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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킹키부츠> 강홍석 [No.136]

글|배경희 사진|이배희 2015-01-27 6,441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화제작 <킹키부츠>의 핵심 인물인 드래그퀸 롤라에 베테랑 배우와 신인 배우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걸 보고 다소 파격적인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개막 이후 ‘소울 넘치는 신인’ 강홍석은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엄마가 이 사진을 보고 ‘이야, 나 젊었을 때랑 똑같다, 똑같아’ 이러시기에 전 우리 아빠가 되게 불쌍했어요. 으하하!” 인터뷰 중 이건 꼭 보여줘야겠다며 <킹키부츠> 오디션 날에 찍은 여장 셀카를 공개한 강홍석이 사진을 휙휙 넘기며 목청이 보일듯 시원하게 웃는다. 쑥스러운지 농담으로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것 같았지만, 사진 속 모습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내가 봐도 예뻐.” 그의 혼잣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몸에 딱 붙는 블랙 스팽글 미니 원피스에 노란 재킷을 입은, 그야말로 완벽한 드래그퀸 차림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롤라’를 향한 간절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롤라의 대표곡 ‘Sex Is In The Heel’ 영상을 봤는데, 와, 이건 꼭 해야겠더라고요. 못하면 죽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정말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서. 오디션에 입고 간 원피스, 의상하는 후배한테 연락해서 직접 제작한 거예요. 제가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서. 옷은 후배 도움으로 겨우 준비했는데, 발에 맞는 여자 구두가 없어서 동대문하고 이태원을 삼일 동안 뒤져서 간신히 찾았잖아요.” 태어나서 처음 신어보는 힐을 신고 능숙하게 걷기 위해 ‘아는 모델 동생’에게 워킹 지도까지 받았다는 그의 노력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30년 동안 남성성을 키워온 제가 어떻게 하면 드래그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3차 오디션을 보러 가기 전에 여장 차림으로 대학로를 한 바퀴 걸어 봤어요. 여기저기서 시선이 쏟아지는데, 정말! 아,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죠. 뭔가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작품을 향한 이런 열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어렸을 때부터 줄곧 ‘뮤지컬 배우’만 꿈꿨을 것 같은데, 예고에서 예대에 진학한 그가 개그맨을, 가수를, 배우를 꿈꾸다 드디어 뮤지컬이라는 무대에 다다른 이야기를 듣다보면 드라마틱해도 이렇게 드라마틱한 사연이 또 있을까 싶다. “학교 다닐 때 4년 정도 가수 준비를 했어요. 뭐, 잘 안 됐죠. 그러다 우연히 조연 중의 조연으로 영화를 한 편 찍고 나서 군대에 갔고요. 제대하고 다시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제 친형이나 다름없는 (정)원영이 형이 저한테 꼭 어울리는 뮤지컬이 있다고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 거예요. 싫다고 했죠. 솔직히 뮤지컬은 잘생긴 사람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형한테 이유 없이 계속 거절을 하는 것도 그렇고, 오디션을 보고 싶어도 보러 갈 시간이 없다고 하니까 형이 연출님을 모시고 학교로 저를 찾아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가끔 연출님을 뵈면 연출님도 자기가 대체 그때 왜 거길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세요. (웃음)” 강홍석을 무대로 끌어들인 그 작품은 바로 DJ DOC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창작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다. 운명적으로 시작하게 된 뮤지컬이지만, 강홍석은 첫 작품을 하게 됐을 때도 자신이 뮤지컬 배우를 계속하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솔직히 <스트릿 라이프> 연습 때만 해도 뮤지컬에 대해 큰 감흥이 없었어요. 근데 공연 첫 날 무대에 딱 섰는데, 현장감이라는 게 엄청나더라고요. 내 움직임과 대사에 관객들이 웃고 울 때의 희열! 그때 뮤지컬 진짜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2011년 데뷔작 <스트릿 라이프>로 얼굴을 알린 뒤 지난 3년 동안 그가 출연한 작품은 뮤지컬 <전국노래자랑>과 <하이스쿨 뮤지컬>, 연극 <광해>, 세 편이 전부다.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았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 아니면, 안 하게 되더라고요.”  


다시 지난 1년을 온전히 공연 준비에 쏟아 부은 <킹키부츠> 얘기로 돌아가자. 오디션 합격 소식에 행복도 잠시, 어쩌면 베테랑 배우와 비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거나 떨리진 않았을까? “연습실에서 처음 (오)만석이 형을 봤을 때, 나 정말 이 형하고 더블(캐스트)이야? 가슴이 막 두근대고 떨렸어요. 부담도 되고. 근데 그 부담은 그날 저녁에 없어졌어요. 왜냐면 제가 만석이 형보다 못할 걸 남들도 다 알 것 같더라고요. 내가 만석이 형보다 잘할 수 없지, 형보다 잘했으면 내가 더 유명했겠지, 형보다 못할 거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딱 드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적당한 자신감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영민함을 지닌 강홍석은 앞날을 기대하게 하는 신인 배우다. “<스트릿 라이프>를 할 때 성재준 연출님이 이런 얘길 해주셨어요. 저 같은 허스키한 보이스를 지닌 배우가 다양한 작품을 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요. 언젠가 클래식한 뮤지컬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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