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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끊임없는 고민, 강필석 [No.135]

글 |배경희 2015-01-09 4,659

국내 뮤지컬계에서 진지한 배우의 대표였던 강필석.


무대 예술의 숭고함에 대한 강박과 그 강박으로부터 탈피, 
끊임없는 고민을 반복하며 성장해온  배우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첫 주연작 <갓스펠>


“제가 뮤지컬계로 들어오게 해준 작품이  데뷔작 <지킬 앤 하이드>라면,
<갓스펠>은 제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에요.
데뷔작이 경력의 전부인  신인 배우에게 큰 무대에서 주인공을 맡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갓스펠>은 정말 하늘에서 준  선물 같았죠.
<갓스펠>을 했던 게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지만, 첫 솔로곡인  ‘Save The People’을 부르기 직전의 떨림은  아직도 생생해요.
무대에서 제 목소리로  크게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어서 그때 정말 긴장했거든요.
‘Save The People’이 시작되기 전 감고 있던 눈을 뜨는데
저를 비추는  팔로우 조명(배우의 움직임을 따라 빛을 비추는 조명)이 섬광처럼 번쩍이던 묘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강박을 떨치다 <김종욱 찾기>


“2009년 이전의 제 출연작을 살펴보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이에요. 
데뷔 후 수년 동안 무대 예술은 진지해야 해,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대사 하나, 행동 하나,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죠. 
저의 첫 로맨스물이었던 <김종욱 찾기>가 그 스트레스를 덜어줬어요.
로맨틱 코미디는 안 해본 장르라 출연을 결정짓기까진 고민이 많았는데,
공연 기간 내내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재미에 빠져서 즐겁게 했어요. 
공연 중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많고요.
사실 그 전까진 상대 배우의 어떤 애드리브도 웃기지 않았는데, 
그게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제 연기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걸 볼 여유가 없어서 그랬던 거더라고요.
<김종욱 찾기>를 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소리도 처음 들었죠.”



슬럼프 극복 <레드>


“2010년 한 해 동안 무려 (워크숍 공연을 포함해)  다섯 작품에 출연했어요.
다섯 작품 다 공연 기간이 짧지 않았으니까 거의 쉬지 않고 공연을 했던 셈이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요.
그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아도 무대에서 연기가 된다는 거였어요.
왜냐면 제가 연기 ‘머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점점 내가 뭐하는 사람이지 하는 자괴감에 그해 연말 스트레스가 폭발했죠. 
배우를 관둘 생각으로 3개월쯤 공연을 멀리했을 때 친누나가 조연출로 참여한 연극을 보러 가게 됐어요.
근데 무대에 선 남녀 배우가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나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요.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작품이 <레드>에요. <레드>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큰 의미를 남긴 <번지 점프를 하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개발 단계부터 정식 공연이 올라가기까지 몇 년의 기간을 함께하면서
정말 많은 애정을 쏟아부은  작품이에요. 그만큼 저에겐 의미가 크죠. 
공연을 하면서 제 인생의 영화도 <번지점프를 하다>로 바뀌었고요. 
어렸을 땐, ‘좋은 얘기네’ 하고 마는 정도였는데, 
삼십대가 돼서 영화를 다시 보니 누군가를 오래도록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절절하게 와 닿더라고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현실성 있게 느껴졌죠.
그래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두 사람이 함께 산을 오르는 2막 피날레 장면은 언제나 뭉클했어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해서 정말 아쉽지만, 그래도 마니아층이 형성됐으니까 꼭 다시 공연될 수 있길 바라요.”



가장 오래 공연한 <쓰릴 미>


“<쓰릴 미>는 초연을 보면서 이건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촘촘한 스토리 구성의 2인극은 공연에 완전히 몰입하게 했거든요. 
그런데 <쓰릴 미>가 연장 공연에 들어가면서 생각지 못하게 이 작품을 할 기회가 빨리 왔죠. 
<쓰릴 미>의 ‘나’를 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딱 세 마디로 답했던 기억이 나요. 
‘오, 진짜요? 할래요!’ (웃음) 처음 공연했던 때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재공연에 한 번 더 참여했고,
이번 시즌 공연에 합류하게 되면서 벌써 세 번째 <쓰릴 미>를 하게 됐어요.
사실 이번 공연은 그 어떤 때보다 부담이 커요.
열아홉 살짜리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 두 배 나이인 제가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어떻게 하면 제가 했던  ‘나’를 뛰어넘는 ‘나’를 표현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할 생각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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