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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American Idiot <아메리칸 이디엇> 동시대 미국 젊은이들의 저항의 노래 [No.80]

글 |이곤 (뉴욕통신원) 사진제공 |Doug Hamilton 2010-06-08 5,617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프리뷰 공연 중인 신작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올봄 시즌 개막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은 2004년에 발매된 미국의 유명한 펑크 록 그룹 ‘그린데이` Greenday 의 히트 앨범을 바탕으로 뮤지컬화되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토니상을 받은 연출자 마이클 메이어는 록 밴드 ‘그린데이’의 리드 싱어이자 작사가인 빌리 조 암스트롱 Billie Joe Armstrong 과 함께 정규 앨범 `American Idiot` (2004)의 전곡과 최근 앨범인 `21st Century Breakdown` (2009)에 수록된 4곡을 바탕으로 대본을 구성하였다. 비록 스토리의 구성 측면에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연출력과 무대, 그리고 음악의 완성도는 좋은 평가를 받아 올해 토니상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로 이어진 그린데이의 펑크 정신
<아메리칸 이디엇>은 동시대의 미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젊은이들, 즉 희망과 의욕을 상실한 절망의 세대들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세 주인공 조니 John Gallagher Jr., 터니 Matt Caplan, 그리고 윌 Michael Esper 은 교외 suburbia의 지루하고 따분한 삶 속에서 미래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잃어버리고 냉소적이고 허무적인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서로에 대한 소통과 애정이 결핍된 그들의 삶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테크놀로지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듯이 뮤지컬은 무대를 위압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3면의 벽에 설치된 35개의 TV 모니터를 통해 비치는 조지 부시의 모습, 그리고 그의 유명한 멘트 ‘우리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테러리스트 편에 설 것인지` Either You’re with Us or You’re with the Terrorists 선택하라는 말로 시작한다.


빌리 조에 따르면 밴드 멤버들의 현재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록 오페라의 형식으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컨셉을 바탕으로 `American Idiot`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멤버 각자가 그들의 삶을 돌이켜 30초 분량의 음악을 먼저 만들어 보았다. 당시 빌리 조는 음주 운전으로 경찰서에 구치되어 있었고 마이크 던트 Mike Dirnt 는 스튜디오에 혼자, 그리고 트레 쿨 Treool 은 집에서 그의 전 부인과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이 뮤지컬의 세 주인공 역시 그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관능과 쾌락에 대한 추구로 결국 마약중독에 빠져 그의 진정한 사랑인 ‘왓서네임` Rebecca Naomi Jones 을 잃게 되는 조니, 조지 부시가 일으킨 애국주의의 열기로 인해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결국 다리를 잃게 되는 터니, 그리고 인생에 대한 뚜렷한 의욕이 없어 결국 아내와 헤어지게 되는 윌은 이 시대 미국 젊은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절망과 분노를 보여주지만 그들의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이나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뮤지컬의 선배격인 록 뮤지컬 <헤어>와 큰 차이를 드러낸다. <헤어>의 주인공들에게는 그들의 분노와 절망과 함께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적인 삶,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해결책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이 뮤지컬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이자 약점으로 제기되는 부분은 캐릭터의 감정적인 깊이가 얕고 피상적이라는 데 있다. 이 뮤지컬의 기본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앨범 `American Idiot` 에 수록된 노래들은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내러티브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트라이 아웃 공연을 가지고 난 뒤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와 창작 팀은 작품을 만들면서 지녔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과연 세 주인공들의 고통스런 역경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대사를 추가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노래에 의존해 이야기를 진행시킬 것인가? 결국 연출자 메이어는 대사가 적을수록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그전의 공연보다 대사가 더 줄어들었다. 그래서 음악에 훨씬 더 의존한 공연이 되었다. 메이어는 `American Idiot` 앨범의 13곡으로 충분히 이들의 인생 역정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의 믿음만큼 비평가들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무대를 관통하는 음악의 힘, 그러나 비전은 없다
이 뮤지컬의 장점은 음악의 완성도와 힘, 그리고 통일성에 있다. 작곡가이자 그룹의 리더인 빌리 조는 연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뮤지컬 <올리버!>와 <42번가>의 곡들을 통해 노래를 배웠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었던 뮤지컬에 대한 기존의 관점은 마이클 메이어의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크게 바뀌었다.

 

2007년 가을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고 난 뒤 연출자와의 만남에서 암스트롱은 공연과 주인공 중의 한 명인 모리츠 역을 맡았던 존 갤러거를 극찬했다. 이때 이미 메이어는 갤러거를 <아메리칸 이디엇>의 주인공 조니 역할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빌리 조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자신의 앨범 `American Idiot` 에 담아내고자 했던 분노와 저항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분노와 저항의 모티프는 그들의 앨범 작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앨범이 발매된 2004년 가을 조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되었다. 그간 부시의 이라크 전쟁, 그리고 반테러 강경 정책은 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이는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은 이 앨범을 통해 당시 젊은이들이 느꼈던 전쟁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음악 편곡 역시 많은 이들의 칭찬을 자아내고 있는 부분이다. 편곡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토니 어워즈에서 음악상을 받은 톰 킷 Tom Kitt 이 담당했다. 그는 록 앨범 특유의 강하고 메탈적인 느낌을 장면에 따라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는 뮤지컬의 마지막 곡으로 정해진 ‘Whatsername’을 가지고 먼저 작업했다. 오리지널 곡이 강렬하고 메탈적인 사운드였는 데 비해 톰 킷이 편곡한 곡은 피아노와 현악기, 첼로로 이루어져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톰 킷은 전형적인 록 밴드의 구성에 현악 3중주를 추가하여 음악 팀을 구성하였고, 색다르고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빚어냈다. 그의 편곡을 들은 그린데이 멤버들의 반응은 대단히 우호적이었고, 이후 그들의 최근 앨범 `21st Century Breakdown` 에는 톰 킷이 편곡한 현악기의 선율도 같이 쓰였다.

 


안무를 맡은 스티븐 호게트 Steven Hoggett 는 2009년 미국에서 공연된 스코틀랜드 국립 극단의 화제작이었던 <블랙 워치> Black Watch 의 안무가이자 공동 연출로 미국 연극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사람이다.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극에서 그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전쟁에 대한 상처와 고통, 그리고 분노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연출자 메이어는 스티븐 호게트의 안무가 역시 <아메리칸 이디엇>에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였고, 결국 그의 안무는 이 공연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들 중의 하나였다. 안무 컨셉은 극의 내러티브와 춤의 동떨어진 전개를 거부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춤을 위한 안무를 거부하였다. 대신에 그들은 이미지와 몸의 조형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감정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움직임을 발전시켜 나갔다.


크리스틴 존스 Christine Jones 의 세트는 위압적인데, 그 느낌이 효과를 발휘한다. 무대의 3면을 둘러싼 높은 벽 그리고 그 벽들에 박힌 35개의 TV 모니터들(구형 텔레비전부터 최첨단 모니터까지)은 미디어에 중독된 인물들의 환경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비디오 아트, 애니메이션, 그리고 실시간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 사진들은 현재 비디오 아트와 무대미술이 결합된 무대예술의 최근 경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0호 2010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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