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SPECIAL] 더뮤지컬 15주년 - 한국 뮤지컬의 내일을 묻다 [No.142]

글 | 박병성 사진 | 심주호 2015-08-04 5,220

송승환 프로듀서에게  한국 뮤지컬의 내일을 묻다


한국 뮤지컬은 2000년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비약적인 발전’이란 표현이 진부하지만 정말 ‘비약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2015년 시장은 2000년에 비해 약 25배 정도 성장했다고 본다.  빠른 성장 한편으로는 다양한 문제들을 축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불거진 ‘뮤지컬 위기론’은 내실을 키워가는 속도보다  현격히 빠른 성장을 이뤄온 한국 뮤지컬이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누적된 문제인 만큼 해법을 발견하기도 녹록지 않다.  짙게 그늘을 드리운 한국 뮤지컬 시장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듣기 위해 송승환 프로듀서를 찾았다.  

세계 무대에 <난타>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송 프로듀서는  1990년 환퍼포먼스로 제작에 뛰어든 후  뮤지컬 제작에 앞장서 온 1세대 프로듀서이다. 



놀라운 성장 뒤에 남은 것

<더뮤지컬>이 2000년 7월 창간 준비 호로 출발했습니다. 15주년을 맞고 있는데 한국 뮤지컬 시장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2000년 뮤지컬 시장을 대략 100억~14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14년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대략 3,0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25배에서 많게는 30배나 성장한 수치입니다.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미국 친구들이 말하길 라이선스를 수출하려면 국민 소득이 2만 불은 넘어야 된다고 해요. 그래야 100불 정도를 지불할 수 있다는 거죠. 2007년에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국민 소득이 2만 불을 돌파했어요. 88올림픽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외국에서 유명 뮤지컬을 보고 온 사람들이 늘어났죠. 또 내가 90년대 대형 창작뮤지컬을 제작할 때만 해도 뮤지컬 전문 배우가 없었는데, 해외 뮤지컬 수입이 투어에서 라이선스 형태로 전환되면서 국내 뮤지컬 배우들의 기량도 빠르게 좋아졌어요.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쳤죠. 2000년대에 티켓링크로 시작해서 인터파크가 온라인 티켓 구매를 활성화시켰는데, 이것도 주요 영향으로 꼽을 수 있을 거예요. 하나 더 언급한다면 2000년대 이후 공연장이 엄청나게 늘어났잖아요. 그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지난 15년간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죠.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매출액은 190억 원으로 작품 하나의 매출액이 당시 뮤지컬 시장보다 컸습니다. 이후 국내 뮤지컬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뮤지컬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지난 15년을 돌아볼 때 가장 행복했던 봄날은 언제였나요?
개인적으로는 1999년 <난타>가 에든버러를 다녀온 후 2000년대 초반 해외 투어를 다니던 때가 행복한 시절이었죠. 우리 공연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건 의미 있는 작업이었으니까요. 그 후 창작뮤지컬을 개발했는데 소극장에서 시작한 창작뮤지컬 <달고나>를 2006년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했어요. 그때 수익을 냈어요. 출연 배우 중에 스타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창작뮤지컬로 대극장에서 수익을 냈으니까, 어찌 보면 그때가 가장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시장이 아니었나 싶어요. 


2007년 뮤지컬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가 2008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죠. 그때 언론에서 위기론이 나왔던 것 같아요. 2012년에도 뮤지컬 제작사들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다시 위기론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작년에도 위기론이 퍼졌습니다. 이전의 위기론과 작년의 위기론에 차이가 있나요?
기존의 뮤지컬 제작자들은 연극에 뿌리를 두고 뮤지컬 제작을 하던 사람들이었어요. 윤호진 선배가 대표적이고 나 역시 그렇죠. 그런데 2012년에는 뮤지컬이 흥행하니까 외부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연극이나 뮤지컬에 뿌리를 두지 않은 사람들이 뮤지컬에 뛰어들기도 했죠. 아무래도 기업 정신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횡령 등의 사건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작년의 위기는 시장에 비해 뮤지컬이 과잉 공급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봐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데 그런 계기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공급이 과잉된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의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제작사의 수익 구조가 나빠졌죠. 


