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위해
일 년 전 <엣지스> 공연의 끝을 앞두고 ‘현재 내 인생의 벼랑에 서 있다’고 농담이 섞인 진담을 던졌던 오소연의 2011년은 하반기 <스트릿 라이프>와 <넥스트 투 노멀>로 상승 곡선의 시작을 알렸다.
아담한 체구에 폭발적인 가창력, 미모의 랩 신동까지,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스트릿 라이프>의 오소연을 수식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랩, 힙합에 DOC의 음악이라… 친구들끼리 노래방에 가서 장난삼아 랩을 해봤던 그로서는 이 작품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 그를 이 작품으로 이끈 이는 <피맛골 연가>에서 그의 가능성을 보고 연락을 준 원미솔 음악감독. 오디션을 보고 계약을 할 때까지도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장르일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일단 연습에 들어가자 타고난 리듬감으로 랩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점은 이미 성재준 연출가가 제작 발표회에서 밝힌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볼 때, 그녀에게 <스트릿 라이프>는 “내가 쓰지 않았던 나를 써볼 수 있는 경험”이었고, “살면서 스스로 정해온 세상의 기준을 다 깨버린 공연”이었다. 그리고 자유롭게 하지 않으면 절대 자유로움이 나올 수 없는 공연인 만큼, 모두가 자유로움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즐겁고 사랑스러운 기억”이다.
그러고 나서 1년 동안 꿈꿔 오던 <넥스트 투 노멀>에 서게 되었다. 처음 이 작품을 알고 오소연은 조울증 걸린 어머니가 사랑을 줄 수 없어 태어난 이후 내내 상처받은 딸 나탈리에 매료되었고, 자신의 역이라 생각해 절대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야무진 눈빛으로 당당히 그 역을 따냈다. “나탈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나와 살아온 환경, 겪은 일은 다르지만 거기서 오는 상처로 인해 형성된 성격은 참 비슷하더라고요. 완벽을 추구하고, 혼자 있는 것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방어벽을 친다는 점에서 내가 한창 힘들었을 때의 모습과 같았죠.” 캐릭터에 들어갈 때 다양한 참고 소스를 리서치하게 마련이지만, 그녀는 그런 이유로 나탈리만큼은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매 공연 진정성과 싸우고 있어요. 내 입으로 내 말과 감정을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은 그런 진정성이 떨어지면 끝이란 생각에 늘 고민하고 고민하죠.” 하지만 1년 동안 꿈꾸던 역할을 결국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조차도 즐겁고 고마운 고통이다.
2012년 그녀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아름답게 채우고 싶다는 것, 그리고 <레 미제라블>의 에포닌이 되는 것이다. 1996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그녀를 코제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무대에 서게 했던 <레 미제라블>, 이제 성인이 되어 다시 한번 그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이다.
꿈은 꿈일 수도 있지만, 부단히 자신을 깨고 새로운 나를 다 잡아 가며 노력하는 청춘을 바라보며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꿈을 현실로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내 무대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매일 같은 것을 하면서 신선한 그때 그 감정 그대로를 전달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이런 걸 느낄 때마다 내가 아직 멀었구나 싶죠. 스스로에게 이유를 주면서 놓고 싶진 않아요. 내 자신을 방관하지 않게끔 다 잡고 싶어요.” 자, 그녀에게 새로운 2012년이 열린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0호 2012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