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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York ] 박일규 교수의 NYU 체험기 ② 브로드웨이의 심장부에서 성장하는 한국 유학생들[No.92]

글 |박일규 사진 |박일규 2011-06-03 6,895

박일규 교수의 NYU 체험기 2탄 - 브로드웨이의 심장부에서 성장하는 한국유학생들

 

언어의 장벽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지금까지 NYU에서의 모든 일들이 착오 없이 계획한 대로 잘 진행되었다. 허나 드디어 작은 사건이 하나 터졌다.

 

 

 

 

3주 전 마르고 라이언 교수1)의 수업이 끝난 후 나는 그녀에게 인터뷰를 의뢰했고 그녀의 비서는 내게 자신을 통해서 인터뷰를 진행해달라고 했다. 허나 <더 뮤지컬> 4월 호에 그녀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기사를 쓰기로 한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는 한국계 어머니를 둔 행정 조교 대니 라슨에게 마르고 라이언에게 연락해줄 것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3월 호의 기사 내용을 첨부했다. 그리고 학과장인 사라 교수에게도 보냈다.
<더 뮤지컬>의 편집자가 라이언 교수와의 인터뷰와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본 후에 기사를 써 주기를 희망합니다. (중략)
그러나 그날 저녁 사라 교수의 싸늘한  답장이 날아 왔다.
내일 좀 보자. 편집자가 ‘원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인터뷰는 전적으로 마르고의 관심 여부에 달려있다. (중략) 또한 만일 네가 ‘리뷰’의 입장에서 공연에 대해 쓰고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한다면 우리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질 수가 있기 때문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교수들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만일 단지 소개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모르지만…….

 


그녀는 ‘원한다(Want)’ 와 ‘쓴다(Write)’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편집자가 원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르고의 의사와 스케줄이 중요하고 같은 학과의 교수로서 그녀의 작품을 비평(Review or Criticize)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문장에서 예전의 따뜻한 배려는 단 한구석도 찾을 수 없었고 마르고의 신작을 한국의 관객에게 소개하고 프로듀서로서의 그녀의 활동을 소개하려는 의도는 무례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그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라 교수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퇴근한 후에야 학교로 가서 할 일을 했다.  30년 전 유학생으로 느꼈던 아웃사이더의 감정이 되살아나 난 더욱 위축되었다. 뉴욕의 빌딩 숲에 갇힌 이방인의 황량함이 피부 깊숙한 곳에 작은 상처를 내었다. 허나 일단 사라 교수와 행정실의 스태프들과의 어색한 관계를 최소화하면서 당장 내게 주어진 일은 해야만 했다.

>>마르고 라이언  교수

           

 

 

20기의 졸업 발표회
이번 주는 두 번째의 졸업 발표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GMTWP(Graduate Musical Theater Writing Program)의 졸업 발표회는 총 6주에 걸쳐서 진행된다. 매년 한 기수당 36명의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두 명씩 짝을 지으면 18팀이 되고 정확하게 90분짜리 뮤지컬을 만들기 때문에 하루에 세 작품씩 여섯 시간 동안 연속해서 공연하게 된다.


먼저 졸업 발표회의 논문 공연인 ‘90분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서는 2년 동안의 체계적인 모든 단계를 이수해야만 한다.
1학년 1학기에는 주로 간단한 장면 위주의 실습이 진행되고 2학기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오리지널 또는 애댑테이션 뮤지컬 드래프트가 시작된다. 2학기 동안 학생들은 ‘10분 뮤지컬’과 ‘20분 뮤지컬’의 작사 .작곡에 전념하는데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포함해서 정확하게 시간을 지키는 작품에 높은 점수와 평가가 주어진다. 배우들의 연기를 위한 대사와 노래를 철저하게 계산된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2)

 

그리고 학생들은 1학년의 ‘20분 뮤지컬’을 마무리하는 리허설 과정에서 2학년 과정을 위한 각자의 파트너를 결정하게 된다. 학생들은 서로가 원하는 12명의 작사.작곡자들을 선정한 후 서로 ‘90분 뮤지컬’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한다. 즉 작품의 방향을 토론하고 협업자로서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해서 원하는 파트너의 순위를 정한 뒤 에세이 형식으로 지도교수에게 제출하면 ‘20분 뮤지컬’ 공연이 끝나는 날 자신의 파트너를 배정받게 된다. 일단 파트너가 정해지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변경할 수가 없다. 배정받은 파트너와는 2학년 내내 함께 협업하고 작품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신뢰와 화합과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인간관계가 필수적이다.


