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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09년 일본 뮤지컬을 정리한다 [No.78]

글 |허예조(자유기고가) 2010-03-09 6,181


1년에 한번씩 일본 뮤지컬계의 이모저모를 종합해 보는 <뮤지컬>지의 특집 기사에서 올해에는 흥미로운 인물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비중이 적은데다 의견이 분분한 분야라고는 하나, <특별상> 부문 후보에 일본 아이돌계의 대부 쟈니 기타자와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받아본 <뮤지컬>지에서 쟈니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오른다.

 

 

 

중소극장 뮤지컬의 선전
특집 기사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를 이번 호의 첫 기사 역시 쟈니스의 공연 소식으로 시작된다. 킨키 키즈로 알려진 도모토 코이치가, 지난 10년간 650회 공연된 뮤지컬 [Shock]를 올 상반기 3개월에 걸쳐 100회 공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ndless Shock]라 새로이 명명된 이 작품은 2009년 재연 작품 순위에서도 27위에 올라와 있다.


깨알같이 촘촘한 특집 기사를 넘기다 보면 한눈에 쟈니스 소속임을 알 수 있는 배우의 공연 사진이 또 다시 등장한다. 쟈니 기타자와가 총괄한 <혁명시리즈>는 매해 쟈니스의 타키자와 히데아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연해 왔는데, 올해는 거의 동일하다 해도 좋을 다른 버전의 낮 공연까지 제작되었다. 2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는 작년 <국민명예상>을 수상한 89세의 여배우 모리 미츠코가 합류하였다. 인기 아이돌이 하루 두 번, 시리즈물이라 해도 좋을 공연에 출연한다는 이색적인 구성과, 창단 이래 변하지 않는 그들만의 색채로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쟈니스의 행보를 보면 특별상에 추천된 것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볼거리는 유례없이 풍부했지만, 정작 손에 꼽을 만큼 압도적인 작품은 없는 2009년이었다“  22명의 심사위원들은 입을 맞춘 듯 비슷비슷한 평으로 말문을 열었다.  작년 다카라즈카의 <스칼렛 핌퍼넬>이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비록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대작은 물론, 개성 있는 소규모 작품들이 뒤늦게 일본에 다수 상륙하여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였지만, 압도적인 작품이 없다는 것이 중론인 가운데 대작보다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중소규모의 작품들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6위 <그레이 가든>은 2006년 브로드웨이 초연작으로 재클린 케네디와 친지들의 모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다. 존 케어드의 섬세한 연출이 일본 관객들의 정서에 맞아떨어졌다고들 하는 <제인 에어>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마츠 다카코의 호연으로 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와 같은 선상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만족도가 컸다는 작품이 3위 <스핏파이어 그릴>.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도 정교한 캐릭터 묘사와 농밀한 내용에 호평이 이어졌다.
근소한 차이로 경합을 벌인 각 부문에서 순위에 오른 것은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 1969년 초연 당시 캐서린 햅번의 주연으로 화제가 되었다가 이후 40년간 재연되지 않았던 무대가 샤넬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에서 재탄생했다. 주인공 코코 샤넬과 패션모델 노엘 역에는 다카라즈카에서 남성 역으로 이름을 날린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 샤넬 역의 오토리 란은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뿐만이 아니라,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재연 작품 1위로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의 연출가 G2는 BEST10에 <수잔을 찾아서>를 , 18위에 <나인>을 포함시키며 한해 최고의 연출가로 뽑혔다.


 극단 시키는 재연작품들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화제작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작품 순위 4위에 올랐다. 일본 관객의 정서를 배려하면서 원작에 충실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시키의 번역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단기 공연으로 끝나버린 것이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시키=대형작품이라는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같은 시키의 신작 <아이다>가 의 뒤를 이어 2위에 오른 것이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해준다. <아이다>는 오사카와 나고야 등 지방 도시에서 6년이라는 장기간 공연을 거치며 상당한 완성도를 갖춘 후 도쿄에 진출하였다. 엄밀히 말해 신작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선정 기준에 ‘수도권에서 상연되었을 것’이라는 조건 덕분에 뒤늦게 순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방 공연을 거쳐 수도권에 진출한 경우로는 <레 미제라블>이나 <마이 페어 레이디>역시 마찬가지다.

 

 

 

 

위기 혹은 재도약의 순간
다카라즈카로서는 매우 고민이 많았을 한해였다. 올해 창단 95주년으로 어느덧 10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연간 신작수를 8개에서 10개로 늘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로 인해 극단내의 다섯 조가 대극장에 설 수 있는 기회는 최대 2회씩 늘어났으나 티켓가격의 상승, 제작 경비의 삭감이라는 결과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작년 한 해 다카라즈카를 절정으로 이끌었던 아란 케이를 포함해 다섯 조의 주역 모두가 퇴단을 발표하는 바람에 세대교체까지 신경 써야 했지만 뒤를 이을 스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주역들의 <사요나라 공연>,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평과 이렇다 할 인상적인 신작이 없는 가운데 순위에 오른 것이 <태왕사신기>의 새로운 버전이었다. 방대한 내용을 콤팩트하게 잘 압축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한류스타 배용준이 출연했던 드라마가 원작이기에 TV 팬들을 극장으로 흡수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09년 창작 뮤지컬 분야는 공연계의 양면을 바라볼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배우들의 노래와 춤이 괄목할 만큼 향상되었다고 언급하였지만, 정작 창작 공연의 수는 감소하였다. 매년 빠짐없이 창작에 투자해오던 업체들이 불황의 여파로 줄줄이 철수한 것이 당연하고도 가장 큰 원인이었다. 평론가 오다기리씨는 ‘각본과 음악을 미리 검증받은 번역 작품에 비해 리스크가 큰 것도 창작을 꺼리게 되는 요인’이라 지적하며, 음악과 각본을 오디션을 통해 모아 합작을 하는 형식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해외 화제작들과 불리한 조건 속에서 경쟁해왔던 자국 창작 무대가 활력을 잃어버릴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계속해서 악재를 맞고 있는 일본 경제와 변해가는 세태 속에서 올해 일본 공연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빛나는 기획력과 창작열이 올해에는 더욱 필요할지 모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8호 2010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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