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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차이오 컴퍼니 원차희 실장 [NO.167]

글 |박보라 사진 |양광수 2017-09-07 5,269

언제나 마지막처럼


최근 뮤지컬 MD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디자인과 품목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품절 대란’까지 생겼을 정도다. 부쩍 높아진 뮤지컬 MD에 대한 애정의 중심엔 뮤지컬 MD 제작사 차이오 컴퍼니의 원차희 실장이 있다. <헤드윅>, <구텐버그>, <미스터 마우스>까지 제작하는 뮤지컬 MD마다 호평을 이끌어냈던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즐거움을 만드는 사람      


차이오 컴퍼니를 소개해 달라.
차이오 컴퍼니는 뮤지컬 MD를 제작하는 회사지만 다른 회사랑 시스템이 다르다. 공연 분야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들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모였다. 예를 들어 <헤드윅>, <구텐버그>, <미스터 마우스>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인데, 해당 작품에 맞는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식이다. 회사의 개념으로 직원이 상주하는 형태가 되면 아무래도 수익을 많이 내야만 하는데, 이게 직원의 월급과 사무실 월세를 계속 낼 정도의 규모가 되기가 어렵다. 단가를 낮춰놔야 제작사에서 우리를 고용할 수 있고, 대부분이 홍보나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너무 잘 안다. 그러려면 고정되는 비용을 줄여야만 했고, 그래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이런 형태를 만들었다. 사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메인 직업이 이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이 더 좋을 수 있다. 특히나 우리는 여러 공연을 한꺼번에 작업하지 않는다. 이건 우리의 약속이다. 공연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일이 되면 지친다. 이걸 한 번씩 겪어봤던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즐거워야지만 결과물이 잘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작업을 하면서 합이 맞은 디자이너는 메인 디자이너로, 나머지 MD 상품 기획이나 제작 업체를 컨트롤하는 사람은 공연에 따라 바뀐다.


프로젝트성 작업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작품만 할 수 있다. 사실상 안 하는 작품이 많은 편이다. 제작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MD로 수익을 내야만 하고, 결과물이 확고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참여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금액 대신 영감이 더 떠오르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 사실 차이오 컴퍼니 사람들의 생각은 ‘공연 일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우리가 잃어버린 즐거움을 찾아야만 MD가 재미있게 나올 수 있다’라는 거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나온 걸 관객들은 바로 알아봐 준다. 그래서 한 작품을 하면 거기에 에너지를 엄청나게 쏟는다.


주로 쇼노트와 함께 일을 하는 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솔직하게 말하면 쇼노트 측에서 일찍 연락을 주기 때문이다. (웃음) 공연을 겹쳐서 작업하지 않는다. 하나의 공연의 MD를 제작하면 반응이 보이지 않나. 그러면 바로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요즘은 이번 하반기에 작업하는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다. 콜라보레이션 제안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러니까 MD 제작 전부를 다 넘길 수 없는 회사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내부에서 일정 부분을 제작할 테니, 나머지 부분을 너희가 해서 들어오지 않겠느냐. 이런 거다.



MD를 제작하면서 매출이나 금액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가 있을 것 같다. 
매출에 대한 손익은 거의 제작사에 넘기는 편이다. 처음에는 매출에 대한 손익을 제작사와  나눠봤다. 보통의 MD 회사가 그렇게 진행을 하지만, 그런 방식일 때 협업한다는 느낌을 갖기는 힘들더라. 홍보나 마케팅 대행은 결과를 누군가의 책임으로 미루기가 어렵다. 그런데 MD를 제작했을 때는 판매량이나 재고량이 바로 나온다. 그래서 우리도 마음이 불편한 게 싫더라. 정말 열심히 내 작품인 것처럼 일을 하고 재고를 줄여야만 하니까. 이러한 상황이라면 돈에 대한 부분은 포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뮤지컬 MD에서 큰 수익을 낼 수는 없다고 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작품이 별로 없다. 그래서 MD 제작에 많이 투자하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 마치 계륵 같은 거다. 돈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가 뭘 얻을 수 있냐면, 쇼노트 같은 경우엔 컨펌 과정이 거의 없다. 디자인 과정에서는 한 번도 ‘안 된다’는 터치를 당한 적이 없다. 그게 돈의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돈을 벌어야 한다면, 어떤 제작사가 우린 디자인을 보지 않고, ‘이 제품에 로고만 박아달라’고 해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우리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업체들도 다 할 수 있는 걸 굳이 우리가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걸 해도 괜찮다는 자유와 창의력을 열어주는 것이 금전적인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MD 제작 과정을 설명해 달라.
작품을 제안받으면 대본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미스터 마우스>의 경우엔, 대본에서 어떤 포인트를 잡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당시에는 포스터도 안 나와 있었다. 사실 공연 홍보, 마케팅이 6개월 전부터 계획이 세워지는 곳은 거의 드물다. 포스터나 로고 디자인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왜냐면 제작 시기를 못 맞추니까. 그래서 일단 대본을 통해 디자이너들과 회의를 해서 컨셉을 잡았다. 실제 공연에서 성인 배우가 어린 인후와 성인 인후를 연기한다. 인후의 순수한 마음을 포인트로 잡고, 파스텔톤으로 인후를 상징하고, 컨셉을 잡았다. 제품으로 탄생한 디자인은 하나지만, 같은 컨셉 안에서도 여러 개의 디자인을 뽑는다. 그리고 내부 협의를 통해 작품과 제일 잘 맞는다고 판단한 것을 제작사에 보낸다. 이 과정까지의 시간이 길다. 그리고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품목을 정한다. 품목은 미리 20~30가지를 뽑는다. 이후 내부에서 추려 약 스무 개 정도를 제작사에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최소 열 개가 넘는 품목이 정해진다. 디자인 후에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사실 디자인 작업을 마쳤지만 제작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디자인 작업에서는 예뻤는데 제작을 들어가려 보니 완제품이 그렇지 않거나 단가가 최종적으로 안 맞을 때가 있다.



