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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INI SPECIAL] 공연 예술 통합 전산망 [No.158]

글 |박병성 2016-12-01 8,181

새로운 공연 생태계


국내 공연 티켓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주요 예매처 6곳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공연전산망) 사업에 참여하면서 2014년부터 시범 운행되고 있는 공연전산망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연계에서는 다양한 자리에서 공연계 산업 동향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연전산망을 요구해 왔다. 오랜 요구 끝에 제대로 된 공연전산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공연계에서 바라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정이 많다. 공연전산망의 주요 논점이 무엇이고 공연계의 바람대로 순조롭게 안착되기 위해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드디어 열린 공연전산망 시대

공연전산망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것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이지만, 이 논의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의 공연장, 영화관, 체육 시설, 관광 시설 등 입장권을 발매하는 시설에 통합전산망을 설치하는 ‘입장권 통합전산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티켓링크를 운영 주체로 선정하고 추진하였으나 로비 의혹 등 잡음이 일었고, 2001년 규제개획위원회에서는 특정 업체 시스템만을 사용하라는 것은 자유 경쟁을 제한한다고 지적하여 자율 경쟁 체제로 나아갔다. 영화계에서는 이후 영화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통합전산망을 구축했으나, 공연계에서는 체계적인 데이터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이를 실천하기까지 10여 년이 더 필요했다. 2011년 문화 관광 포럼에서 공연전산망의 필요성을 제안한 후, 2014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연전산망의 사업을 주관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시범 기간에는 국공립 공연장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쳤지만, 2016년 말부터는 예스24, 옥션, 인터파크, 하나투어, 클립서비스, NHN티켓링크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12월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내년에는 공공 공연장과 대표적인 티켓 예매처 정보가 통합되어 공연전산망이 운영될 예정이다.


논의가 시작된 후 근 18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연계의 구조가 영화계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전산망 기준 기획, 제작사는 전국에 3천 곳이 넘는다. 개·폐업 주기가 짧고 상시 활동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아 개별적으로 공연전산망에 참여를 독려하기가 어려운 구조다”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공연은 수도권과 지방 제작사의 운영 방식에 차이가 크고, 몇 개 메이저 배급사들이 통제하는 영화와 달리 수천 개 공연장에서 유통이 이루어진다. 다양한 티켓 가격이나 초대권 등 집계도 단순하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하나둘 해결해 가면서 공연전산망을 구축해야 한다. 너무나 다양한 제작자들의 입장이 있고 이에 일괄된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여러 난관을 헤치고 본격적으로 공연전산망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공연전산망에 대한 각계 입장