각자의 파트너가 결정되면 각 팀별로 여름방학 3개월 동안 ‘90분 뮤지컬’의 주제를 결정해야 한다. 1학년 과정에서는 지도교수들이 일정한 테마를 부여하기 때문에 주제 선정에 어려움이 없지만 2학년 과정에서는 광활한 테마의 바다에서 서로 일치된 테마를 찾아야한다. 2학년이 시작되면 창작 실험실에서의 협업이 다시 시작되고 창작과 리라이팅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1학기 말에 ‘45분 뮤지컬’을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45분 뮤지컬’은 세 명의 지도교수들의 피드백과 비평 속에서 대폭적인 수정을 거치면서 2학기 말의 ’90분 뮤지컬‘로 향하게 된다. 때로 몇몇 팀들은 ‘45분 뮤지컬’을 송두리째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지도교수들이 전력을 다해서 학생들의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학생들과 격렬한 전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2학년 과정을 성공리에 마치고 졸업 발표회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과 졸업 발표회의 스태프로 참여하는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알라나  작년 여름 동안 파트너와 함께 순수 창작과 원작이 있는 뮤지컬 등 두 가지의 테마와 아이디어를 짜내야했는데 결국 우리는 창작 쪽을 선택했어.


샘  난 윤미가 내 파트너라 우선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어. 그리고 작년 여름에 윤미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3개월 동안 서로 지구 반대 방향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가 정말 힘들었어.


이윤미  작년 5월 샘과 파트너가 된 후 일 년 동안 나 역시 힘들었어. 샘은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게다가 몰몬교 신자잖아! 나와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었구. (웃음) 그래서 서로 불만을 늘어놓는 시간이 많았어. 그러던 어느 날 샘이 어떤 곡이라도 상관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곡을 써보라는거야! 그래서 만든 곡이 졸업 작품인 <엄마, 아빠가 사라졌다!>의 첫 번째 뮤지컬 넘버인 ‘위드아웃 리릭스 오어 스토리’야! 난 이 곡 안에 이십대 초반부터 느끼기 시작했던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성숙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후회 등의 감정을 표현했어. 그리고 ‘아빠를 먹는 몬스터’라는 간단한 내용을 보냈는데 샘이 그 내용과 곡을 정말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작곡한 곡이 ‘캔디 대드’야. 이 이야기를 토대로 샘이 자기 부모님을 모델로 삼아 두 명의 메인 캐릭터를 더 만들어 냈지. 그래서 세 명의 주인공이 탄생한 거야!


알라나 1학년 때는 테마와 협업에 많은 제약이 있었으나 2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실수와 수정을 해야 했어. 2학년 실험실에는 지도교수와 두 명의 교수가 더 들어오는데 세 명의 교수에게서 지도받는 것은 대단히 유익한 것이었지만 때로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지.3)


아니타  우린 ‘45분 뮤지컬’의 발표 직후 지속성이 부족하고 캐릭터를 추가해야 하며 해설을 보완하라는 지적을 받았어. 그러나 학교에서는 7명의 배우에 한해서만 출연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배우를 쓸 수 없었고 그래서 등장인물의 수를 줄여야만 했어.


알라나  스카티와 나는 처음에는 어떤 캐릭터도 설정하지 않았고 아무 생각 없이 노래만 만들었어. 그리고 나중에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정을 했지.


샘  우린 ‘45분 뮤지컬’의 발표가 끝난 후에 작품의 해설자를 죽여 버렸어! 하하!


올리비오스  하나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엄청난 견해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의 비평이 내게 매우 흥미로웠고 큰 도움이 되었어.


알라나  누구의 의견을 듣고 또 어떻게 듣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도교수나 다른 사람들의 비평을 다 들을 필요는 없잖아? 이 작품은 우리가 쓰는 것이지 그들이 쓰는 게 아니잖아.


아니타  매주 다른 노래를 만들어 가야하는 게 힘들었어. 내가 만든 첫 노래를 들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나더라! 뮤지컬에서 노래는 연기를 도와줘야 하니까 힘들었지! 시빌 교수의 피드백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알라나  2학년 초반에 <위키드>의 작가인 위니 홀츠만 교수에게 내 대본을 피치(Pitch)하고 피드백을 들었을 때가 내게 최고의 도움이 되었던 순간이었어! 

 

 

 


샘  우리 프로그램의 강점은 리라이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윤미와 난 한 곡을 쓸 때도 여러 가지의 버전을 만들어봤고 그중에서 가장 잘된 것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리라이팅했어.


