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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형제는 용감했다>의 온유 반짝반짝 빛나는 [No.81]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0-06-23 6,437

그의 첫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만난 온유는 “안녕하세요, 빛나는 샤이닙니다!”를 씩씩하고 환하게 외치던 브라운관 속의 ‘그’ 귀여운 소년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얘기냐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저녁 여섯 시, 우리는 사진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 빌딩의 옥상에서 온유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촬영 준비가 끝나자 스태프들 간에 연락이 오갔고 잠시 후 온유가 나타났다. 하지만 웬걸. 청바지에 하늘색 재킷 차림으로 느릿하게 걸어오는 모습은 소년보다는 점잖고 무뚝뚝한 영국 신사에 더 가까웠다. (물론 여전히 귀엽긴 했다).

 

카페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온유의 등장에 웅성거리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우리는 속전속결로 촬영을 끝내야 했다. 사실 이 정도의 반응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는 지금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리더 아닌가.


스타 캐스팅은 여전히 공연계의 뜨거운 감자이자 안팎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효한 카드다.

동시대 아이돌 스타의 출연이라면? 물론 더욱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현재진행형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온유의 뮤지컬 출연 소식은 화제를 모았고, 티켓은 매진됐다. 설령 출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다 하더라도, ‘맡은 일은 제대로 하자’ 주의의 욕심 많은 소년은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바쁜 스케줄, 불충분한 연습 시간, 사람들의 높은 기대 등) 새로운 도전이 망설여지진 않았을까?

 

 “전 소식을 듣자마자 아, 정말요? 바로 하겠습니다, 했어요.” 그리고 차분히 자신은 어려서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고, 노래, 춤, 연기를 한꺼번에 하는 뮤지컬 배우를 동경해 왔으며, 연습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틈틈이 연습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차례로 덧붙였다. 대본을 처음 받아 본 곳이 해외 프로모션차 방문한 캄보디아였다고 하니 요즘 아이돌 스타들의 그야말로 범세계적인 활동 영역을 새삼 실감했다.


연예 기획사 연습생 시절에 받은 두 번의 연기 수업이 연기 경험의 전부인 그에게 검증받은 배우들이 선전한, 게다가 ‘선배님’ 이지훈과 같은 역을 연기하게 된 <형제는 용감했다>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됐을 것이다.

“처음엔 노래도 많고 외울 것도 많겠지? 하는 걱정도 되고, 정말 잘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대본도 재밌고 연출님이 잘한다고 칭찬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아서 편하게 했어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얘기다.

“이지훈 선배님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선배님인데 이렇게 만난다는 게 색다르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VS’잖아요. 같은 배역이니까.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형제는 용감했다>의 연습이 한창 진행되던 때 만난 이지훈은 온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아주 열정적이고 의욕도 강해요. 연습실에 오기 전에 공연 영상하고 CD를 통해서 준비를 되게 많이 해왔더라고요. 진도도 생각보다 빠르게 나가고 있고. 나 때는 새로운 걸 하는 걸 두려워했는데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아요.”


처음으로 무대에서 연기를 하게 된 온유의 이번 목표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극 중 역할(온유가 맡은 주봉은 자기주장도 강하고 욱하는 성질의 인물이다)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다소 시시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이건 가장 정직한 바람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온유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말투 고치기’였다.

 

“뮤지컬은 대사 전달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제가 끝을 흐려 말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멀리 있는 사람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크게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그게 말투를 고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연습실에서 뿐 아니라 숙소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연습했다고 하는데 가만, 그럼 샤이니의 다른 멤버들에게 연습도 해봤을까?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화해서 실제 생활에서도 캐릭터처럼 행동하는 배우들이 있다고 해서 저도 이 캐릭터를 생활화 해보면 어떨까, 하고 멤버들한테 똑같이 흐흐, 한 번 해봤는데 흐흐, 반응이 안 좋아서 그냥 나는 나고, 캐릭터는 캐릭터구나 했어요.” 그게 너무 재밌었다는 듯 계속 키득키득 웃던 온유가 웃음을 멈추고 한 음절 한 음절 힘을 주며 말했다. “근데 막상 극에 들어가면 그게 또 제가 되는 거니까 확실히 달.라.져.야.죠.”


운동을 좋아하고, 뭘 하든 잘 긴장하지 않는 편이며(무대에 올라가서도 딱 5분만 긴장한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을 심지어는 카메라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말에 “남자다운 성격인데요”라고 호응했더니 온유는 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요? 그렇죠, 남자니까요.” 너무 진지하고 천진한 표정을 하고 말하니 웃을 수가 없었다. 온유의 ‘남자다운’ 성격은 다음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생애 첫 뮤지컬 무대에서 온유는 꽤 ‘큰’ 실수를 저질렀다. 스물여덟 살을 서른여덟 살이라고 말해 형보다 나이 많은 동생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어 실력 발휘를 못했을 것 같나? 천만에. “전 나쁜 기억을 오래 가지고 가지 않아요. 실수했던 건 공연 끝나고 나서 잠깐 생각하고 집에 갈 때는 집에 가서 자야지, 하고 가는 거죠.` (웃음) (팬 사이에서 화제가 된 ‘진기(온유의 본명)의 하굣길’이라 불리는 영상을 보면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문득 나는 엉뚱하고 진지한 이 소년에게 ‘무대란 어떤 의미인가’하는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이 묻고 싶어졌다. 이에 대한 온유의 대답은 “무대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제일 편한 자리죠. 저는 인터뷰 같은 거 하면 잘 못해요”였다. 그렇다면, 무대에서 난 이걸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할까? 운명을 단정 짓기에는 앞으로 너무도 많은 가능성이 있는 스물두 살의 청춘일지라도 말이다.

 

 “피곤하고 지쳐서 힘없이 무대에 올라갔는데 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반응에 저도 모르게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순간 그걸 느낄 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만난 이래 그가 가장 반짝여 보이는 순간이었다. 온유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고, 인터뷰라는 ‘일’을 끝낸 온유는 가벼운 발걸음(전날 ‘하굣길 영상’에서 본 날다람쥐 같은 그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라는 ‘놀이터’로 떠났다. 인터뷰 내내 꼼짝 않고 이야기하느라 손도 대지 않았던 딸기 스무디를 아주 맛있게 마시면서.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1호 201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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