공연전산망은 투자자, 제작자, 정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각각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실제적인 도움을 받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투자자 입장                
공연전산망을 통해 투명한 회계 정산이 가능하고 공연 시장의 명확한 규모가 밝혀지면 자본이 전보다 적극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일부 제작사는 기존 관행대로 제작사에 유리하게 처리하던 회계 정산 방식을 바꿔야 하거나, 저조한 흥행 성적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다. 흥행이 안 되는 작품으로 낙인찍히면 오히려 투자 받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공연계가 운영될 수는 없다. 가내수공업 방식의 회계 처리 방식으로는 시장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공연이 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공연전산망을 운영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도 제작사의 우려를 감안해서인지 수집하고 공개하는 핵심 데이터에서 개별 작품의 티켓 판매 금액은 제했다. 기간, 지역, 장르로 구분하여 통합한 수치만 공개될 뿐이다. 즉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파악되지만 각각의 작품의 티켓 판매 금액은 알 수 없다. 단지 개별 작품의 경우 관람객 수가 공개되는데, 관람객 수에는 유료 판매와 초대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실제로 현 단계에서는 공연전산망의 데이터로 개별 작품의 흥행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공연 관계자는 공연전산망이 아니더라도 이미 투자자에 티켓 매출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투자를 직접 담당하는 투자 기관의 입장은 다르다. 투자자들이 현재 직접 투자하는 작품의 정보는 알 수 있지만 다른 공연의 실적은 알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 발표되는 공연 시장 통계보다 좀 더 전체를 포괄하는 세밀한 통계가 있다면 투자 결정을 할 때 중요한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작사 입장                
제작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공연전산망의 취지에 동의했고,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기대를 했다. 취지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본 이들은 특히 마케팅 영역에서의 활용을 기대했다. CJ E&M 양혜영 팀장은 “정확한 유료 관객 수, 매출 집계는 마케팅 활동의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것이고, 향후 트렌드를 읽고 시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스토리피의 조한성 대표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화의 경우 디테일한 정보가 공개되다 보니, 저 정도 규모의 작품에 이 정도 배우들이 출연한다면, 어느 정도 관객이 드는구나 예측할 수 있다. 공연도 그렇게 된다면 무리한 제작이 줄어들 것이고, 공연계 현실도 명확하게 드러나서 설득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공연 특히 뮤지컬계의 제작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제작에 관한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다면 왜곡된 제작 구조와 환경에 대해 논의할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계획되는 단계에서 판매 금액은 기간별, 지역별, 장르별, 창작/라이선스별로 종합된 통계만 제공한다. 개별 작품에 관한 의미 있는 수치는 관객 수(초대 관객 포함) 정도이다. 이 정도의 정보로는 제작사에서 기대하는 마케팅의 지표를 얻기 힘들다. 이에 대해 김현진 팀장은 공연전산망 데이터를 토대로 공연 소비 동향 분석 리포트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연을 분류하는 기준이 더 세분화되면 기간, 지역에 따라 어느 시기에 어떤 스타일의 작품이 잘된다는 통계가 가능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전산망 데이터에 CGV 등 상영관 관객 데이터를 결합하여 흥행 요인에 대해 분석하는 이슈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내용이 바로 기사화되어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공연전산망 역시 포털, 카드사, 예매처 등의 데이터와 결합하여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공연전산망은 데이터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각 예매처가 사전에 상호 협의한 항목의 데이터를 전송하면 공연전산망은 이를 합산하여 통계를 제공한다. 제작사 측에서는 데이터 통합을 넘어 좌석 연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현재는 여러 예매처에 좌석을 나눠서 제공하기 때문에 티켓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힘들다. 티켓이 분산되어 있다 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좌석을 예매하기 위해서는 여러 예매처를 돌아다녀야 한다. 그러나 좌석이 연동되면 티켓 잔여석을 모든 예매처에서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잔여 티켓을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티켓 구매가 수월해진다. 예매처 간의 서비스 경쟁으로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전산망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용량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좌석을 연동하려면 공연별 판매현황을 모든 예매처가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 현재 공연전산망이 보유한 전산 장비로는 좌석공유제를 구현하기 어렵다. 또, 공연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어 민감한 이슈이다”라고 말했다. 인터파크 이종규 상무 역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 비교하는데, 이곳은 미국 전역, 영국 전역의 모든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특정 지역 작품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다. 전국에서 수천 개, 수만 개 작품을 합산하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격이다”며 좌석 공유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정부 입장                     
공연전산망의 통계는 공연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사용될 것을 기대한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공연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지역의 어떤 장르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공공 공연장 데이터를 취합해 보았지만 그것으로는 정확한 공연계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관광업이나 호텔업은 심지어 주 단위로까지 파악이 되는데 공연계는 인터파크의 협조가 없으면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힘들다. 이처럼 사회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과거에는 추정과 한탄만 했는데, 공연전산망이 만들어지면 그 데이터를 토대로 대응할 수 있다.” 김현진 팀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정책 입안에서 공식적으로 통합된 통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사회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뿐만 아니라 통계를 통해 공연 산업의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한다면 이를 통해 지원 분야와 방식을 마련할 수 있다. 공연계 전체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데에는 비전이 필요한데, 이러한 비전은 공연계 현실에 대한 명확한 분석에서 비롯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공연전산망이 데이터를 토대로 월별, 장르별 박스 오피스 상위 리스트를 월마다 리포트로 발표하고, 반기나 분기별로 다양한 지표들과 비교해서 공연 소비 동향 리포트를 발표할 생각이다. 그리고 연말에는 이를 종합해서 연감을 발행할 예정이다. “기존의 실태 조사는 공연 시설(단체)의 실적 보고를 근거로 작성하기 때문에 시의성이 1~2년 정도 뒤처진다”며 시의성이 개선돼 정책 입안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자 입장                
공연전산망의 통계 자료에 대해 관계자나 언론에서는 관심이 많지만 일반 소비자는 그렇지 않다. 단지, 이곳의 랭킹은 공연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연계 정보가 부족할 때는 다수의 소비자 선택을 믿고 따르게 된다. 이것은 공연뿐만 아니라 영화나 일반 상품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선택한 것이 경험상 실패할 확률이 적어 공연전산망의 랭킹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반 관객들은 랭킹 위주로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대중적이고, 인지도가 높은 작품에 관객이 몰릴 우려가 있다. 실험적인 작품이거나 소규모 작품은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게 드는데 이 영향으로 더욱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상연 기간, 지역, 장르, 공연장 규모, 특성 등 다양한 조건으로 랭킹을 확인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다양성 영화의 박스 오피스가 별도로 있는 것처럼 공연도 실험극, 창작극 등 특성에 따라 구분하는 게 가능하다”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공연전산망은 영화처럼 유료 관객과 초대 관객이 포함된 누적 관객 수로 발표된다. 누적 관객은 공연장 규모와 공연 횟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규모의 공연장에서 몇 회 공연한 것인지 함께 표시할 예정이다. 이 누적 관객 수를 포털과 연계해서 대중들에게 접근성을 높여 공연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려고 한다.



남은 과제,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

연내에 인터파크를 비롯한 예매처 6곳과 운영 중인 공연장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실 공연계 온라인 티켓 판매에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인터파크 등 주요 예매처 6곳이 참여할 이유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예매처가 소유하고 있는 정보를 공연전산망에 넘겨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파크 이종규 상무는 “공연 산업 발전을 위해 좀 더 자세하고 포괄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동의한다. 애초부터 인터파크는 공연전산망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제공하고 싶어도 제작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남아 있는 제작사의 동의 문제를 제시했다. 인터파크를 비롯 6곳의 티켓 예매처가 참여해서 공연전산망이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한 듯하지만 가장 중요한 데이터의 주인인 제작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예매처에서는 공연 티켓 대행 업무를 대행할 때, 공연전산망으로 수집하는 정보를 제공하겠냐는 문구에 동의하면 해당 작품의 정보가 공연전산망으로 넘어오는 구조다. 동의하지 않으면 당연히 해당 작품의 정보는 집계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공연전산망의 취지에 공감한다. 실제적인 데이터가 통계로 집계된다면 많은 효용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동의한다. 그런데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불편해한다. 각각의 제작사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연계는 그동안 회계 정산이 체계적으로 개선되어 왔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하던 곳도 남아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 개별 작품의 티켓 판매 금액은 집계하지 않고 특정 조건별로 합계된 금액만 수집하지만, 이런 곳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동의하지 않은 작품의 제작사에 연락을 취해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부탁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공연계에 여러 입장이 있는 만큼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속적으로 제작사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한편, 문체부의 협조하에 국가 지원을 받는 작품들은 필수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법제화 과정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별적인 작품 정보를 수집하고 통계에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8호 2016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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