이윤미  지난 일 년 동안 서로 번갈아가며 많이 아프기도 했어. 파트너가 아프면 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배웠고 서로 간의 믿음이 가장 큰 것이라는 것도 배웠어. 서로가 믿는다는 것을 느낄 때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생겨나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알라나  공연을 앞두고 캐스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공연 2주 전에 연출과 음악감독을 만나서 미팅을 한 후에 3일 안에 배우들과 리허설을 모두 마쳐야하는 것이 너무 힘들긴 해!


올리비어스  모든 배우들이 모두 환상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알라나  졸업 작품이 마지막 완성품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단지 첫 번째 초안에 불과할 뿐이지.


  리허설 중에 연출, 음악감독, 배우들과 함께 행동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어! 난 이제 프로페셔널로 학교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됐어.

 

 

좌담을 마친 학생들은 서둘러 졸업 발표회 연습실로 향했다. GMTWP에는 매년 상당수의  한국 유학생들이 입학하고 졸업한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의 노력의 결과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13기 졸업생인 김혜영의 경우 그녀가 대본을 쓰고 작곡한 작품 <선피쉬 Sunfish>가 보스톤의 스톤햄 극장(Stoneham Theater)에서 2011년 2월 10일부터 2월 27일까지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효녀 심청>을 각색한 작품으로 한국인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져 미국에서 초연되어 성공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최초의 본격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뉴욕의 워크숍 공연은 토마스 카루소(Thomas Caruso)가 연출했으나 보스톤의 초연 무대는 카이틀린 로웬즈(Caitlin Lowans)가 연출하였다.

 

 

<선피쉬>

 


19기의 강옥균 작곡, 제임스 에이츠와 댄 마샬 대본의 <크리스마스 캐롤린(Christmas Carolyn)>은 2010년 12월13일 클리블랜드에 있는 브룩스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머큐리 서머 스탁의 윈터 원더랜에서 위임한 작품으로 찰즈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각색하였다.


현재 20기와 21기의 한국 유학생은 여섯 명이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휴학한 두 명을 제외한 황민정, 서혜선, 정상우, 이윤미 등 네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GMTWP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황민정  우리 프로그램은 음악보다는 드라마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난 음악적인 것을 더 많이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요.


정상우  우리나라의 뮤지컬은 버라이어티하고 화려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의 흐름이나 오락성에 치우쳐 있는 반면 미국 뮤지컬은 음악이 드라마를 도와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관객은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의 변화와 극적 상황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쁜 멜로디보다는 왜 그 멜로디가 작품에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황민정  나는 교수들의 비평을 통해서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곳에 와서 협업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그것을 일상생활에서도 실천하게 되었어요. 말하자면 남편하고도 협업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지요. (웃음)


이윤미  ‘모든 음악은 드라마를  살려야 한다’라는 것이 기본 개념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말하자면 드라마 안에서 내 음악의 색조를 정해야만 했으니까요. 특히 코믹한 노래를 작곡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죠. 가사를 제대로 살려야 하고 나만의 독특한 형식도 만들어야 했어요.


정상우  난 예쁜 음악을 좋아해요! 그래서 뮤지컬은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스토리와 가사가 음악을 만나서 더 빛을 발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브로드웨이의 예술가들이 객원교수들로 와서 강의를 해주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서혜선  이 학교에는 뮤지컬을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고 정보가 되게 많아서 정말 좋아요. 그리고 객관적인 음악성보다는 개개인의 음악성을 더 높이 평가해주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상우  브로드웨이의 대가들이 많이 오고 그들에게 피치를 할 수 있어 항상 떨리고 흥분이 됩니다. 그런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사라 슐레징거 교수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한예종과 국민대에서 이런 시스템을 가진 학과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어요.


황민정  내 삶이 완전히 자유로워졌어요. 과제 때문에 잠은 잘 못 자지만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한 학기에 삼천만 원을 내는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1학년인 한국 유학생들은 선배들의 졸업 발표회에서 스태프로 뛰고 있다. 졸업 발표회가 끝나면 5월 초순부터 이번 학기의 마지막 순서인 그들의 ‘20분 뮤지컬’ 공연이 시작된다. 선배들의 ‘90분 뮤지컬’을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에는 결전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불태우는 전사들의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드디어 두 번째 주의 첫 작품인 <죽음의 연주(Mortality Play)>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알라나(Alana Jacoby)와 스카티 아놀드(Scotty Arnold)의 작품으로 록 스타가 되려는 17살의 토드라는 영국 소년의 꿈과 반항과 인생을 그린 작품이었다. 토드가 원하는 것은 밴드 연주인데도 그의 선생은 약학 수업만을 고집하고 그의 아빠는 그가 가족들과 함께 있기를 요구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과 타인이 바라는 삶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할 무렵 토드 앞에 전염병에 걸려 죽은 친구의 영혼이 나타나 그에게 자신이 결정한 삶을 살 것을 권유한다. 알라나는 주인공 토드를 통해서 자기의 삶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작품이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동시에 영어도 거의 슬랭을 비롯한 변형된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관극하기가 힘들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뛰어난 덕분인지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기사를 위해 작품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미국 배우조합에서 사진도 비디오도 녹음도 비디오테이핑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라나와 그의 팀

