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 9일 개막하는 뮤지컬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신원 미상의 '그녀'를 보호하라는 극비 임무를 맡았던 경호원 정학과 무영의 이야기가 1992년과 2022년을 오가며 펼쳐지는 작품이다. 2013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 잡은 이 작품에 배우 유선호가 합류했다. 2017년 데뷔 이후 한 걸음 한 걸음을 늘 도전으로 채워 온 그가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 도전은 유선호에게 또 어떤 흔적을 남길까?
지난 5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를 밝혔죠. '아버지가 아들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다'고요.
우선 저도 어렸을 때부터 음악 듣고, 악기 다루는 걸 좋아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로 노래 레슨도 종종 받았고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가 제가 무대에서 멋있게 노래하는 모습을 예전부터 너무너무 보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이번에 뮤지컬 도전 기회가 생겼을 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드디어 아들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아버지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걱정을 먼저 하셨는데(웃음), 제가 뮤지컬 연습하는 걸 조금 들려드렸더니 '갑자기 기대가 되는데?' 그러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을 조금 얻었어요. (웃음)

<그날들>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게 됐어요. <그날들>의 어떤 점이 선호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나요?
음악, 그리고 대본. 아무래도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날들>이라는 작품이 13년 동안이나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서 선호 씨가 말했듯 <그날들>은 음악의 힘이 강한 작품이죠.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등 시대를 관통하는 명곡 중, 특히 선호 씨의 마음을 울리는 넘버가 있나요?
그때그때 달라져요.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는 '너에게', 연습을 시작한 후에는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순서대로 좋아지더니, 요즘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만 들으면 그렇게 눈물이 나요. 아무래도 공연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이다 보니, 감정이 쭉 쌓여서 그런가 봐요. '사랑했지만'은 제가 맡은 캐릭터인 무영의 대표 넘버이자 마지막 넘버인 만큼 아직 온전하게 느낄 여유가 없어요. 아마 공연이 끝날 때까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지 않을까요?

무영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저는 보통 캐릭터에 접근할 때, 그 인물과 가장 가까운 모습의 레퍼런스 자료를 찾는 것에서 시작해요.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요. 무영이가 경호원이다 보니, 지금은 경호원으로서의 모습을 참고할 수 있는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그렇게 참고 자료를 하나씩 접하다 보면 인물에 관한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데, 그런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면서, 조금씩 인물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무영이가 언뜻 보기에는 자유롭고 쾌활하게만 보이지만, 저는 대본으로 처음 무영이를 접했을 때 어딘가 억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유로움과 억압, 상반된 표현이지만 이 두 단어가 같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무영이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자기가 가진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발버둥을 많이 쳤을까 싶었고요. 무영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이 인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무영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쭉 혼자 지내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경호원이 된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극 중 무영이의 마지막 선택도, 같은 맥락에서 그때의 무영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배우의 삶을 살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개막을 앞둔 지금 이 시기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상황이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보니 불안감이 들 때가 많아요.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근데 제가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으면 무영 역을 함께 맡은 형들(박규원, 윤시윤, 산들)이 너무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시거든요? 그게 정말 감사해요.
무엇보다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어요. 뮤지컬은 정말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아직 뮤지컬이 낯설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휘청이게 되더라고요. 저 원래도 목 관리에 진심인 사람이거든요?(웃음) 요즘은 더욱 철저하게 목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어요. 연습을 할수록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 아니에요. 지난 2024년 연극 <뜨거운 여름>에 출연했었죠. 무대에서 연기하는 일의 매력을 그때 처음 느꼈겠네요.
그때 정말 성실하게 연습하고, 정말 재미있게 공연했어요. 연극을 마친 후 저 스스로 조금 성장했다고 느꼈는데, 단순히 연기 실력이 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체 연기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쭉, 라이브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고, 모두 다 함께 하나의 무대를 꾸며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매 공연 객석에서 새로운 피드백을 전달받고, 그걸 바탕으로 인물에게 매번 새롭게 접근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연기, 노래, 예능 프로그램 출연, 연극·뮤지컬 무대까지, 여태까지의 행보를 돌아봤을 때 무언가에 도전하고, 그 도전을 성공적으로 커리어에 새긴 순간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번 뮤지컬 도전은 선호 씨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요?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도전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생생한 도전의 순간들이 있거든요? 처음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순간, 연기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이 두 가지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요. 제 인생에서 정말 크고 결정적인 선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5년, 10년 뒤에 돌아봤을 때, 뮤지컬 도전도 그렇게 기억될 것 같아요. 좋은 기회로 <그날들>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거침없이 도전을 이어가는 선호 씨의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도전은 언제나 두렵고 겁나는 일이지만, 계속하고 싶어요. 욕심이 나기 시작했거든요. 어떠한 도전이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정말로 잘 해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제 모습이 보여요. 제가 예상했던 저의 성장 속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저는 지금까지 도전을 할 때마다 '와, 나 이거 해냈다. 못할 줄 알았는데, 진짜 해냈다!'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거든요? (웃음) 이번 뮤지컬 도전도, 앞으로도 그렇겠죠? 매일 하루를 성실하게, 지금처럼 피하지 않고 부딪히면서 살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