지금과 같은 발전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경종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렇죠. 지금의 시장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다는 거죠. 작품의 질이 성장을 이끈 것이 아니라 몇몇 스타 마케팅으로 시장이 성장했죠. 그것에 대한 한계가 드러났다고 봐요. 스타 마케팅이 새로운 관객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스타를 기용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죠. 스타 마케팅의 폐해가 드러난 것이 작년의 위기 상황이라고 봐요.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의 시장 역시 우리 뮤지컬 시장의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더 이상 들여올 뮤지컬이 없다”는 말을 참 많이 했는데요. 그 이후로도 수많은 뮤지컬들이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이제는 더 이상 들여올 라이선스 뮤지컬이 없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런 상태일까요?
이제 알려진 작품들은 거의 들어왔지만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계속 신작을 내니까 그런 작품들이 남아 있죠. 게다가 최근에는 해외에서 성공한 작품뿐만 아니라 실패한 작품까지도 들여오잖아요. 무리한 라이선스 수입을 하고 있죠. 왜냐면 우리 시장이 작품의 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누구냐로 평가받다 보니 해외에서 설사 망한 작품이라도 어느 정도의 극본과 음악이라면 캐스팅 여부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 역시 한국 뮤지컬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언급됩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독일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지배하는 시장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자국의 뮤지컬이 시장을 지배하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영화도 전 세계의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가 지배하고 있어요. 자국의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는 나라는 인도와 프랑스, 한국 정도죠. 우리 세대가 20대에는 팝송을 들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가요를 더 많이 듣잖아요. 그때만 해도 우리가 가요를 듣고 한국 영화를 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지금 음반과 영화는 우리 것이 시장을 지배하잖아요. 작품성만 높아진다면 뮤지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라이선스 뮤지컬은 영화나 음반과는 다르게,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은 한국 사람들이 참여합니다. 그런 장르적인 특징에도 불구하고 창작뮤지컬 위주의 시장으로 역전될 것이라고 보나요?
장기적으로는 그렇다고 봐요. 말한 대로 뮤지컬에는 국내 인력이 투입되다 보니 그 변화가 더디긴 하겠지만 정서적인 이질감이 큰 해외 작품보다는 우리 작품을 선택하리라고 봐요. 영화나 음반이 그랬듯이.



한국 뮤지컬의 미래는 창작뮤지컬

지금까지 성장해 온 방식이 한계를 노정하고 있고,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창작뮤지컬에서 찾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창작뮤지컬은 그런 동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한국 영화가 발전하기까지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있어왔어요. 가장 큰 효과는 DJ 정부 시절 수천억 원대의 펀드를 조성해준 것이죠. 또 하나는 영화아카데미예요.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창작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좋은 대본과 음악이 없기 때문이잖아요. 영화는 그 시기에 영화아카데미에서 비싼 필름을 제공해 주며 마음껏 찍고 만들고 편집하게 해주었어요. 그래서 봉준호 같은 감독이 나올 수 있었죠. 뮤지컬 시장이 성장할 시점에 그런 뮤지컬 아카데미가 있었다면 좋았겠죠. 위기가 올 때까지 그런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에요. 


펀드를 말씀하셨는데, 2007년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모태펀드를 비롯 뮤지컬 관련 펀드가 630억 원 조성되었습니다. 
그것은 창작뮤지컬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가 아니었죠. 대부분이 라이선스에 투자됐어요. 모태펀드라 하더라도 투자사는 수익을 내야 하니까 라이선스를 선호했죠. 영화의 경우에는 우선손실충당제도가 있어서 손실이 나면 모태펀드 중에서 정부가 출연한 자금에서 먼저 충당했어요. 그러니까 한국 영화에 투자가 가능했던 것이고 모태펀드에 투자자가 모여들었죠. 창작뮤지컬을 위한 건전한 모태펀드가 필요한 거죠. 