뮤지컬 MD의 제작 수량을 정하는 것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재고 문제에 대한 리스크를 무시할 수가 없으니까.
제작사에 판매 예상 수량에 대한 의견을 내지만,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반영된다. 이 작품과 어울려서 추천했지만 제작사에 만들자고 밀어 부칠 수가 없다. 재고가 늘어나는 만큼 곧 제작사의 손실이 늘어난다. 또 많이 팔린다고 해서 꼭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몇 개 품목이 엄청나게 팔려도 나머지 몇 개 품목에서 재고가 많이 발생하면, 게다가 해당 작품이 다음에 또 안 올라온다면 그 자체가 손실이다. 그래서 제작 수량 단위가 작은 품목을 위주로 제작할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


MD의 품목과 발매 시기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제작사와 협의한다. 우리는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많은 품목을 만드는 편이다. 작품의 MD가 발매되면 패션쇼 같은 개념이 되어야만 한다. ‘이 MD를 살까, 말까’가 아니라 ‘이 MD를 살까, 저 MD를 살까’가 되어야만 하는 거다. 적어도 그 정도를 만들어놔야지 재미있다. 품목이 많으니까 다 나오면 부스가 꽉 찰 정도다. 제작사와 협의해서 정리할 때도 있고, 여러 가지 제작 상황상 순차적으로 입고가 될 때도 있다.





추억을 만드는 사람     


아이돌 콘서트 굿즈는 상당히 다양한 편이지만, 뮤지컬 MD는 한정적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나?
판매할 수 있는 범위와 최초 주문할 수 있는 수량 때문에 발생하는 단가 차이다. 아이돌 콘서트 굿즈의 경우는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서 구매력이 높다. 그런데 뮤지컬 MD는 조금 다르다. 뮤지컬 팬들에게는 작품을 기억할 만한 수단이 별로 없다. 지금 보고 있는 공연이 다시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고 재공연이 언제 될지 기약이 없다. 심지어 보고 싶은 캐스팅이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작품의 추억이 담긴 건 MD밖에 없어서, 이 점이 구매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뮤지컬 팬들은 보관용으로 같은 제품을 2~3개씩 구매한다. 이 부분이 아이돌 콘서트 굿즈와 가장 큰 차이점이고, 이런 분들이 MD를 사랑해주고 알아봐주기 때문에 계속 제작할 수 있다고 본다.  


뮤지컬 MD를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제작 공장 사정으로 일정이 딜레이 될 때다. <미스터 마우스> 때 사드 때문에 중국 제작 공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제작을 하지 못했던 품목이 몇 개가 있다. 또 지난번보다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돈을 얼마 버느냐보다 이 부분이 제일 어렵다. MD가 잘 나와야지만 제작사도 만족하고 관객도 만족하니까. 최선을 다 해서 잘 만들어놓으면 그걸 관객들이 반드시 알아봐준다고 생각한다. 결국 잘 만들어야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래서 어느 작품의 어떤 과정도 대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구텐버그>의 키링은, 욕심은 있지만 단가를 맞출 수가 없어서 그걸 다 수작업 했을 정도다. 매번 열심히 해야 하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뮤지컬 MD 시장은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더 활발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만드는 사람보다는 관객에게 달려있다고 본다.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만, 이걸 소비자들이 다 알 수는 없다. 우리도 사람이라 최선을 다하고 만들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면 더 신이 나서 열심히 만든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관심이 없으면 MD를 만들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MD 시장이 굉장히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회사가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 큰 자금을 투자하는 회사가 들어온다면 우리 회사는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MD를 만들 때, 제작과 관련해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작은 공연이면 적은 수량을 만들어 내야하지만 이게 가능한 품목은 한정 되어있고, 매 시즌마다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이와 동시에 관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경험으로는 어떤 MD가 잘 팔릴지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MD 분야에 대한 발전은 밝게 보나 우리 회사에 대한 비전은 높게 보고 있지 않는다. 만약 회사에 대한 비전이 크다고 생각했으면, 회사 사람들이 이 일을 메인 직업으로 삼았을 텐데. (웃음) 그래서 언제든 발을 뺄 수도 있다 생각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올인’ 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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