 가진 아기가 태어났다. 모두들 괴물이라면서 아이를 배척했다. 그의 부모도, 동생도 미워하고 싫어했다. 가족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이 아이를 다른 사람이 좋아할 리 없다. 단지 피부색이 달랐을 뿐인데 아이는 친구가 없었다.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느꼈다. 그 아이는 엘파바였다. 

 
 

현명하신 그분께선 세상의 바보들처럼
겉모습만 보시고, 날! 판단하시지 않겠지
멍텅구리 세상 사람들은 외모로 사람을 본다니


예나 지금이나 외모는 중요하다. 잘생기고 예쁜 얼굴, 균형 잡힌 몸매는 물론 피부색까지 외모는 사람들의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한다. 외모 외에도 호감과 비호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출신 계급과 집안의 배경, 질병의 유무, 직업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학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이나 지적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는 법. 고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Alfred Adler)는 ‘열등감’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하였다. 사실 아들러가 열등감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몸이 병약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들러는 네 살까지 구루병을 앓아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다섯 살에는 폐렴으로 거의 죽을 뻔했다. 그는 병약한 몸 때문에 열등감을 느꼈다. 남들처럼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했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행동반경이 제한된 것은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지내야했으니 오죽할까. 
아들러는 열등감에 지고 싶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몸은 남들에 비해 열등하지만, 다른 면에서라도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었다. 이런 그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는 것은 공부였다. 남들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는 자연스럽게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공부 머리가 있었기에 그는 뛰어난 성적으로 비엔나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아들러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열등감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다. 그가 언급한 대표적 열등감은 신체와 연관이 있다. 즉 아들러 자신처럼 몸이 병약하거나 엘파바처럼 피부색이 남다른 경우다. 아들러에게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공부 머리가 있었다면 엘파바에게는 마법사의 재능이 있었다. 
아들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만 바라보지 않고, 자신에게 있는 좋은 점을 바라보고 발전시키면서 우월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극복하지 못하고 열등감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고 했다. 무엇이 이 둘의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오랜 시간 열등감 때문에 고통을 받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고 복수를 꿈꿀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을 얻게 되면 타인을 통제하고 조종하려고 한다.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하는 심정이다. 어쩌면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열등감 때문에 고통을 받으면서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자신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연민과 애정을 느끼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 역시 어떤 면에서는 매우 약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복수를 하고 되갚아주기보다는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려고 한다.
그렇다면 엘파바는 어떤 경우였을까? 엘파바는 극 중에서 억압받는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을 해방시키려고 노력하고,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계획한 마법사에게 분노와 적개심을 품는다. 사실 엘파바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 오즈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의 소유자였으니 말이다. 엘파바는 자신의 행동이 정말 선한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의 상처 때문인지 괴로워한다.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날 괴롭히네
나의 모든 선행은 정말 순수했던가?
관심을 끌어보려 벌인 연극은 아녔나?
냉정히 판단해, 순수한 선의라면 선은 비극의 시작
착해지려 할수록 벌을 받지
선은 비극의 시작 좋은 의도였지만 결과를 봐.
이제 됐어, 알겠어, 다 알겠어.


하지만 엘파바는 마지막까지 그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택한다. 사랑하는 피예로와 함께 사라져 도로시와 금발 마녀 글린다를 비롯해 모든 오즈인들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엘파바는 자신의 열등감을 건강하게 극복한 셈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열등감의 유무가 아니라 열등감을 극복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의 고통을 세상에게 똑같이 되갚아줄 것인가, 아니면 약자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승화시킬 것인가?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누다심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꿈꾸는 이.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3호 2014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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