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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 꽃도 너울너울 춤추는 오월의 축제 [No.79]

글 |안현정(객원기자) 사진제공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사무국 2010-05-07 4,572

해마다 5월이 되면 의정부는 흐드러지게 핀 꽃과 함께 음악이 출렁인다. 바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극이라는 형식 안에 음악을 포함하고 있는 모든 장르의 공연예술을 포용하는 ‘음악극’을 기반으로 한 축제다. 2001년 개관한 의정부예술의전당의 1주년을 기념하여 2002년에 처음 개최되었고 올해로 9회째를 맞는다. 브로드웨이식 뮤지컬과 다른 색깔의 음악극을 원하는 관객들, 그리고 가정의 달 5월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축제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의정부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올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5월 10일부터 5월 23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 및 의정부 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문화관광부 축제 평가에서 지난 3년간 연속으로 최우수예술축제로 선정되었고, 2008년에는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대표 공연 예술 축제로 자리 잡았다. 원래는 관광의 불모지였던 에딘버러가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거듭났듯이, 의정부음악극축제는 미군 기지의 이미지가 강했던 의정부가 문화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동안은 우수한 해외 작품과 프로그램을 국내에 소개하는 단계를 밟아왔다면, 올해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의 실험적인 음악극을 해외에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국내 공연 예술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네덜란드, 영국, 캐나다 등 6개국에서 초청되는 공식 초청작들, 국내 공식 초청작들, 다양한 프린지 프로그램, 국제 심포지엄과 전시회로 구성된다. 해외 공식 초청작들 중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캐나다 작품 <둘시네아>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돈키호테』의 여주인공인 둘시네아의 입을 빌려서 세계의 역사와 신화 속의 여인들을 만나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으로 이번 축제의 개막작이다. 영국의 신체극 극단 게코 (Gecko Theatre Company)가 고골의 <외투>를 새롭게 재해석해서 선보이는 <오버코트>는 2009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뱀과 인간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중국 설화를 무대화시킨 <화이트 스네이크>는 막에 비치는 영상과 조명의 조화를 통해 중국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음악, 마술, 마임 등이 어우러지는 매직 마임쇼 <쉐도우 오케스트라>는 다방면에 재능을 지닌 프랑스 예술가 사비에 몰티메가 연기하는 일인극이다. 그 외에 초대형 공룡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우루스>나 꼭두각시 인형 가족이 등장하는 거리극 <가스파>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이다.


국내 공식 초청작들 중에는 한국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공동제작 공모를 통해 선정된 <아비찾아 뱅뱅돌아>는 버나놀이, 사물놀이 등 전통 기예를 바탕으로 한 한국적 음악극이다. 젊은 예인들로 구성된 연희 집단 ‘The 광대’가 만든 작품으로 버려진 소년이 세 명의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마당놀이 <이춘풍 난봉기>는 30년 동안 한국적 연희극 작업에 매진해온 극단 미추가 고전소설 『이춘풍전』을 각색해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김성녀, 윤문식, 김종엽 등 극단 미추의 간판 배우들이 출연하며, 부모님을 모시고 즐길 만한 공연이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한국적 재담 형식으로 풀어낸 <맥베스, 락(樂)으로 놀다>도 주목할 만한 공연이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대부분 살리되, 재담 형식을 차용한 장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터벌림 장단, 부정놀이 장단 등 여러 장단을 사용하여 셰익스피어의 대사와 우리말의 운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재미를 선사한다. <맥베스, 락(樂)으로 놀다>는 관객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희망티켓’ 제도로 운영되는 작품이다. 희망티켓 제도는 관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작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천 원에서 만 원 사이에서 원하는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그 외에 ‘Try to Remember’로 유명한 뮤지컬 <판타스틱스>와, 화가가 즉석에서 그린 그림이 영상으로 구현되며 관객들에게 예술 체험의 기회를 주는 체험 연극 <종이창문>도 이번 축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를 지향하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시민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이 넘치는 프린지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의정부의 전문 예술 단체들과 아마추어 팀들이 펼치는 ‘의정부 피플 스테이지’, 신진예술가들이 선보이는 무대 ‘뉴 아트 스테이지’를 통해 축제의 자유로움과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의정부 예술의전당 뒤 숲 속의 직동 공원에서는 5월 12일과 19일에 자연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통나무집 모닝콘서트>가 펼쳐진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가족 나눔 장터, 게릴라 운동회 등 시민들의 삶 속으로 찾아가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음악극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객 및 공연 예술인들이라면 학술행사와 워크숍에 주목할 만하다. 국제 심포지엄 ‘축제, 색을 입다’와 실무자 대화마당 ‘음악극 축제, 어떤 색인가?’는 전 세계 음악극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고민을 공유하며 본 축제의 미래를 모색해보는 자리이다. 해외 예술가와 교류할 수 있는 워크숍으로는 ‘쉐도우 오케스트라의 마임, 마술 체험하기’와 <둘시네아>의 배우이자 프로듀서인 둘시네아 랑펠더의 ‘무대 언어 배우기’가 준비되어 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며 지난해부터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로 위촉된 라우어 버만도 방한한다. 호주 아들레이드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폴 그래보스키, <화이트 스네이크>의 연출가 지아코모 라비치오도 이번 축제에서 만날 수 있는 해외 예술인이다.


지자체 출범 이후 각 지방 자치단체가 축제 등 지역 관광 상품 개발에 쏟는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공연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대 공연예술의 경향을 앞서 내다본 탁월한 감각과 시민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성공적인 축제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국제적인 감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음악극을 꽃피우는 토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9호 2010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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