 

미국은 철저한 저작권의 사회이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재진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우리나라의 공연 예술계도 언젠가 미국처럼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공연이 끝나자 스카티의 엄마가 아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모든 관객들은 블랙박스를 떠나려던 걸음을 멈추고 모자의 감격적인 포옹의 순간을 축하해주었다.


두 번째 작품은 <카를로타Carlota>로 라틴 계열의 작품이었다. 작사가인 애니타 레에스(Anita Reyes)는 캘리포니아의 멕시코 집안의 혈통을 이어 받았고 작곡자인 올리비오스 카라오리데스(Olivios Caraolides) 역시 사이프러스 출신으로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공부한 음악도였다. 이들 삶의 배경이 워낙 화려한 탓인지 두 사람의 합작인 <카를로타> 역시 대단히 풍요롭고 화려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카를로타>는 시라노 드 벨주락을 애댑테이션한 작품으로 마이푸드 방송의 멋진 제작자를 사이에 두고 카를로타와 그녀의 여동생인 마르가리타가 벌이는 사랑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GMTWP의 캐스팅 디렉터인 마리는 작품에 맞는 배역을 찾아내는 데 전문가였다. 그녀의 탁월한 캐스팅 능력으로 인해 배우들 역시 라틴계로 구성되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음악성에서 가장 뮤지컬적인 대중성을 지녔고 차차차 리듬이 기본으로 깔려서 그런지 흥이 절로 났고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작품은 이윤미 작곡, 사무엘 살몬드(Samuel Salmond) 대본의 <엄마, 아빠가 사라졌다(Missing Parents)>였다.  부모와 자녀 간의 오해와 분노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지킬 앤 하이드> 식의 변신과 <숲 속으로>에서 나타나는 손드하임 특유의 판타지 구조를 빌려왔으나 부모와 자식 간의 회복되어가는 사랑을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해 냈다. 마법에 걸려 나무로 변한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love you”라고 전하고 싶지만 발음이 되지를 않자 “I flerg you” 라고 하는 장면에선 배우를 비롯한 모든 관객들의 마음이 젖어들었다. 특히 작곡자인 이윤미는 시종일관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한국에서 딸의 졸업 발표회를 보러 날아온 그녀의 어머니 역시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금 뉴욕에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가 한국 소설로는 최초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였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오늘의 공연 역시 비록 리딩이었으나 드라마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29시간 만에 작품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미국 배우조합 배우들의 능력은 말 그대로 전문적이었다. 사라 교수는 학생들의 공연에 브로드웨이의 연출가와 음악감독 그리고 배우들을 초빙해서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작품에 대해서 모두 공정한 평가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배우가 형편없어서 작품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지적은 없어야 그 공정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돈은 많이 들지만 모두 최고의 스태프진을 초청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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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르고 라이언 교수는 조지 워싱톤대학교를 졸업하였다. 브로드웨이의 제작자로 명성을 떨치면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시련>, <사랑의 승리>, <세븐 기타즈>, <미국의 천사들>, 등을 제작했고 오프브로드웨이에서는 <기억>,  <프랭키와 자니>, <천국의 화원> 등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2)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의 경우 대개 계획된 공연 시간을 초과하여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 급하게 자르고 덧붙이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필자가 안무·출연했던 창작뮤지컬 <이순신>의 경우 막판 편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을 넘는 러닝 타임을 기록했다.


3) 수업에 참관한 결과 학생들과 교수들의 마찰도 많이 목격되었다. 교수들의 신랄한 비평을 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침울해 했지만 결국 교수들의 수정 지시에 따랐다. 허나 일부 학생은 강한 반발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20기의 제프라는 학생의 경우 프레드 교수의 비평에 너무 깊은 상처를 받은 나머지 몹시 흥분된 상태에서 거의 30분 가까이 자신의 곡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는 천재적인 음악성이 있는 반면 약간의 자폐증이 있는 학생이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2호 2011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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