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초연을 한 <투란도트>가 중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고 있다. 작품을 진두지휘한 유희성 연출에게 <투란도트>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를 질문했다.
뮤지컬 <투란도트>의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제작 기간은 1년 반 정도 걸렸다. 원래 문화관광부와 대구시, 딤프가 함께 투자하기로 했던 작품인데 지난번에 문광부 정책이 바뀌면서 이쪽 예산이 없어져서 공연을 중간에 포기해야 할 뻔했다. 다행히 그 전에 트라이아웃을 했을 때 지역 문화계 분들이 가능성을 보고 대구시에서 예산을 배정해줘서 어렵게나마 완성할 수 있었다. 모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순탄하지 않은 과정을 겪기 마련이지만 <투란도트>는 만들어지지 않을 뻔했던 작품이라 이번 공연이 특히 기쁘다. <투란도트>가 대구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진 작품이 된다는 것에 의구심을 표한 분들께도 작품으로 충분한 답변을 드린 것 같아서 뿌듯하다.
대구시의 의뢰로 만든 작품인데 <투란도트>를 원작으로 한 이유는?
사실 처음에는 대구에서 만드는 작품이니까 대구를 소재로 한 설화에서 소재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더 열어서 생각을 하니까 대구의 지역적인 소재를 가지고 세계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세계적인 작품을 대구에서 새롭게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보통 대구라고 하면 섬유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유명하지만 사실 고대로부터 보면 물의 도시라는 설화가 많다.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중국의 공주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우리는 배경을 물속 나라로 설정했다. ‘물의 도시’라는 대구의 이미지와도 맞고 뮤지컬적인 어법으로 작품을 풀기에도 더 적합하다고 보았다.
원작과 내용적으로는 어떤 차이가 있나?
처음에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만들었는데 지금은 내용적으로는 원작과 상당히 가깝다. 원작에 없는 인물이 추가되기도 했지만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같다. 다만 이 작품에서 특별히 부각시켜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류라는 캐릭터다. 혼탁한 요즘 세상에 등불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류의 정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류의 정신이라는 것은 희생과 봉사, 사랑의 정신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어둠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작은 등불을 하나 류의 손에 쥐어줬다. 작품을 본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기뻤다.
음악적으로 어떤 차별점을 두었나.
‘공주는 잠 못 들고’ 같은 곡을 기대하는 관객들도 있었을 텐데. 정말 부담스러웠다. ‘공주는 잠 못 들고’ 말고도 원작의 모든 곡이 다 벽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장소영 작곡가도 힘들어했지만 어쨌든 이 작품은 뮤지컬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원작과 떼놓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바닷속 왕국 이야기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일렉트로니카적이면서 한국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작품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투란도트>를 가지고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오페라를 욕되게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나 전문가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한국뮤지컬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다. 작품이 공개된 것과 동시에 라이선스가 체결됐다. 12퍼센트의 로열티 조건으로 중국에 라이선스를 판매했는데 그런 결과 때문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가 그렇지만 작은 예산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창작진과 스태프, 배우들이 돈을 떠나서 자기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준 결과가 아닌가 싶다. 물론 아직 부족한 것도 많다. 예산이 부족한 만큼 미니멀하고 기능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판타지적인 세계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특수 효과가 들어갔으면 더 볼거리가 많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차차 다듬어 나갈 것이다. 중국 동관시에서 하는 뮤지컬 페스티벌에 초청받아서 10월 29일과 30일에 폐막 작품으로 공연을 한다. 그리고 12월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2주간 공연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 5월에 중국에서 라이선스로 공연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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