그 외 창작뮤지컬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이제는 영화처럼 뮤지컬을 산업화시키려는 정책이 필요해요. 담당 부서도 전통예술국에서 문화 산업 분야로 바뀌어야 해요. 콘텐츠진흥원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져야죠. 또 하나 지금까지는 정부가 공급자 위주의 지원 정책을 폈잖아요. 이제는 시장 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가 문화 소비가 낮은 국가예요.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 연말정산에서 혜택을 준다거나, 기업이 티켓을 구입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든가 하는 시장을 확대시키는 정책이 필요해요. 문화 복지가 주로 무료 공연 관람 기회를 주는 쪽으로 형성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문화를 공짜로 소비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물론 그런 혜택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 외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시장 자체를 확대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창작뮤지컬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뮤지컬 역시 지금의 제작 구조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2000년대 중반 뮤지컬 제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배우와 스태프의 개런티가 높아져서 많게는 50%에 달하기도 합니다. 이런 구조가 자정되지 않고서는 제작사가 유지되긴 힘든 구조인데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강제할 수 없으니 자정되기가 힘들죠. 과거에 영화배우의 개런티가 높아진 적이 있어요. 그때 안성기 선배가 지금 한국 영화 시장에서 주인공 개런티는 1억 원 정도가 적당하다며 자신은 1억 원만 받겠다고 선언했어요. 영화는 제작과 투자가 구분되어서 대형 투자사들이 제작비를 컨트롤할 수 있어요. 주연 배우는 얼마 하고 암암리에 담합이 이루어진 거죠. 그런데 뮤지컬은 제작과 투자가 분리되지도 않았고 배우가 슈퍼 갑인 시장이잖아요.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 회사는 스타를 쓰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소극장 뮤지컬이긴 하지만 <난쟁이들>에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았잖아요. 근데 수익이 났거든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제작사가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발굴하고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러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일본, 중국, 또 다른 시장

현재 과열된 뮤지컬 시장을 돌파하는 방안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꼽기도 합니다. 2012년에는 일본 시장 진출이 활성화되었고요.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 뮤지컬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 정도일 거예요. 거기에 홍콩과 싱가포르 정도의 동남아 시장이 추가될 수 있겠죠. 유럽이나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기는 우리의 뮤지컬 제작 노하우나 테크닉이 떨어지니까 당분간은 어렵다고 봐요. 한국 뮤지컬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돌 영향이 컸어요. 그 거품이 꺼지니까 금방 진출 열기가 식었죠. 궁극적으로 수출 형태는 아이돌을 내세운 투어가 아니라,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데에서 찾아야 해요. 매킨토시처럼 라이선스를 판매해서 로열티를 받는 형식을 추구해야 해요.


최근 일본 시장보다 더 주목받는 곳이 중국 시장인 것 같습니다. 중국 시장의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보나요?
얼마 전에 중국의 성도라는 곳을 다녀왔어요. 문화 포럼이 있어 SM 이수만 대표와 기조 연설자로 참석했죠. 그곳에 군수공장 기지가 있는데 그곳을 개조해서 문화센터를 만들 계획을 세웠더라고요. 외관은 탱크를 만들던 공장 그대로 두고, 영화관을 만들고 공연장도 소·중·대극장 13개를 지을 예정이에요. 북경에도 공장 지대를 개조한 문화 공간이 있죠. 문제는 그 극장을 채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난타>도 들어가고, PMC프러덕션이 만들었던 작품들의 라이선스를 판매하려고 해요. 중국보다 뮤지컬 제작력이 앞서니까 노하우를 전수하고 중국 배우, 중국 스태프가 라이선스 뮤지컬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중국 시장은 그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아직 미심쩍은 면이 있습니다. 지금 중국 공연 바이어들이 한국 공연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접촉해 오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직 뮤지컬 붐이 불지 않았어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인 것이 얼마 되지 않았죠. 아직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라예요. 예전에는 나라에서 모든 것을 공짜로 제공했는데 갑자기 변하겠어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사유재산을 소유하면서 부자들이 많이 생기고 경제 소득도 올라갔지만 문화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해요. 한국은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미국 문화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빠르게 세계화될 수 있었죠. 반면 중국은 아직 세계화를 이루지 못했어요. 이제 점점 뮤지컬을 즐기는 20~30대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죠. 이들이 성장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정서적으로 가까운 우리 뮤지컬을 찾을지도 모르죠. 중국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가르치고 마케팅 노하우도 전수해서 시장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아직 문화 수준은 우리보다 뒤지지만 인터넷은 우리보다 발전했잖아요. 한 번 불이 붙으면 빠르게 성장할 거예요. 중국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분명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