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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3) <아가씨와 건달들> 진구 [No.95]

글 |김영주, 김유리,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1-08-21 5,018


 

젊고, 믿음이 가는 남자 배우. 지금껏 전혀 다른 행보를 걸어왔고 접점이랄 것도 없는 두 사람의 확고한 교집합이다. 가벼운 카드 게임을 하면서도 제 버릇을 못 버리고 승부욕에 불타서 속임수를 쓰는 두 남자를 보여 달라는 요청에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맞추지 않고 척척 손발이 맞아떨어지는 무언극을 즉석에서 보여주었다. 몇 번이나 리허설을 하고 합을 맞춰도 그렇게 리듬감 넘치는 재기발랄한 신을 재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 한 장의 사진으로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만큼 절로 탄성을 내뱉게 한 그 기분 좋은 긴장감은 그들의 무대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서늘한 눈빛만 기억한다면 아직 그를 덜 만났다,  진구
   
 
<아가씨와 건달들>은 첫 뮤지컬 도전작이기도 하지만, 경쾌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데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운 좋게도 뮤지컬에 참여해서, 이전에 주로 맡았던 역할과는 상반된 네이슨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관객에게는 어느 정도 한정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본인이 가진 다른 축의 매력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

관객들은 나를 남자답고 어둡고 폭력적인 캐릭터로 많이 기억한다. 물론 다른 이미지도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런 이유로 작품을 가려서 하고 싶진 않다.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할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이지, 작품을 골라 가며 연기할 수는 없다. 그런데 네이슨을 맡게 된 것처럼, 꾸준히 연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연기를 할 때 내가 배역에 빠져들기보다 배역이 내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내가 가진 여러 가지 캐릭터 중에 그 배역에 맞는 면을 부각시켜서 연기한달까.


뮤지컬은 첫 경험인데 부담은 없는가?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작품과 이지나 연출님을 100퍼센트 믿고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뮤지컬에 대해, 연출님의 커리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연출님을 만나 뵌 순간 그를 따라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연출님께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계셨기에 나 역시 그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네이슨은 노래와 춤보다는 연기의 비중이 높고, 극 중 노래와 춤이 굉장히 흥겨워서 즐겁게 배우고 있다. 재미있다. 


뮤지컬은 이전의 연기와는 다른 경험일 텐데,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에게 도움은 받고 있나? 

나와 상대가 같은 수준의 연기력으로 균형을 이룬다면 더없이 좋지만, 내가 뮤지컬 경험이 없으니 처음부터 다른 배우들과 평행선을 이룰 수는 없었다. 경험이 많은 배우가 좀 더 과장되게 연기해서라도 경험이 적은 배우의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두 배우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다른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이 내민 손을 잡고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이만큼 와 있더라. 선배 배우들의 배려로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네이슨에 더블 캐스팅된 이율과는 한 무대에 설 수 없어서 친해지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에게 많이 동화되고 있다.


본인이 연기하는 네이슨의 매력은 무엇인가?

유머러스하고 유쾌하다. 한 가지 매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복합적인 캐릭터라는 게 재밌다. 베니와 나이슬리가 갖고 있는 면, 스카이가 지닌 매력을 조금씩 모두 다 갖고 있다. 어떤 인물이든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겠지만, 그들에 비해 네이슨의 비중이 크다보니 그의 이야기와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그렇다면 배우 진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 양면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고. 웃고 있어도 저 눈빛 뒤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진다고들 하더라.

 

네이슨은 인생은 한 방이라 믿는 도박사이다. 진구도 인생의 한 방을 꿈꾸는가?

그런 건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데뷔 때 예상치 못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곧바로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거품 빠진 인기를 경험했다. 이후 9년간 차근차근 연기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어느 날 반짝하고 피치를 올리는 것보다는 늙어 죽을 때까지 지금 이 속도로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그래도 혹시 갑자기 일확천금을 얻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일확천금을 얻는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고 싶다. 나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나는 재벌 아들도, 수억대 수입자도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그 수입으로 나와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고, 친구들과 소소한 모임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즐길 정도의 여유는 있다. 난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다. 물론 내가 노력해서 일한 만큼 번 돈이라면 내가 먹고 사는 데 써야겠지만, 정말 그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일확천금이라면 말이다.

 

최근 연예인의 뮤지컬 진출 사례가 많지만 호평받는 일은 드문데, 뮤지컬에 참여하는 각오는 어떤지?

뮤지컬의 매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내가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서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왕 하게 된 거 ‘계속 영화나 하지, 뮤지컬은 왜 하나’라는 이야기 듣지 않도록 열심히 하려 한다. 영화든 뭐든 흥행하고 호평받으면 좋겠지만, 내가 정말 노력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한다. 외부의 평가에 개의치 않을 수 있을 만큼, 나 자신에게 떳떳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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