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캐스트가 전하는 기념 인사
1995년 처음 관객과 만난 <사랑은 비를 타고>는 국내 대표 소극장 창작뮤지컬로 꼽혀온 작품이다.
‘살롱 뮤지컬’을 표방하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등장인물은 세 사람.
동생을 위해 헌신하는 형 동욱과 형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 동생 동현, 우연히 두 형제 사이에 끼어들게 되는 여인 유미리가 그 주인공이다.
갈등을 빚는 두 형제가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 작품은 국내를 대표하는 뮤지컬 형제 남경읍과 남경주가 모티프가 된 작품이라는 사실.
20주년을 기념해 초연 캐스트인 남경읍과 최정원에게 ‘사비타’에 대한 추억담을 들었다.
남경읍
초연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 오래전부터 동생 (남)경주가 저랑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그러다 1994년도에 <7인의 신부>란 작품을 같이하게 됐는데, 그때 경주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게 됐죠. 처음에는 외국 작품에서 찾아봤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의미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우리 창작을 해보자! 그렇다면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먼저 어머니 이야기를 떠올려 봤는데 무대에서 너무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하기로 하고, 우리 형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죠. 그래서 대략적인 이야기를 준비해 놓고 제작사를 찾아 나서게 됐어요. 그리고 마침 설도윤, 김용현 프로듀서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그들이 만든 서울뮤지컬컴퍼니의 창단 공연으로 이 작품을 올릴 수 있게 되었죠.
첫 무대의 소감 저희 형제 이야기로 만든 작품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어요. 특히 첫 무대는 우리 이야기를 한다는 감격 때문에 공연을 거의 망친 것 같아요.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물이 마구 쏟아져 버렸거든요. 대사도 제대로 못하고, 노래도 제대로 못 부르고. 그러다 객석을 보니 또 엄청난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깜짝 놀라면서, 또 한 번 감격의 눈물을 흘렸죠.
<사비타>가 준 선물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좋아해주셔서, 남경읍이란 배우를 관객들에게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에 제가 900회 정도 출연했거든요. 그러면서 무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어요. 배우가 한 작품을 장기 공연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거든요. 그러지 않기 위해 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본 거죠. 그러면서 연기 공부를 더 깊이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랜 시간 한 무대에 오른다는 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자신감을 얻으며 무대에서 즐기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큰 것 같아요.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 피아노 듀엣 ‘Midnight Blue in Rainy Day’가 아직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경주랑 제가 이야기한 게 있어요. 피아노 듀엣을 꼭 넣자고. 그래서 오은희 작가에게 특별히 부탁해 이 장면이 탄생하게 되었죠. 이 곡을 위해 엄청난 시간 투자를 했어요. 공연하기 9개월 전부터 피아노 연습을 시작했어요. 하루에 평균 7~8시간씩 피아노를 쳤고요. 준비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애착이 가요.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처음이라 굉장히 떨리기도 했죠.
20주년을 맞으며 올해로 <사랑은 비를 타고>가 20주년을 맞이했는데, 앞으로도 배우들이 계속 바뀌면서 40주년, 50주년, 롱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게끔 관객 여러분들이 많은 사랑을 보내주세요.
최정원
초연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 초연은 작가와 배우가 함께 만들어 나갔어요. 처음 받은 대본은 배 타는 형제 이야기였다가, 영화 <사랑의 행로> 같은 피아노 연주자 이야기가 되기도 했고, 계속 변했죠. 남경주 씨는 온갖 CD를 가져와서 ‘여기선 이런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제가 맡은 유미리 역할에는 저의 성격이 반영됐죠. 처음에는 춤을 아주 잘 추는 역할이었는데, 제가 계속 춤을 잘 추는 건 식상하다고 해서 ‘실수 투성이’라는 노래가 들어가고, 춤도 어설프게 바뀌었어요. 첫 공연 때는 무대의상이 안 와서 제가 입고 갔던 땡땡이 원피스 차림 그대로 공연하기도 했어요. 머리도 저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사자머리를 하고 앞머리를 잡아맨 채 올라갔는데, 그게 공연 끝까지 유행이 됐죠. 궁여지책으로 짜낸 아이디어였는데 나중에 후배들이 그렇게 머리 잡아매고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아, 비에 관한 추억도 있네요. 그때 저희 연습실이 지하에 있어서 장마철에 다 같이 빗물을 퍼내야 했던 추억! (웃음)
<사비타>가 준 선물 1996년에 이 작품으로 첫 번째 여우조연상을 받았어요. 작년에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고스트>의 오다메로 여우조연상을 받기 전까지는 20년 동안 하나뿐인 여우조연상이었죠. 당시 작품의 인기가 굉장해서 앙코르까지 3년 이상 남경읍, 남경주 씨와 공연을 계속했어요. 1년 내내 이 작품만 한 적도 있었죠.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 ‘언제나 그 나이 땐’! 웨딩 이벤트 업체 직원 미리가 집을 잘못 찾는 바람에 회사에서 잘리고, 동현 역의 남경주 씨와 부른 노래예요. 20대에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는 내용인데, 초연 당시 저도 실수 많은 20대였기 때문에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나요.
기억에 남는 시즌과 배우 2008년 유미리 역할을 맡았던 소유진 씨는 제 공연을 빼놓지 않고 보러왔던 팬이에요. 항상 티켓을 사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죠. 그런 후배가 <사랑은 비를 타고>의 유미리로 뮤지컬 무대에 섰다는 게 제게도 큰 감동이었어요.
20주년을 맞으며 창작뮤지컬 한 작품이 20년 동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다니,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로서 무척 행복합니다. 미리를 만났던 건 제게 굉장한 행운이었어요. 오랜만에 남경읍, 남경주 씨와 함께 20주년 공연을 보러가고 싶네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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